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브런치에 접속해 글을 남겨 보기로 해
모든 일이 동시에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다시 브런치에 접속했다. 명상하는 마음으로 쓰는 글이다. 일기에 구구절절 남겨봤자 쓰다 보면 넘칠게 뻔한 좁은 칸을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요즘은 다시 소속이 없는 상태. 아니, 여러 곳에 이력서를 넣어 면접은 꾸준히 보고 있는데 정작 하고 싶은 곳에는 어쩐지 제대로 써서 넣고 싶어 머뭇거리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다 아는데도. 대전집에 있었으면 오늘도 주변만 맴맴 돌다 지원하지 않았을 테지만 어쩐지 서울집에서는 용기가 난다. 이곳에서 여유를 가지고 살려면 어쨌든 최소한의 목표치를 위해 해내야 하니까. 이런 목표가 있는 게 너무 반갑다. 그 시절 가장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싶다. 물론, 그들보다 너무도 느긋한 모습이기는 하지만.
부모님은 그 어느 때보다 활력이 넘친다. 도시와 시골, 두 곳에 집을 두고 오가는 생활을 시작했다. 애초에 말했던 3년보다 더 빨리 시골집에 정착할 것 같다. 환갑을 넘긴 아빠는 아무도 없는 시골집에 덩그러니 남겨진 택배를 두고 보지 못한다. 애인이 보낸 시골집 핫 아이템을 뜯어보며 주말만 기다린다. 주말을 기다리는 이는 주 5일 근무자와 시골집에 막 입성한 60대 남성일 것이다. 왕복 2시간이 소요되는 지역에 일하러 다니기도 하는데 시골집 가는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엄마는 이미 시골집으로 서류상 입주해 두 집 살림 중 시골집으로 무게가 거의 쏠려있다. 도시집은 벌써부터 온기가 반쯤 덜어졌다. 어느 쪽에 얼마나 머물던 이상하게 살림은 똑같이 필요하다. 도시에 있어야 하는 건 시골에도 있어야 한다. 그릇, 냄비, 밥솥, 수건, 수저, 테이블, TV 등을 비롯해 면봉이나 이쑤시개 같은 것들조차 있던 자리에 존재해야 한다. 시골집을 채우는 모든 살림을 새 걸로 채우면 좋겠지만 예산에는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소비에 대한 부모님의 가치관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사용한 지 거의 10년 된 가전제품만 새 걸로 샀고 도배, 장판 이후 물건이 하나 둘 집안에 자리 잡았다.
큼직한 소비 중 하나, 식탁에 대한 아빠의 고집이 있었다. 기존 4인이 아닌 6인 식탁일 것. 주로 머무는 사람은 부모님 단 둘이고, 방문객은 1년 정도 지나고 나면 줄어들 터인데 아무리 설득해도 아빠는 꼭 6인 식탁을 구매하라고 했다. 엄마는 알겠노라, 대답하며 우리 기준에는 아주 비싼 가격의 식탁을 들였다. 가격을 들은 아빠는 흠칫 놀랐지만 구매대행을 요청한 입장으로 이미 구입한 물건에 대해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수 없었다. 식탁을 구입하자마자 아빠는 나와 동생에게 연말에 시간을 같이 보내자는 제안을 했다.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각자의 애인을 동반하라는 필수요청이 붙었다. 서울에서 이곳까지 오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아느냐, 고 말하려다 아마 바빠서 오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만 했다. 반전은 애인 쪽이었다. 시골집에 가겠느냐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알겠다는 대답이 나왔다. 그렇게 2022년의 마지막과 2023년의 첫날을 모두 같이 보내게 되었다.
이렇게 가족, 애인과의 관계는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다. 무난하다는 말보다는 행복하다는 말이 훨씬 더 어울린다. 다만, 나의 직업적 진로는 도대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그나마 짧고 굵게 적금을 부어 하반기에 있을 행사를 무사히 치러야 한다는 생각이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혹시 조직에 속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나는 전업주부인 엄마처럼 안팎으로 바쁠 여력이 아직은 없는데. 이상하게 전업주부인 엄마를 평생 보며 살았지만 내가 전업주부로 사는 건 상상해 본 적이 없다. 만약 아이를 갖는다면? 고립감은 얼마나 클까? 도움이 아닌 도움이 항상 필요로 하는데 매번 말해야 한다면 얼마나 구차할까? 화가 많이 날까? 평생 기혼 무자녀로 산다면 이 삶 위에 오롯이 잘 서있을 수 있을까? 양쪽 다 경험하지 않고서야 알 수 없다. 사실, 양쪽을 각각 경험 중인 친구들에게 이미 많이 보고 들어 글만으로는 알고 있다. 다만 길고 긴 시간 속에서 특별한 일 없이 산다는 게 어떨지 모르겠다. 그런 시간을 고작 몇 년 살아보지 않아서 어떻게 살던지 아무튼 모르겠다는 대답만 나온다.
이만큼 쓰고 나니 어쨌든 매일 기록해두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어떻게 살던지 기록해놔야 나중에 되짚어 볼거리가 있을 거니까. 아무튼 대충 널브러져 있을 것 같은 날이었는데 앉아서 글을 썼다. 쓰다 보니 계속 쓰고 싶다. 이제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목록을 구성해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