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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미 Nov 26. 2020

코로나 시대, 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합니다


“기타 목적으로 OOO님이 제안을 하셨습니다.”


지지난 주 제 브런치 알림에 평소와는 다른 알림이와 있더군요. 풍문으로 출판사에서 브런치 작가님들께 출간 제안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은 터라 이 알림을 보는 순간 심장이 쿵. ‘드디어 내게도 기회가?’ ^^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작가님 중에 90%는 출간이라는 목표를 갖고 계실 거예요. 저도 살짝 그렇고요. 계속 글을 쓰다 보면 뭔가 길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 같은 거랄까요. 물론 그것이 출간 일지 다른 것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요.


평소 지메일을 사용하지 않는 터라 헤매고 헤매 간신히 접속해 메일을 읽어봤어요. 결론은 신간을 읽고 서평을 부탁한다는 출판사 에디터님의 메일이었답니다. 일단 나쁜 일은 아니니 한숨 돌리고.. 가만히 생각하니 왜 제게 서평을 부탁하셨는지 궁금해지더군요. 제 브런치 글 중 서평은 하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부탁하시는 책의 주제에 맞는 글도 없었거든요. 심지어 구독자를 많이 가지고 있지도 않고요. 물론 저에게만 제안 메일을 보내지는 않으셨겠지만 그래도 브런치에서 첫 제안을 받은 것이 신기해 진행하기로 했어요.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좋은 말만 쓰지 않아도 된다는 에디터님의 말씀이었지만요. 아마 에디터님이 제가 모두 까기에 소질이 있다는 걸 모르셨나 봐요. ㅋㅋ


제가 체험단을 하지 않는 이유는 첫째는 게을러서고, 둘째는 검색했을 때 광고성 글로 도배되어 있는 SNS에 질렸기 때문이고, 셋째는 제가 영향력이 없어서 그다지 당첨이 잘 안되서예요. 여러분은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했을 때 첫 페이지에 도배되어 있는 광고성 글들에 질리신 적 없으신가요? 저는 좀 피곤하더군요. 그래서 네이버 첫 페이지는 믿고 거르고요. 서평은 알라딘의 좋은 말 대단치 서평 다 건너뛰고 악플만 골라보고 선택한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이상한 사람? ^^;;) 이런 제게 딱 맞는 서평 제안이 들어왔으니 해봐야겠죠?



그럼 좋은 말만 쓰지 않는, 신개념 모두 까기 서평을 시작해 볼게요.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든 생각은 '망했다', '서평이 아니었다면 읽다 덮어버렸을 책'이었다. 진정한 독서가는 분야를 가리지 않겠지만 학창 시절 하이틴 로맨스와 추리소설로 '책 좀 읽었네'라고 뻥치고 다니는 나 같은 사람은 분야를 가린다.(언젠가는 폭넓게,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어낼 수 있는 날이 오겠죠? ^^) 그래도 서평을 쓰겠다는 약속을 했으니 꾸역꾸역 읽었다. 다행히 논문을 보는 듯한 도입부를 넘어가니 조금씩 책이 눈에 들어왔고 14일간의 일상으로의 여행은 집순이의 새로운 취미생활이 되었다.



여행을 좋아했으나 육아로 인해 여행을 할 수 없게 된 저자. 그의 모습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로 여행을 멈추게 되었다는 점에서 현재의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타인의 의지로 좋아하는 무언가를 하지 못하게 될 때의 답답함은,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이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하지만 저자는 둘째 육아를 시작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다르게 갖게 된다. 마치 원효대사의 해골물 이야기처럼 말이다. 나가자고 보채는 첫째에게 이끌려 나간 산책길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스스로 결정해 나간 둘째와의 산책길에서는 보이면서 저자는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여행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꼭 비행기를 타고 집에서 먼 곳으로 떠나는 것만이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집을 떠나지 않고 여행을 즐길 수는 없을까?



