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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Jul 05. 2022

신입과 경력, 경력과 신입

경험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최근 두 번의 면접을 경험했다. 우연히 두 곳 모두 면접자가 나 포함 두 명이었다. 한 곳은 현직자, 한 곳은 신입. 현 직장인과 경험한 면접은 덩달아 나까지 여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심지어 그는 질문도 잘했다. 필요한 걸 요점만 짚어 물었다. 답변할 때도 질문에 대해 명료하게 답했다. 다른 한 곳은 나에 비해 긴장감이 묻어나는 면접자였다. 물론, 나도 긴장을 했지만. 그는 정말 열심히 많은 걸 공부해온 반면 나는 허둥지둥 도착해 이미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말 그대로 허겁지겁 도착해 담당자와 면접관에서 총 두 번 양해를 구했다. 복장 때문이었다. 셔츠에 슬랙스까지는 봐줄만했는데 하필 검은색 반스 운동화였다. 심지어 같이 면접 보는 분을 보니 이건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라도 지켜 다행이다,라고 여러 번 속으로 외치며 면접장에 들어섰다. 양해를 구해서 시작한 면접은 처음이었다. 앞으로도 처음 겪는 일은 많겠지만 이런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해야겠다. 


으레 그렇듯 괜찮다고 말씀하시며 웃음 짓는 표정에 '아 정말 망했다!'라고 여러 번 되뇌었다.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간단명료하게 툭 끝내고 나자 옆에서 들려오는 긴 문장. 면접관은 두 분 성격이 드러나는 것 같다며 웃으셨다. 같이 웃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어 여러 질문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만 옆 자리가 신경 쓰였다. 자신의 경험을 곁들인 답변이 중간중간 끊일 듯 자꾸 이어질 때면 내 마음이 들썩거렸다. 잠시 멈칫거리며 어울리는 단어를 고민하거나, 적당히 마무리할 말을 빠르게 떠올리지 못할 때면 몇 번이나 "정답!"을 외치며 대신 말할 뻔했다. 


그 언젠가 너무나 간절해서 면접관의 질문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던 내가 떠올랐다. 어떻게든 내가 가진 걸 보기 좋게 나열해 꼭 나를 뽑게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각지 못한 모양으로 넘쳐흘렀었다. 중간중간 질문에 벗어난 답변을 할 때 느낀 자책과 '아차!' 하며 우당탕탕 마무리했던 내 모습이 옆 자리 위로 쏟아졌다. 심지어 옆 자리 이 분은 과거와 현재의 나보다 괜찮은 컨디션이라 내가 걱정한 처지는 아니었지만. 


다양한 면접을 경험하며 자꾸만 신입과 경력, 경력과 신입 이 두 비교 대상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런데 난 신입일까 경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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