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커머스 누가 이김?

네이버 VS 쿠팡

by Paz

[들어가기]


이커머스 플랫폼 업계에서 네이버 VS 쿠팡 구도는 곰탕에 가까운 주제다. 24시간 우려내다 못해 뼈가 으스러질 때까지 끓여낸 상태라 뭐 하나 새롭지가 않다. 브랜드 상품을 살 건데 비교도 좀 필요하고 포인트 생각하면 네이버 쇼핑, 내일 당장 필요하면 쿠팡이라는 공식은 이 곰탕의 고명과 같은 역할을 한다. 홍고추, 청고추의 표현이 좋으려나 (마침 브랜드 이미지도 딱이네). 남들이 끓인 사골국에 프림 한 숟갈 타려고 가져온 주제는 아니다. 이번 연재글의 첫 글이라는 부담감 때문일까? 그런 건 애초에 없다. 한가하니까 쓰는 글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주제는 내가 편한 게 최고다. 그럼에도 이 진부한 이야기를 가져온 것은 아마도 최근의 AI흐름이 이커머스업계에 주는 영향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고명으로 돌아보자. 왜 고객은 쿠팡과 네이버를 사용할 때 위와 같은 흐름을 취하는 걸까? 요즘 잘 쓰이는 UX라는 단어의 미명하에 짜인 경험 때문인 걸까? 오늘 글을 쓰는 이유는 이 곰국이 도가니탕인지 꼬리곰탕인지를 역추적해 가는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현업 중 들었던 이야기와 내 경험을 토대로 재구성해본다. 다만 이게 사실이라고 도장을 찍어줄 사람은 없다. 같은 문제도 보는 눈에 따라 다를수 있다. 그래도 이러한 관점이 존재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으면 좋겠다.




[쿠팡 - 기저귀가 키웠다고?]


먼저 쿠팡이다. 순서는 별 의미 없이 내가 근무한 년도 순이다. 쿠팡은 거대한 오프라인 유통기업이 온라인화 되어있는 느낌을 준다. 경우에 따라 문장에 큰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조금 면밀히 이야기하면 쿠팡의 플랫폼으로서의 모습에 대한 고민은 아주 소수의 인원에 의해 이루어진다. 상당히 잘 짜인 전략이 하늘 어딘가에서 뚝떨어지면 일반적인 구성원들은 그 목표에 집중할 준비가 되어있다. 플랫폼으로의 전략적 고민보다는 지금 당장의 비용, 셀렉션(물건의 다양성), 빠른 배송 등에 집중하고 고도화시키는 경험에 아주 탁월하다. 어느 시기에는 비용만, 또 그다음은 셀렉션을 반복한다. 빠른 배송은 무조건 지켜야 할 상위 가치 같은 것이다. 이렇게 개개인은 자신이 맡은 업무의 효율화에 신경을 쓰고 또 그 업무에 엮여있는 잔가지들을 발전시킨다. 이런 조직적 문화를 근간으로 해서 대규모의 유통을 누구보다 빨리 혁신해 나간다.

쿠팡이 빠른 배송을 주요 가치로 잡고 움직이기 시작할 때의 썰을 들은 적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기저귀'가 키웠다는 이야기다. 빠른 배송을 최상위 전략으로 두고 생각했을 때 '정말 필요한 고객은 누굴까?'라는 고민이 있었겠지 싶다. 그때 가장 간절했던 건 어린아이를 가진 부모가 아니었을까? 특히 기저귀는 깜빡하면 당장 내일 없어서 곤란한 상품이다. 디지털 레터러시가 상대적으로 높은 30대 부부를 타깃으로 기저귀를 엄청 팔았다. 어느 정도였냐면, 센터에 기저귀가 없으면 사무직 직원들이 나가서 각 지역의 일반 마트에서 재고를 사서 배송할 정도였다고 한다. 소매가에 사서 소매가에 판다고? 그런 게 가능한 회사다. 전략이 명확했으니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경험하에 미담도 나온다. '쿠팡맨은 기저귀 배송 시에 벨을 누르는걸 신경 써요' 라던지 여러 가지 고객 입장에서 배려할만한 많은 개선사항이 도출된다. 여기서부터는 속도다. 더 많은 상품을 보장된 시간에 보내준다는 가치의 미명하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한다. 그리고 지금은 쿠팡=로켓 이미지가 고착되었다. 이 부분에서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돈을 그렇게 투자하면 나도하겠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가끔 인터넷상에서 마주하는데 그들에게 정말 회사의 경험을 추천하고 싶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제대로 일하지 못하는 기업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면 놀랄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좀 더 과장해서 대기업들에게는 그 돈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일지 모르겠다. 최근에 위기라고 하는 회사들의 절반의 위기의식은 보통 어떻게 집중해서 성과를 내는가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야기가 길어지는데 정리하면 쿠팡은 창사 이후 어느 시점에 최상위 오너에 의해서 '빠른 배송'이라는 근간이 되는 전략이 정해졌고 그 전략을 그 누구보다 효율적으로 실행해 온 플랫폼이다. 그 수준은 사회적 인프라에 가까운 수준이 되었다는 사실만 이 챕터에서 기억하면 좋겠다.

