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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Apr 16. 2022

01. 흔한 인문계열 수포자

이번엔 다른 실패를 해보려고요

초등학교 4학년, 수학을 포기했다. 꽤 이른 시기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때부터였을까. 친척 언니 덕분에 하던 눈높이 수학도, 잠깐 다닌 단과 학원도 아무 소용없다고 느꼈다. 가끔 엄마는 과외를 시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촉촉해진 엄마 앞에서 조용히 있다가 20대 초반엔가 겨우 대답한 적이 있다.


“잘했으면 오늘 굶을 상황에서도 과외시켰겠지…”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여전했다. 수행평가 같은 과제만 겨우 해내기 바빴다. 매년 신기하게도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었다. 나를 붙들고 설명하고 알려주고 보여주던 따스한 사람들 (잘 지내길 바란다 사람들아). 그런 마음을 넘치게 받았음에도 제자리걸음. 당연하지 않나? 제자리에 있었으니 제자리걸음이지.


낮은 성적에 국립대라도 갈 수 있던 건 그때 그 시절 입시전형 덕분이었다. 수리를 보지 않는 몇몇 학교가 있던 때. 조금 늦었거나 일렀다면 내가 또 어떻게 살고 있었을지 궁금하네.


문제는 대학이 아니었다. 그 수리인지 수학이라는 게, 숫자가 사는 데 꽤 중요하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비교적 쉽게 배울 수 있는 때는 분명히 있다. 나중에 깨달았을 때 장점은 정말 필요해서 순간 집중할 수 있다는 거. 단점은 그 시절에 비해 저 엉 말 힘들다는 거. 마음먹는 것부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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