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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넛버터젤리 May 28. 2021

제가 외로움을 많이 타서요.

아, 제가 유독 외로움을 많이 타서요.


금요일의 이른 저녁시간, 아직은 해가 떨어지지 않은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어느 건물 3층. ‘아리네 심리상담소’ 표지판이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 푸른색의 낡은 철문 앞에 서있었다.


깊은 숨을 한번 들이마신 나는 조금은 어색한 몸짓으로 초인종을 찾아 눌렀다. ‘삐익- 덜컹’ 생각보다 큰 초인종 소리에 놀라며 곧바로 열린 문을 무겁게 밀어 열었다. 눈 앞에는 다섯 평 남짓한 방이 보였고 적막이 흐르는 방 안에는 테이블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일찍 오셨네요. 아직 준비를 못했는데.” 어색하게 웃으며 블루투스 스피커로 연결된 핸드폰을 집어 들어 급하게 음악부터 켜는 그를 보며 다음에는 정시에 맞춰서 도착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나의 이른 등장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를 앞에 두고 나는 테이블 한쪽에 놓인 의자를 끌어 자리를 잡아 앉았다.


따뜻한 , 커피 중에 어떤  좋으세요?”  한쪽에 놓인 싱크대에서 덜거덕 찻잔을 꺼내며 그가 물어왔다. “저는   잔만 부탁드릴게요.” 그는 이내 냉장고를 열어 1.5리터짜리 생수병을 꺼내더니 이미 꺼내  찻잔 대신 잔에   잔을 따랐다.


이곳에는 어떤 계기로 와보고 싶으셨어요?” 테이블 맞은편 자리에 앉아 물이 담긴 잔을 건네며 하는 그의 질문에 나는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아, 제가 유독 외로움을 많이 타서요.” 그렇게 다소 두서없는 대답과 함께 나의 생애 첫 심리상담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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