(혹시 오해가 있을 수도 있는데 쿠팡의 전략은 업계 탑이다. 다만 전략이라는 미명하에 오가는 들뜬 이야기보다는 오너 중심으로 짜이는 혜안과 강력한 실행력이 핵심이다.)




[네이버는 MD가 없다고 들었습니다만?]


네이버에는 MD가 없다. 가끔 블라인드 같은 곳에도 올라오는 걸 보는데 '네이버 MD 빡세요?'라고 하면 그냥 찰떡같이 알아듣고 대답해 주면 되는데 '네이버에 MD 없는 거 몰라요?'라고 뾰로통 대답하는 사람도 목격한다. 그러면 MD가 없는 걸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사업이라는 이름의 보직은 존재한다. 다만 그 역할이 MD의 역할일까?라고 묻는다면 뭐 겸사겸사 포함된다 정도가 될 것 같다. 사실 이 질문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크다. 이것을 통해 네이버가 업을 바라보는 기준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검색 플랫폼으로서 유통기업이 아니라 IT 기업이다. IT 프로덕트를 만드는 구조에서는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가 존재한다. 커머스라는 새로운 도메인은 IT기업에서는 새롭게 서비스를 제공할 하나의 대상이다. 도메인은 각 전문 분야를 뜻한다. 예를 들면 Chat을 생각해 보자. 카카오톡에서의 경험은 일상의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의 경험을 고민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생활에 가깝기 때문에 '사업'이라는 조직보다는 '기획'이라는 역할이 중요하다. 물론 시간이 지나서 고도화된 지금의 경험에서는 '사업'도 중요 해졌겠지만 최초 서비스 론칭 단계에서는 분명 그랬을 것이다.

커머스는 조금 다르다. 커머스라는 도메인은 아주 오래된 상거래 분야이다. 단순히 고객의 편의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판매자가 조금 더 마진을 받고 싶을 수 있고 어떤 여러 가지 유통의 이유로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그리고 잘 팔리는 상품과 팔리지 않는 상품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통의 유통기업은 MD라는 보직을 두고 해당 업무에 집중하지만 네이버의 접근법은 다르다. 커머스도 하나의 도메인이고 IT의 접근 방법을 취하는 것이다.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그리고 사업이 있는 거다.

어느 하루 네이버 쇼핑의 고위직에게 쇼핑의 전략을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우리는 모든 정보를 담는 거야. 인터넷에 없으면 담아야지. 산지직송과 같은 서비스도 다 같은 맥락에서 시작했어'. 쿠팡의 경험만 있던 나에게는 상당히 신선한 이야기였다. 상품의 판매관점보다는 검색 서비스로서 '상품의 데이터'가 없으면 담아야 한다는 전략이 선행된다. 역시 네이버지 싶다. 이런 식으로 데이터를 쌓아가면서 그에 붙일 만한 사업에 대한 고민을 한다.

고객은 상품이 궁금하면 네이버 검색을 하고 그 검색에 블로그들에 나온 평가를 쭉 확인한다. 그러다가 살 마음이 생기면 상품 검색에 가면 믿을만한 직영판매점들이 보이고 네이버 페이를 사용해서 결제하면 사기당할 위험도 줄어든다. 물론 포인트도 짭짤하다. 이런 식의 경험은 '정보'라는 것에서 시작되는 경험이다. 정보를 알아보다 보니 실제 구매까지 이득이 되는 게 포인트다.

(다만 요즘엔 네이버 검색을 하지 않고 유튜브부터 본다고 한다. 혹은 인스타에서 넘어가는 것도 많다. 점점 '정보'의 채널은 다양해진다)




[새우등만 터질 것 같더라니..]


IT에서 커머스로 진출한 기업(네이버)과 커머스를 IT로 풀려고 하는 기업(쿠팡)의 경쟁 구도는 쿠팡이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구체화되었다. 사실 깊게 보면 조금은 다른 경험이긴 하다. 애초에 쿠팡이 바라봤던 시장은 '장보기'에 가까운 생활 밀착형 서비스였고 네이버는 정보에 기반한 탐색형 서비스였다. 다만 생활 밀착의 커머스의 시장이 너무나 컸다. 롯데와 신세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쿠팡에 밀린다는 기사가 나올 때 네이버도 긴장 했을 것 같다. 아무래도 바로 다음 격전지가 네이버와 쿠팡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했으니까.

