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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 친절한 사람, 나쁜 사람

[lif여행story]코카서스여행 (2)- 아제르바이젠 바쿠

by 페이칸

바쿠의 아침

오늘 새벽에 바쿠에 도착 해서는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칸, 밥 먹으러 가자 "

부스스 눈을 뜨니 벌써 창밖은 환하게 밝았고 그제야 이곳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아침을 맞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주섬 주섬 옷을 주워 입고는 식당으로 내려가니 다들 식사 중이었다

"다들 안 피곤하세요? 별로 잠도 못 잤을 텐데요?"

"괜찮은데? 배고프잖아 ~ "

"역시 노매드 DNA는 못 속여요 ㅎㅎ 음식은 어때요?"

"향이 좀 강해. 고수 향도 나고."

그러고 보니 세팅된 음식들이 약간 튀르키에와 비슷한 것 같았다.

"아제르 바이잔 국기가 튀르키에 국기와 비슷한게 여기도 같은 쿠르드족들인가 봐요.

아까 리셉션 직원도 튀르키에가 형제 나라 라고 하더라구요,"

"아 오늘 숙소 옮기기 전에 근처에 바쿠 사인과 알리예프 센터에서 사진 찍고 오려구요

나올 때 가방은 로비에 먼저 보관하고요, 이왕 왔으니 시내 갈 때는 메트로를 이용해 보려고요."


바쿠의 지하철 (메트로) - 친절한 사람들.

스미드 호텔에서 가까운 메트로 역은 ganjlik , 도보로 15분 정도 가야 한다.

캐리어 가방을 끌고 가기는 어려운 길이었지만 다들 천천히 조금씩 이동하면서 잘 따라와 줬다.

문제는 메트로 티켓을 구입해야 하는데, 메트로 카드에 충전해서 이용하는 시스템이다 , 그런데 메트로 카드를 지하철 역 어디에도 발급하는 곳이 없다는 점이다. 난감 해 할 때 젊은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줬다.

"메트로 카드는 여기서는 안 팔고 밖으로 나가서 마트에서 사 와야 해요"

그러더니 자기가 갖고 있는 카드가 하나 있고 여기에 보증금, 충전액이 있으니 그걸 주고 사는 걸로 해결했다

사람들이 참 친절하고 인정이 있구나 생각했던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의 시간이었다.


그런데 좀 이상 했다 - 나쁜 사람들

숙소를 외곽에서 시내 쪽으로 옮기는 중이다. 바쿠에선 니자미 nizami 거리와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숙소의 요금이 다르다. 쉬르반샤와 요새가 있는 구시가지로 향하는 길목이고 카스피해와도 멀지 않으니 이곳에 베이스캠프를 두는 건 큰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booking.com을 통해 여느 때와 같이 이곳에 방 4개에 욕실 4개가 구비된 아파트를 예약했었다. 그런데 아파트의 경우 보통 하루나 이틀 전에는 숙소 주소를 알려 왔는데 이상하게 당일 오전 까지도 어떤 메시지나 연락도 없었다.

일단 booking.com에 등록된 주소로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 비가 오기 시작했다. 15분을 걸었을까.

"거의 다 온 것 같은데요?"

"여기야? 괜찮은데? "

고르지 않은 길을 캐리어를 끌고 오느라 가쁜 숨을 몰아 쉬며 S가 되묻는다.


길건너에 제법 큰 마트가 있었고 작은 호텔이 그 옆으로 하나 있었는데, 웬일인지 하릴없이 도로가에서 담배를 태우는 사내들이 제법 많았다. 난 그 호텔로 들어가 혹시 주소에 나온 대로 전화를 부탁했다.

비가 제법 많이 내린다. 이럴 때 호텔 로비에 들어와서 비 좀 피하라고 할 만도 한데 이미 여기 손님은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별 말이 없었다.

잠시 후 후드 점퍼를 입고 뛰어 오는 사내가 있었다.

" 하이 아파트 예약 한 것 좀 보여 줄래?"

"아파트가 어디에 있는 거지? 왜 주소를 안 보내 준거야? 여기 근처 아닌가?"

"우린 아파트를 여러 군데 갖고 있어. 네가 예약한 곳이 어디인지 알아야 하니까 예약한 게 필요한 거야 "

미심 절었다. 예약 내용을 모르다니.

"Booking.com에 물어봐라, 왜 내가 예약 내용을 보여 줘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내가 관리하는 아파트가 여러 군데라 그래, 네가 예약한 곳이 어딘지 알아야 하거든."

