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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May 25. 2022

마침내 혼자 해외여행에 나서며

쓰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삶은 계속 되니까

수많은 풍경 속을 혼자 걸어가는 걸 두려워 했을 뿐

하지만 이젠 알아

혼자 비바람 속을 걸어갈 수 있어야 했던걸 

- '삶은 여행' 이상은



몇 번 가보지 않은 해외여행 중 온전히 혼자였던 적이 없다. 혼자 비행기는 타도, 여행은 항상 누군가와 함께였다. 언젠가는 혼자 꼭 해봐야지 생각했었는데 그런 기회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참여하고 있던 해외취업 프로그램을 중도 포기한 직후였다. 이런저런 핑계를 모아 최대한 빨리 태국으로 향했다. 


나라 선정 기준은 무격리 혹은 격리 3일 이내, 가까울 것, 가보지 않은 곳일 것.



‘세상 모든 일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참여했던 해외 취업 프로그램 중반부터 지금까지 마음 제일 위쪽에 놓은 문장이다. 태국 가는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자잘한 어려움이 계속되었다. 어려움이란 단어를 쓰니 무슨 고난과 역경을 겪은 것 같은데, 그건 아니고. 예를 들면, 준비한 서류와 항공사에서 제시한 사항이 맞지 않아 비행기를 타지 못한 일, 오랜만에 간 집에서 기대만큼 편안하지 않았던 일, 공항 카운터 앞에서 리턴 티켓을 추가로 끊은 일. 이런 것들. 그러다 보니 몸뚱이 하나 잘 건사하고 있는 걸 행운으로 여기며 돌아다니게 되었다. 


태국은 더웠다. 일상 회복이 되지 않아 거리에 사람이 없는 걸 몰랐을 땐, 이 더위 때문에 사람이 없나 싶을 정도로. 그늘에 서 있어도 더위는 가시지 않았다. 불구덩이 속에 머무르는 것 같았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하루 루틴 - 아침에 일어나 집안일을 하다 오후에 나가는 - 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외출은 아침 일찍 혹은 해가 지는 시점에 하기로 했다. 이런 루틴에 머리보다 몸이 빨리 적응했다. 머리는 게으르다고 하는데 몇 번이나 더위에 당한 몸은 무슨 소리냐고 말했다. 그런 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머리를 위해 뭔가 충족시켜야 했다. 쉬는 방법은 몰라도, 계속할 수 있는 것들은 잘 알고 있으니까. 


아점 먹을 때 아이패드를 들고 나가서 짧게나마 독서 했다. 이전보다 더 꼼꼼히 읽어가며 밑줄 그었다. 다 읽고 나면 필타를 했고, 그중 가장 와닿는 문장을 필사했다. 일기장, 메모 어플 곳곳에 적고 또 적었다. 그동안 보기 힘들다고 느낀 모든 것들을 보기 시작했다. 드라마, 유튜브,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보고 인상 깊은 점을 적고 쓰고. 이만하면 머리가 편해졌을까? 돌아다니며 보는 풍경마다 눈길 끄는 것마다 찍고 찾아봤다. 이만하면 됐을까? 다행인 건, 내가 걸어 다니며 보고 들은 걸 찾아 기록하기를 어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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