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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즈 Mar 23. 2023

여친소(내 여행 친구를 소개합니다)

여행.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이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언제든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함께 해줄 동행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지나 여행 후기에 대한 이야기들은 너나 없이 하니까 나는 내 여행 메이트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첫 번째 동행자는 세 살 터울의 여동생 HY이다. 우린 어릴 때 정말 서로 죽일 듯이 싸우던 자매였다. 눈만 뜨면 싸워 대니, 한번은 엄마가 어디 한 번 실컷 싸워보라고 모기장 안쪽에 둘을 넣고 꽁꽁 싸맨 적이 있다. 막상 싸우라니 싸우지 못하고 모기장 안에서 땀을 빼질 빼질 흘리며 탈출하려고 히히덕 거리던 동생과 나. 그랬던 그녀가 지금은 가장 좋은 친구이다.

인간 비글이라는 ENFP 성향의 나와는 다르게 내 동생은 ISTJ 성향으로 나와 극 반대 성향이다. 내향형이고 현실적인 동생은 사람 만나는 것 보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집순이다. 나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즉흥적이며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타입인데 감사하게도 동생과 여행 궁합이 아주 잘 맞다. 내가 다 계획하고, 추진 하면 동생은 잘 따라다닌다. 대신 너무 피곤하게 데리고 다니면 안되고 배고플 때 먹이고, 잠자리만 불편하게 해주지 않으면 군소리 없이 여행을 즐길 줄 안다. 서로 비슷한 성격만 여행 메이트로 어울릴 거라 생각하지만 이런 조합도 아주 좋다. 주로 힐링 여행지, 편안한 여행을 가고 싶을 때 여행 메이트이다.


 두 번째 동행자는 한 살 어린 26년 지기 대학 후배 TH다. 우린 대학에서 같은 전공 선후배로 만났다. 학교 다닐 땐 그렇게 친하지 않았는데, 같이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너무 친해졌고 서로에 대해 샅샅이 알고 있는 선후배 사이가 되었다. TH는 나보다 한 살 어려서 말을 놓을 만도 한데 아직도 꼬박꼬박 선배라고 부르며 존대를 한다. 나보다 더 베풀 줄 아는 마음 넓은 후배라, 살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그녀는 나와 같은 ENFP 성향이다.

우리 둘이 여행을 할 때 주요 키워드는 모험, 도전이다. 처음 먹는 음식을 먹어보고, 지도에 없는 길을 가보고 처음 경험 하는 것들에 희열을 느낀다. 첫 유럽 배낭 여행도 TH와 동행했다. 체력이 워낙 좋은 친구라 그녀를 따라 다니면 피곤했는데 지금은 그녀도 전투 육아 중이라 체력이 바닥이라 요즘 좀 따라갈 만 하다. 그녀와 다니면 늘 새로운 일 투성이다. 우리는 둘 다 새로운 것, 새로운 경험을 갈구 하는 스타일이라 이 부분이 아주 궁합이 맞다. 다만 TH는 지금 두 명의 어린 딸들을 육아 중이라 여행 텐션이 많이 떨어진 상황. 지금은 도전 보다는 힐링의 여행을 원한다. “선배 저 쉬고 싶어요. 여행 가시더” 하면 언제나 “콜” 이다.


세 번째 동행자는 내 절친 소울 메이트, JH이다. 그녀는 지금 포항에 살고 있어서 너무 멀어 자주 만날 수가 없다. 기껏해야 1년에 한두번. 대신 서로 고민이 있을 때, 서로 삶에 텐션이 떨어졌을 때 만나서 애정을 듬뿍 담아 힘이 되어주는 사이다. 포항과 서울 중간 원주나 단양 쯤에서 만나 맛있는 걸 먹으면서 서로가 가진 고민을 공유한다. 내 친구 JH는 언제나 나를 최고의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기가 죽었을 때, 하고자 하는 일이 잘 안될 때, 나는 모든 걸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치켜 세워준다. 아무리 친해도 친구가 잘 되면 질투가 날 법도 하다. 그런데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축하해주는 친구다.JH와 함께라면 어느 곳을 여행해도 그저 좋다. 만나서 수다를 떨기만 해도 에너지가 채워지는 느낌.. 우리는 전생에 부부였을 거라고 농담으로 얘길 하기도 한다. 서로와 함께 있으면 뭘 먹어도 맛있고, 뭘 해도 재밌다. 다만 겁도 많고 예민한 친구라 동물이 있는 곳, 더러운 곳, 무개념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을 싫어해서 이 점만 주의하면 만사 오케이다. 나의 첫 배낭 여행은 JH와의 뉴질랜드 여행이었다. 29살에 우리는 겁도 없이 타지에서 렌트를 해서 뉴질랜드 북섬을 투어했다. 서툴고 좌충우돌이었던 여행이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퍼펙트한 여행이었다. 우린 거의 20년이 다 된 뉴질랜드 여행 추억을 아직도 얘기한다. 추억으로 힘든 현실을 버텨낸다. 여행 다녀온지 딱 20년 된 49세에 JH와 뉴질랜드 남섬을 여행하기로, 약속했다.


네 번째 동행자는 나의 남편이다. 원래 남편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집돌이였다. 나와 다른 성향 때문에 연애 때 부터 참 많이도 싸웠다. 그렇게 싸우며 달래며 맞춰 온 지 언 17년이 되었다. 지금은 내가 어딜 가고 싶어 하면 먼저 숙소를 예약 하기도 한다. 참 장족의 발전이다. 그는 캠핑을 매우 좋아해서, 아들이 어릴 때는 한 달에 3주 연속 주말 마다 캠핑을 간 적이 있다. 다섯 살이었던 아이가 “아빠 우리도 주말엔 제발 집에서 쉬면 안돼요?” 라고 울먹일 정도 였으니 그의 캠핑을 향한 열정은 과연 대단했다. 아들이 중학생이 된 지금은 학원 스케줄 때문에 우리 3식구가 조촐하게 여행 가는 것 조차 힘들어졌다. 셋이 캠핑을 가 본지가 언제인지.. 질리도록 다니던 그 시절이 그립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를 줄 몰랐다. 그래서 요즘은 서로 교대로 각자의 친구들과 여행을 가곤 한다. 남편은 내가 여행 메이트들과 여행을 갈 때 말리지 않고 맛있는거 사먹으라고 용돈 까지 쥐어준다. 잔소리 쟁이 마누라랑 떨어져 있고 싶은 건지 알 수 없지만 각자의 시간이 필요한 오래 된 부부에게 서로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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