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의 근무태만

난 기계가 아니다

by 시크매력젤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설 연휴에 부천 공장은 개인 연차 일괄 사용을 하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회사 회장의 명령이라고 했다. 난 노예가 아니다. 명령하면 다 이행해야 되는 기계도 아니다. 무시하는 언사에 화가 났다. 사전에 설 연휴 연차 소진에 관해서 설문을 했을 때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회사에 밝혔다. 회사 마음대로 할 거면서 물어보기는 왜 물어본 건지 어이가 없었다. 인사팀장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 "회사 방침인데 굳이 나와서 일을 하겠다면 업무 계획서를 작성한 후 부서장 승인 후 인사팀 제출하면 최종 검토를 통해 업무인정여부를 결정하겠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업무계획서를 올리고 부서장 승인이 있어야 된다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내 연차를 마음대로 쓰고 싶다는 데 회사 측 대답은 그야말로 '네가 뭔데 하라면 하라는 데로 말이나 듣고 가만히 있어'라고 들렸다.


연차 일괄 사용 공지가 내려온 후 고민했다. 이걸 노동부에 신고해야 될 것인가 말 것인가. 이틀 후 노동부에 진정서를 작성한 후 접수했다. 그 후 고용노동부에서는 세 번의 알림이 왔다. 이튿날 진정서 접수가 되었다는 알림이 왔고 두 번째는 근로개선 1 과로 배정되었다는 알림이 왔다. 세 번째는 25년 1월 21일에 사건 조사를 위한 출석요구서 알림이 왔다.


진정서 넣기 전에도 고민이 많았고 고용노동부에 출석하기 전까지 괜히 했나 하는 후회도 많았다.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였다. 노동부에서 회사로 내가 진정서를 넣었다는 걸 알면 무슨 말이라도 있어야 되는데 아무 말이 없었다. 회사에서 아무말 없었던 이유를 오늘 출석한 후에 알게 되었다.


두 시가 출석시간인데 십오 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담당 근로감독관 앞에 앉았다. 조사를 받는 도중 두 시가 약속시간이니 연차소진 판례를 찾아보겠다며 나보고 밖에 나가 앉아있으라고 했다. 두 시가 넘은 시각 호명이 돼서 근로감독관 앞에 다시 앉았다. 근로감독관 하는 말이 솔텍이라는 회사에 일하는 근로자로부터 진정서가 접수되었다는 전화를 오늘 처음으로 했다는 것이다. 어떠한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뭐지' 황당했다. 나는 압박감이 덧댄 세 번의 알림과 노동부에 출석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쓰고 싶지 않은 피 같은 연차를 내고 이곳까지 왔다. 오늘에서야 그것도 진술서를 작성하는 도중 밖에 나가 있으라고 하더니 그 사이 상대방인 회사에게는 이 모든 절차를 전화한 통으로 끝마쳤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하는 이야기가 아직 피해를 본 게 없으니 일 터지고 나면 다시 진정을 넣으라는 말이었다. 이 날 나는 취하서에 사인하고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피의자가 된 것 같은 이 불편한 감정은 뭘까. 하찮고 가소롭게 여겨서 진정인인 내게는 세 번의 알림과 한 번의 출석을 요구했고 피의자에게는 알리지도 않았다. 이해할 수 없었다. 적어도 진정인이 출석하기 전 상대방인 회사에게 진정건이 접수되었다고 알리는 게 순서이지 않나 싶다. 근로감독관은 이 진정건에 대해서 조사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스럽다.


나는 이 짓을 왜 한 걸까?

근로기준법이 내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아무도 내편이 되어주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더 이상 기계취급 당하고 싶지 않았고 인간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걸까.


연차는 노동자의 권리이다. 누군가가 내 권리를 빼앗으려 하고 있는데 뺏기고 난 다음에 다시 진정서를 제출하라는 '고용노동부 부천지청'

이게 현실이고 대한민국의 현실이라 생각되니 답답하고 울컥 치미는 걸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언제쯤 이 나라에서는 내 권리를 찾으며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많은 질문들만이 어지러이 머릿속을 떠 다닐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