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요즘 쇼핑 어떻게 해?'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십중팔구 이런 답변을 듣게 된다. '뭐 살 건데?' 꽤 오래전부터 쇼핑을 한다는 의미를 하나로 특정하기엔 어려워졌다. 마트, 시장, 백화점 등에 주로 간다는 대답은 구시대의 유물에 가깝다. 어떤 물건을 구매할 것인가에 따라 각 플랫폼이 다르고 접근하는 방식도 다르다. 버티컬 커머스라는 것이 바로 그렇다. 무신사 (패션), 오늘의 집(인테리어 소품), 마켓컬리 (푸드) 등의 서비스가 버티컬을 대표하는 서비스다. 사실 무신사 = 패션으로 치부해 버리기도 민망한 시대다. 모자면 모자, 브랜드면 브랜드를 끝도 없이 파내려 가다 보면 훨씬 더 감도 높은 브랜드와 플랫폼이 등장한다. 네이버 쇼핑의 '윈도'라는 페이지가 버티컬커머스의 합이었다면 이제는 각각 더 깊은 감도를 가지고 독립하는 추세다.
위와는 반대로 과거와는 달리 답이 하나로 수렴해 버린 질문도 있다. '와. 그거 어디서 봤어?'라는 질문에는 당연히 '인스타'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간혹 '유튜브'도 있겠지만 이 분야는 인스타그램이 꽉 잡고 있다. 인플루언서는 인스타에 여러 가지 콘텐츠를 전개하고 그 콘텐츠 뒤로 D2C사이트나 스마트스토어의 URL를 내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동구매도 인기다. 이런 식으로 구매를 떠먹여 주는 콘텐츠는 즐비하다. 단순히 인플루언서뿐만일까? 다양한 브랜드들의 오프라인 홍보도 인스타로 이루어진다. 가히 모든 길은 '인스타'에서 시작한다는 말이 성립할 정도다.
[커머스를 바라보는 2가지 관점]
커머스를 접근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2가지 관점 있다고 생각한다. '상품을 욕망하게 하는 것'과 '욕망하는 상품을 합리적으로 손에 쥐어주는 것'이다. '상품을 욕망하게 하는 것'은 넓은 의미의 광고와 관련이 있다. 단순하게는 가장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는 문구에서부터 최근 들어서는 콘텐츠의 서사를 엮어서 판매하는 방식까지 아주 다양하다. 상당히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에 상품 그 자체로 성공하는 경우보다는 더 많은 경우 특정인의 서사가 어우러진 콘텐츠에서 힘을 발휘한다. 남을 욕망하게 만든다는 것은 큰 능력이다. 능력을 가진 개인들이 여러 가지 플랫폼을 통해 두각을 나타낸다. 시장에 접근하는데 여러 가지 방법론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똑같은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개개인의 역량과 창의성이 두각을 나타내야 '브랜딩'이라는 단어와 함께 그 특성이 정의가 되고 사람들이 열광한다.
'상품을 욕망하게 하는 것'은 기존의 MD와 관련이 있다. 오프라인 커머스 시대의 MD는 그 누구보다 트렌디해야 했다. 어느 정도 '나, MD 야.'라고 말하는 것이 트렌드 하고 힙하다는 것과 동일시되던 시기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MD가 아닌 서사를 가진 개인의 시대가 와버렸다. '뭐 MD는 이제 아예 존재하지 않는가?'라고 하면 그것은 과장이 되겠지만 최근의 소비의 대다수는 콘텐츠의 힘을 가진 개인이 차지한다. 좋은 물건을 찾아서 힙하게 보여주고 넌지시 던진다. '모자 어디서?', '바지 주소 좀..' 이런 댓글들에는 이미 일찌감치 준비하고 있었던 링크와 멘션이 달린다.
[어디서 구했어?]
개인의 감각이 고도화되면서 요즘의 질문은 '그거 어디서 구했어?'로 바뀐다. 각종 한정판과 유행품목은 그것을 어떻게 구했는가에 대해 조금 더 초점이 맞춰진다. '아니 그러니까, 그거 핫한 건 이미 알겠는데 어디서 구했냐고?'라는 질문의 맥락에서 광고보다 재고에 눈이 돌아가게 된다. 크림(KREAM)과 같은 리셀 플랫폼이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 위에 있다. 핫한 건 알겠는데 구할 수가 없으니 기존의 공급자인 셀러를 넘어서 개인의 재고에 눈을 돌리는 방향이다. 기술의 발달이 계속해서 디지털 레터러시의 벽을 부순다. 하루가 다르다 하고 새로운 기능이 나온다. 당근마켓만 해도 이제 상품을 등록할 때 상당 부분의 운영 공수를 AI로 해결해 준다. 이렇게 쉬운 접근성을 통해 이제 개인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도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이것이 커머스의 새로운 마켓을 개척하고 있다.
