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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Jan 06. 2023

가족 구성원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

마침내 도시집의 시대를 마무리해야 할 때가 되었다.


기억하지 못하는 초등학교, 중학교 초반 이후 드문드문 기억하는 때부터 우리 집은 많은 사람이 드나들었다. 버스정류장 혹은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이었다. 지금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는 친구 중에도 내 옆에 서있다가 휩쓸려 우리 집에 와본 친구들이 있다. 꼭 같은 반이 아니더라도 그랬다. 친구들을 비롯해 양가 친척들이 모이는 다리였다. 이는 위치적 이유도 있겠지만 엄마의 요리솜씨와 다정한 마음이 차지하는 비율이 9할이었다.


엄마는 누가 오든 따뜻한 밥을 차려주었고, 곁에 앉아 이야기했다. 처음 방문했던 친구라도 우리 엄마와 단 둘이 앉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 건 필수 코스 같은 것이었다. 그만큼 사람을 조심스럽게 대하는 엄마의 태도를 내가 좋아했다. 잠시 자리를 비웠다 오면 어느새 친구와 엄마는 사는 얘기를 잔뜩 나눈 뒤였다. 반면, 아빠는 엄마와 정 반대로 집에 사람이 와있으면 퇴근도 미루고 밖에 있다 들어오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아빠도 중고등 시절 친구들이나 자주 왔던 대학 동기들이 방문하면 함께 저녁을 같이 하곤 했다.


교복을 입었던 친구는 사복을 입고, 양육자가 되어 방문하기도 한다. 심지어 친구와 친구의 아이가 함께 오기도 했다. 아파트 숲에 사는 어린이들이 난생처음 방문하는 도심 속 펜션 같은 곳이었다. 이렇게 나의 도시집은 가족뿐 아니라 나의 지난 많은 관계가 스친 곳이다. 내가 가진 것만으로는 수많은 인연과 시간을 보내지 못했을 것이다. 작은 골목 안 주택, 친구들을 따뜻한 음식으로 환대하는 나의 부모님, 가끔 머쓱한 표정으로 참고 앉아 있던 동생과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가만히 방에 들어가 도시집에서 보낸 시간을 곱씹었다. 부모님은 도시집과 시골집을 오가긴 해도 이미 시골집에 무게가 훨씬 실려있다. 내가 어떤 걸 선택하든 응원하겠다는 애인이 있어 어렵지 않게 도시에 머물러도 별 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시골집으로 향하고 있는 부모님의 마음과 계획 속에 조만간 내가 걸림돌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지금까지 자식이라는 이유로 애써 감싸주고 지키던 그 에너지도 항상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그걸 아주 조금 덜어주고 싶었다. 내게 어떤 일이 생기던지 가장 먼저 기뻐하고 슬퍼할 가족이기에 나도 그런 가족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익숙할 수 있지만 여전히 새로운 시골집으로 향하는 그 길에 조금 더 수월할 수 있도록.


서서히 도시집의 시대를 마무리해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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