그래서 한동안은 누가 이긴다 이기지 않는다라는 말이 업계에 꽤 돌았다. 결과적으로는 두 기업만 건재하고 나머지가 힘들다. 검색 혹은 정보를 중심으로 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의 점유율은 네이버에 내주고 있고, 장보기를 비롯한 전체 오프라인 커머스의 경험은 쿠팡으로 모인다. 따라서 오히려 두 기업에게는 최근의 3년은 오히려 평탄했던 것 같다. 네이버도 잘하는 분야(검색과 광고)에 집중해서 고객경험을 좋게 만들고 있고 쿠팡은 쿠팡대로 무서운 성장을 해간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 AI가 언급된다.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



[데이터는 AI의 어머니]


AI는 데이터의 아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AI는 사실 '정보'를 정조준한다. 아직은 조금 먼 미래일지도 모르지만 AI Agent라는 것의 시연의 시나리오는 아래와 같다.

'아 기저귀가 부족하네. 이거 제일 빨리 싸게 살 수 있는 곳이 어디야?'라고 사용자가 입력하면 AI 엔진이 검색을 통해 그럴싸한 URL을 가져온다. 시연 영상에서는 고객이 만족할만한 결과 값을 주어 결제까지 심리스 하게 이루어지지만 현실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아주 간단한 생각하나면 왜 어려운지 알 수 있다. 기저귀의 브랜드와 그 미세한 종류차이. 여름용인지 겨울용인지, 에디션인지 아닌지, 용량이 몇 개인지. 이것뿐만이 아니다. 배송은 언제 되는지, 배송비는 포함인지 아닌지. 더 나아가서 지금 시키면 실제로 오는 상품인지 아닌지 등 사실 이 서비스가 완벽하기 위해서는 뒷단에 있는 '데이터'의 신용도가 온전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당장 AI와 커머스를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우리는 최소한 AI의 방향성은 알 수 있다. AI가 정조준하는 것은 '정보'의 세계다. 결국 다양한 정보들의 서로의 관계를 파악하고 그 정당성을 파악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값을 제공하는 곳에 초점을 맞춘다. 그 기준으로 보자면, 쿠팡은 단 하나의 신용도 100%의 데이터를 쥐고 있다. 바로 본인들이 매입하여 데이터를 관리하는 그 상품 자체다. AI가 아무리 데이터를 연동하고 분석해도 물리적 한계를 손에쥔 쿠팡의 상품 앞에서는 어쩌면 무의미한 일이다.

한편 네이버는 데이터 그 자체다. 더 많은 데이터를 담고 담을 것이다.(요즘엔 글로벌 데이터를 담으려고 하는 것 같다.. 최근 해외 투자기사를 보고..) 그리고 그 비교도 직접 할 수 있는 로직을 손에 얻고자 할 것이다. 네이버 검색 로직의 노하우가 딱 그것이다. 검색이 사실 고도의 기술에 기반하는데 이 기술을 가진 것이 네이버이기 때문에 데이터의 연장선에서 엄청난 혁신이 이러나지 않을까? 물론 매우 잘해야겠지만, 네이버 멤버십과 같은 해자도 있기 때문에 쉽사리 자리를 내어주지는 않을 것 같다.



[AI시대 승자? 내가 알리가 있겠냐만..]


결국 AI시대의 두 플랫폼은 완전히 다른 전략을 취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AI라는 기술을 통해서 오히려 검색이라는 값비싼 기술의 엔진이 돈만 내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물리적인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쿠팡'이 조금 더 유리하지 않을까? 예상해 보지만 검색이라는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논객이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오히려 그 누가 이긴다는 보장보다는 새로운 측면의 접근도 재밌다.

바로 오프라인의 온라인 전환이다. 온라인에 커머스 데이터를 업데이트했던 지난 십수 년의 일은 이커머스라는 거대한 시장을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오프라인에서도 높은 노하우와 특색 있는 경험과 상품으로 기염을 토하는 사업자가 많다. 아직 이커머스 침투율이 45%라고 하는데 나머지 절반이 남은 것이다. 그 사업자들의 데이터는 누가 가지고 있을까? 그것을 실시간으로 손에 쥐는 플랫폼이 있다면 시장의 절반을 가져갈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하다 보니 기업들이 왜 이렇게 테이블 오더와 POS에 집중하는지도 알 것 같다. 특히 POS가 재밌어 보인다. 결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상품이 등록되어야 하고 여러 가지 정보가 모이는 지점인 POS를 장악하는 것은 어떨까? 사용성을 쉽게 하고 무료로 배포하고 또 메시지 기반 광고까지 가능하면 시장 점유율이 확 올라갈 것 같은데? 나중에 정보만 잘 모이면 AI에게 '기저귀 가장 빠르게 구하고 싶어'라고 치면 가장 가까운 매장의 재고도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면서 커피를 사러 카페에 들어가니 요즘 부쩍 많아진 토스의 POS기기가 나를 반긴다. '요즘 토스 일 잘하네..'



[마치며]


요즘 한가합니다. 그래서 글을 쓰나 봅니다. 한가하다는 이미지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상태로 보이겠지만 사실은 열정이 떨어진 모습에 가깝지 않나 나름의 정의를 해봅니다. 'Boredom makes you crzay things'라는 문구가 마음 깊이 꽂히는 요즘입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이라는 고쿠분 고이치로의 서적을 읽어보심을 추천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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