마지못해 예약서를 보여 줬고, 어딘가로 전화하더니 기다리라고 한다.

나는 이런 상황이 좀 짜증 나기만 했다.

일행들이 있으니 성질 대로 나갈 수도 없고 일단 체크인부터 해서 일행들을 쉬게 하는 게 제일 우선 이었다.

" 숙소가 여기는 아니라고 합니다. 누군가 길을 안내할 사람이 온다고 하니까 조금만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괜찮아, 이 정도 기다리는 거야 일도 아니니까."

역시 s의 말은 내게 큰 위안이 되기도 한다.

이때 누군가가 구레나룻을 날리며 나타났다. 관리자와 몇 마디 나누고는 자신을 따라오라고 하며 앞장선다.

도착하고 보니 예약한 내용과 조건이 달랐다

15분 정도 걸었을까? 거리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고 상가와 차량들도 복접 하게 뒤엉킨 도로를 몇 개 건너고 나서야 제법 높은 빌딩 앞에 멈췄다. 그리고는 열쇠를 찾아 그 건물 내 아파트로 안내하니 자신을 하킴이라 하는 사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예약과 달리 방은 세 개였고 욕실은 두 개였다.

" 방이 세 개 밖에 없네? 우린 방 4개에 욕실 4개짜리 예약했는데?"

"방 네 개 짜린 추가 요금을 내야지. 너희가 예약한 아파트는 여기야."

"무슨 소리야, 여기 너네가 올린 아파트 사진과 내가 예약한 것 안 보이니? 예약한 곳과 다르면 난 여길 캔슬 할 거야."

이렇게 말했지만 예약자에게 정말 불리한 조건이 환불불가 예약이라 불안 하긴 했다.

업자들은 이점을 잘 알고 있었다.

정말 맘에 드는 상품(가격, 품질)은 "환불불가"라 하더라도 예약이 들어온다는 것을 말이다.

나의 강한 어조에 순간 당황한 듯 하킴이 말했다.

"사실 방 4개짜리는 있는데 욕실은 2개야, 실수가 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직 청소가 끝나지 않았어."

"어쩔 수 없지. 기다릴 수 있으니 방 4개짜리로 안내 부탁할게."


내가 예약했던 아파트는 원래 없었다.

방 네 개짜리는 같은 건물에 있었다. 그러나 예약 사진에서 봤던 집은 아니었다.

방 4개에 욕실은 2개였으나 이 중 하나가 바닥에 물이 새고 있었다. 듣던 대로 청소는 아직 안되어 있었기에 가방을 들여놓고는 청소되는 대로 연락을 달라고 했다. 하킴은 계약서에 서명해야 한다며 여권 정보를 요구했고 이것도 내키지 않았지만 서명까지 하고 나니 하킴은 수수료를 요구했다. 자신의 커미션으로 200 마나트(약 15만 원)를 달라는 것이었다.

"커미션? 무슨 커미션? 그건 네가 booking.com에 납부하고 남는 게 너의 커미션이지.

내가 너한테 왜 줘야 하는데? 내가 여러 나라 수많은 아파트를 다녀 봤지만 커미션 달라는 곳은 네가 처음이다."

하킴이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아마 누군가에게 '커미션 못주겠다는데?' 하는 듯했다.

전화를 끊더니 하킴이 이렇게 말했다.

"미안 내가 잘 못 알고 있었네, 커미션이 아니라 보증금이야, 네가 체크아웃할 때 돌려줄 거니까.

보증금은 100마나트(약 7만5천원)야. 물론 보관증을 발급해 줄 거야."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그의 거짓말을 들으며 내 머릿속으로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을 받았다. 모든 게 어설프기만 한 이들의 정체는 정말 뭘까? 한두 명도 아니고 마치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는 강한 느낌은 얼른 상황을 끝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어나면서 청소 얼른 끝내놓고 타월, 화장지 등을 갖다 놓으라고 하고는 100 마나트를 지불하고 나서야 하킴은 도우밍 필요하면 언제든 왓츠앱으로 연락하라고 하고는 사라졌다.

바쿠에서의 아파트를 기대하라고 호언했었는데 미안한 마음에 가방을 우선 방에 놓고는 구시가지로 안내하며 웰컴 티로 바쿠 일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오늘 있었던 일을 잊을 수가 없었다.

3일 후 바쿠에 도착하는 후발 팀을 위해 예약한 숙소가 또 있었던 것이다.

이미 여러 각도로 플랜 B를 세워야 했던 것이다.

저 멀리 밤하늘을 빛내고 있는 알로브 타워의 불빛이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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