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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키 Sep 27. 2024

시간의 흐름

시간은 저의 속도에 따라 규칙적으로 오직 한 방향만을 향해 흐르는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여기서 한 방향이라 함은 미래를 뜻한다.

물론 누군가는 시간은 마치 나선형처럼 흐른다고도 하고,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어쩌면 미래의 끌어당김으로 인한 거라고 말했지만 나는 실상 잘 와닿지 않는 느낌이었다.


아침에 빨리 도서관에 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손빨래해야 할 것들-속옷과 검은색 옷들, 그리고 아들이 아침에 부랴부랴  찌개에 밥 한 술 후루룩 말아 먹고 후식(?)으로 어제 먹다 남은 콜라를 급히 마시다가 흘려 버려놓은 바지 등을 조몰락 조몰락해서 물이 빠지게 바구니에 받쳐놓고 오후가 가까운 오전쯤에야 일어날 딸을 위해서는 대패삼겹살로 불고기를 하고 가지나물을 볶아둔다.


간단히 그러나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샤워를 하다가가 불쑥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는 시시각각 형성되고 변화하는 현재들이 축적되어 과거가 되고, 그 과거가  그 위에 병렬 혹은 직렬로 연달아 축적될 현재의 모양과 형태와  만든다고 생각했다.  물론 새롭게 축적될 현재는 미래여야 한다. 그런데 문득 나는 미래가 이미 나에게  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조금 있다가 만날 도서관이 현재의 나를 움직이는구나..


나는 바쁘게 빨래를 하고, 고기와 나물을 볶고, 샤워를 하고 있지만 그건 어젯밤에 오늘은 도서관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젯밤에 나의 미래에 이미 도서관이 생겨버린 거라는..  그 말인즉 미래에 존재하는 도서관이 나의 아침을 이끌고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현재는 머지않아 과거가 될 테고, 미래는 현재가 될 거라고시간에 대한 아주 단선적인 시각을 당연히 여겼다. 물론 때와 상황에 따라  그 단선적인 생각이 가끔씩 흩어지는 걸 목도할 때가 있었지만 그냥 흔히 '기억'이라 부르는 뇌의 '작용'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과거는 현재에 구현되고  그리고 미래는 현재에 현신한다. 역시 단순한 예로 누구는 과거의 어떤 것 때문에 미래를  제거 시키기도 하고, 반대로 미래의 어떤 것 때문에 현재를 삭제하기도 한다.

그러면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현재로 과거를 그리고 미래를 다른 모습으로 (좋은 의미에서) 둔갑시킬 기회가 우리에게 있지 않을까..


어제-과거에- 나는 다음날 도서관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오늘 아침-현재-에  미래가 내게 속삭인다.

"어서 와, 나는 너의 어제이고 오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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