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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키 Sep 23. 2024

복자씨의 별사탕

별사탕_복자씨 이야기 2

모처럼 친구와 만나 차를 마시고, 저녁을 먹고, 다시 차를 마시기로 하고 길을 걷는다.  어쩐지 헤어지기 싫은 건 나만이 아닌가 보다. 입추에 처서까지 지난 지 한참이지만 한낮의 햇살에 숨이 가쁘고 한밤중 식지 않은 열기에 몸살이 날 지경이다. 풀잎 사이 어딘가에서 풀벌레 소리가 또랑또랑하다. 나는 풀벌레 울음소리가 별빛의 반짝임인 것만 같다.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문득 친구에게 물었다.

"별을 보면 뭐가 떠올라?"

"별사탕!" 친구가 거의 즉각적으로 대답을 한다.

"별사탕?" 예상치 못한 순간에 장난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하곤 하는 친구인지라 나는 위아래  입술에 힘을 줘 꼭 붙이고 눈을 가늘게 치켜뜨며 되묻는다.

"하하.. 진짜야." 친구가 억울하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대답한다.  얼마 전에 라면땅 같은 과자를 먹었는데 그런 과자가 아직도 생산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자만 그 안에 든 뽀얀 별사탕이 새삼 이쁘고 귀여웠다고 강조한다.


"너는?" 친구가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나는? 나는……별.." 나는 고개를 살짝 모로 꺾어 친구를 올려다보며 웃는다.

"별?" 이게 웬 말장난이냐는 듯 이번엔 친구가 가늘게 뜬 눈과 입꼬리에 힘을 주며 묻는다.

"응.. 알퐁스 도데의 별.. 학교 다닐 때 국어책에서 읽었던 이야기 말이야"

친구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내용이 가물가물했지만 그래도 도막도막 생각나는 대로 둘이서 이야기를 퍼즐 맞추듯 기억을 모아간다.


스테파니 아가씨와 목동의 사랑스러운 이야기..

사람 그림자조차 만나기 힘든 산속에서 양을 치는 목동에게 어느 날 주인집 따님 스테파니 아가씨가 먹을 걸 가져다주게 된다. 되돌아가는 길 스테파니 아가씨는 폭우로 불어난 내를 건너지 못하고 비에 홀딱 젖은 채 목동이 사는 곳으로 되돌아가고.. 스테파니는 " 저 별은 순례자의 별.. 저 별은 나그네의 별.. 저 별은 목동의 별… …" 목동이 들려주는 별 이야기를 듣다가 목동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든다.. 뭐 대충 이런 얘기였던 거 같다.


친구가 물었다. "그 이야기 중학교 때 교과서에 실렸었어, 고등학교 때 실렸었어?"

나는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유는 당시 국어선생님의 얼굴이나 모습은 기억나지 않지만 선생님의 말씀만큼은 똑똑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가 국어 책에 실렸다는 건 너희도 사랑을 할 나이가 되었다는 뜻이란다."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을 때, 그때 혼자서 얼굴이 붉어져 고개를 숙였던 건  마침 내가 스테파니 아가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기 때문이었다.


고등학생 때 이런 이야기로 얼굴이 붉어져 고개가 숙여졌을까? 말도 안 되지..  암 그렇고말고..

나는 친구에게 아마도 중학교 때가 아닐까 싶다고만 대답을 한다.


친구가 씩 웃으며 한마디를 던진다.

"너, 설마 아직도.. ? 나는 목동과 스테파니 같은 사랑은 싫다. 그런 사랑은 절대 못한다!"

으이구.. 그럼 그렇지.. 이 인간.. 또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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