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서울에 사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그러니까, 갑자기 서울로 향한 건 생각보다 이른 부모님의 시골행 때문이었다. 해외에 있다 돌아온 나는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함, 안정감에 취해 있었다. 가능하다면 부모님이 사는 곳 곁에 머물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며 도보로 오갈 수 있는 직장도 알아보고 있었다. 10년간 알았던 친구와 연인이 되어 서울을 오가며 데이트를 할 때까지만 해도 서울에 가서 사는 건 1~2년 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부모님이 시골집을 계약했다. 생각보다 입주 시기가 한 달 정도 당겨졌을 때도 나는 부모님 곁에 살 궁리를 했다. 시골집을 오가던 친구 부모님만 해도 1~2년 정도 천천히 준비하시다가 완전히 입주하셨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특히 엄마가 착실하게 산 덕분에 경제적, 행정적 업무가 빠르게 해결되었고 한창 애인과 데이트를 하고, 오랜만에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던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땐 프러포즈를 받은 직후였다.
‘그래!’라는 대답은 생각보다 많은 변화를 담고 있었다. 여전히 실감 나지 않지만 그런 예감이 든다. 파도 위 서핑 보드를 타고 있는 기분이다. (안 타봄) 그런 기분을 대충 느끼고 있던 와중 시골집과 사랑에 빠진 부모님이 보였다. 정신없이 놀다 온 도시집 주방 찬장을 열었는데 보이는 텅 빈 공간. 이곳에 머무는 게 과연 맞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방으로 들어가 ‘나’보다 ‘가족’의 삶을 생각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