카카오가 당근마켓을 사고 네이버가 1조 6천억 원이나 들여 미국의 포시마크를 인수하고 왈라팝을 인수하는 것도 이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해가 된다. 넥스트 커머스 플랫폼은 개인의 거래를 무시할 수 없다. 점점 더 현미경이 필요한 영역으로 데이터를 무기로 시장이 깊어지는 추세다. 결국 보이는 광고의 영역은 이미 당연한 것이 되었고 이제는 곳곳에 숨어있는 재고의 데이터를 플랫폼 위로 끌어올려서 '욕망하는 상품을 지금 당장 손에 쥐어주는' 작업을 하는 상황이다.
[물류와 SCM의 뭐가 달라?]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물류와 SCM(Supply Chain Management)의 차이가 뭐예요?' 사실 이 분야의 현업자 분들도 크게 구분하지 않고 용어를 쓰기도 하지만 실제로 엄밀히 구분해 놓은 것도 찾기는 어렵다. 그럴 때마다 사용하는 예시가 있다. '잘하는 물류는 쿠팡의 새벽배송이고 잘하는 SCM은 애플의 예약판매다.'
물류는 물건 이동의 효율성에 힘을 쏟는다. A지점에서 B지점으로 물건을 이동할 때 가장 낮은 비용으로 가장 빨리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SCM은 전체의 흐름을 보고 사업에 유리한 결정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재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개념이 된다. 애플의 예약판매는 재무적으로 상당히 좋은 흐름이다. 수요를 먼저 파악하고 계획된 수요 안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은 재무적 효율이 가장 높다. 다만 애플과 같이 팬덤으로 수요가 높은 제품에 한해서 시행할 수가 있다. 오로지 그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한 달을 기다릴 수 있는 상품이어야 한다. 공동 구매도 마찬가지다. 펀딩도 마찬가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브랜딩만 잘한다면 무자본으로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재고는 이렇게 중요하다. 대다수의 브랜드 사업자가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보통 여기서 발생한다. 입소문을 타서 상품이 잘 팔리기 시작할 때 고민을 한다. '이거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데' 그런데 한편 다른 감각이 외친다. '그런데 안 팔려서 재고 쌓이면 어떻게?' 이 고민을 하다 보면 늘어난 주문에 '주문이 밀려 배송은 2주 뒤가 됩니다'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띄울 수밖에 없다. 슬픈 것은 그 2주에 또 다른 브랜드가 시장에 나오고 2주가 지난 시간에는 내 상품의 핫함이 사라지기 일쑤다. 이렇게 재고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플랫폼과 재고]
모든 정보가 플랫폼에 올라오는 세상을 살아간다. '가슴속 3천 원'이라는 앱이 있다. 위치기반으로 가까운 붕어빵 가게를 알려주는 어플이다. 잘 생각해 보면 결국 '상품을 욕망하게 하는 것'을 이미 확신할 때 '상품을 합리적으로 손에 쥐어주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붕어빵가게의 운영 유무를 제일 잘 아는 것은 붕어빵 가게 주인이기 때문에 가게주인의 디지털 레터러시가 가장 중요하다. 이 부분도 요즘엔 대규모 플랫폼들이 AI기반 기술로 상품 및 재고의 정보 등록을 정말 간편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계속해서 '상품을 합리적으로 손에 쥐어주는' 플랫폼의 노력이 최근 플랫폼들의 방향성에서 잘 드러난다.
관점을 확장해서 크로스보더 시장을 살펴보면 더 좋다. 이 부분은 따로 주제로 다룰 예정이지만 아주 간략히 설명해 본다. 크로스보더, 직구라고 불리는 시장의 확산은 당연한 흐름이다. 내가 판매자라고 가정해 보자. 기존의 통관을 통하여 수출 및 수입하는 프로세스에서는 내가 팔아야 하는 상품의 수요를 미리 확신한 상태에서 물류비등을 고려하여 미리 상품을 그 나라에 보내 놓아야 한다. 생각보다 시장 반응이 안 좋으면 본국에서의 손해와는 차이가 다른 손해가 온다. 해외에서 땡처리도 쉽지 않기 때문에 창고비등 악몽이 돼버린다. 그런데 직구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판매자는 본국에서의 재고만 관리하면 된다.
[편의점앱의 사용법]
요즘 자주 사용하는 커머스 어플 중 하나는 편의점 앱이다. 개인적으로 편의점 앱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재고 연동의 매끄러움이라고 생각한다. 편의점은 비교적 가까이 있기 때문에 배달을 시키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상품이 나와 가까운 편의점에 있나?라고 파악하려고 한다. 이렇게 확인을 먼저 하고 가면 헛걸음을 할 확률이 줄어든다. 특히 주류 구매를 할 때 많이 사용한다.
중요 3사의 앱을 모두 사용하고 사용성도 파악해 두었다. 너무 비판적인 내용이 들어갈 것 같아서 말을 아끼지만 이마트 24 앱만큼은 한마디를 해야겠다. 한동안 맥락 없는 게임 기능과 그 기능으로 비롯된 잦은 업데이트가 정말 끔찍하게 싫었는데 최근 게임을 없애고 많이 개선되고 있다. 누군가 내부에서 사람이 바뀐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