국어사전에서 '여행'의 뜻을 찾아보면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여행의 장소를 '다른 고장이나 외국'으로 지정하고 있으니 이론적으로 일상으로의 여행은 여행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고장이나 외국'이라는 장소를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장소라고 한다면 일상에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장소를 인지하게 되는 것도 '여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단지 이전까지는 일상에서의 탈출이 주는 설렘을 만끽하는 여행을 했다면  코로나 시대의 여행은 가장 익숙한 공간을 다른 눈으로 탐험하는 일상 속으로의 여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14일간의 일상 여행은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의 설렘과 일상의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을 함께 누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집을 호텔이라 생각하고 체크인한다는 가정을 했다고 해서 눈 앞에 펼쳐진 어지럽혀진 방과 쌓여있는 설거지거리, 아이들의 징징거림이 사라질까? 그것이 한 번에 가능하다면 그 사람은 진정 정신 승리자다. ^^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기에 저자는 집에 체크인한다는 것으로 자신에게 여행의 시작을 알린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해왔던 일로 일상에서의 여행을 시작한다. 가장 익숙한 공간에서 가장 익숙하지 않은 행동을 함으로써 여행자 모드를 켜는 것이다. 그렇게 내가 사는 이곳이 '여행지라면?'이라는 가정하에 여행자의 마인드로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면 비싼 비용을 들여 먼 곳으로 떠나지 않아도 충분히 여행지에서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얻을 수 있다고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읽고>


석탄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걱정하면서 비행기 연료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했다. 지금도 기차나 자동차 비용보다는 비싸지만 저기 항공사들이 생겨나며 비행기를 타는 것이 예전보다 쉬워졌다. 자동차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많아진 비행기 운항은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거기에 많은 관광객들의 방문을 받은 세계문화유산과 그 지역의 자연환경, 심지어 현지인의 생활모습까지 바꾸어 도시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니 단순히 여행을 위한 여행은 멈추어야 하겠다. 그 대안으로 내가 사는 마을에서 관광객의 눈으로 특별함을 찾아내는 일상 여행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하루하루 다른 일정으로 진행한다고 해도 14일간의 긴 휴가기간 내내 여행과 일상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행지에서조차 14일이라는 기간을 보내면 일상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게다가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지루한 일상에서의 탈출에 있고 이를 위해 환경변화가 중요하다면 저자의 방법이 과연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저자의 14일간 일상 여행 스케줄은 휴가기간을 보내기 위함보단 일상 속에서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한 번씩 시도해 보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바로 ‘코로나’라는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일상이 무너진 요즘 같은 때에 말이다. 꼭 14일간의 일정이 아니더라도 집콕이 답답한 순간 한 번씩 실행에 본다면 ‘코로나 블루’를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에세이는 취향을 많이 타는 분야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읽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같은 책이라도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엄청 감동적일 수도 있다고 해요. <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합니다>의 경우 제 취향과 50% 정도만 일치하는 책이었어요. 당연히 감흥이 크지는 않았지만 모두까지 할 정도의 단점도 없었답니다.




<책 속으로>


이것은 아마도 여행이 가장 어처구니없는 측면일 것이다. 우리는 손이 닿지 않은 진정한 삶을 갈망한다. '진짜' 나마비아 공화국과 '진짜' 나폴리, '진짜' 노이쾰른 지역을 갈망한다. 우리는 오래된 요리법으로 조리한 전통 음식을 여전히 만날 수 있는,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아주 특별한 장소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우리는 아직 관광객들에게 점령되지 않은 곳을 찾아 헤매면서, 그 관광객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애써 모른 척한다. p45




집에 머문다는 것은 그저 가만히 있는 것과는 다르다. 현재 상태를 받아들인다는 뜻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집에 머무는 사람은 지구 온난화, 환경파괴, 성장 논리에 의식적으로 저항하고, 오버 투어리즘과 개인의 정신적 지평이 마일리지 계정에 의해 결정된다는 오해를 거부한다. 집에 머무는 것은 당신을 풍요롭게 만들며 먼 여행에 대한 진정한 대안이 된다. 게다가 돈 낭비와 불필요한 신경전을 피할 수 있으니 더욱 좋지 아니한가. p65





나는 언제나 내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만을 주변에서 보고 다녔다. 자전거를 타고 길을 건너는 사람들, 멀리서 다가오는 버스, 이제 막 불빛이 바뀐 신호등, 개똥 더미와 더러운 웅덩이, 비가 내릴 듯한 느낌, 지하철을 놓칠 거라는 걸 알려 주는 거의 눈치채기 어려운 열차의 덜컹거림 소리. 나는 언제나 늦었고 해야 할 일들이 회전목마처럼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런저런 사소한 난관을 뚫고 번번이 제시간에 지하철을 타긴 했지만 허둥지둥하는 내 모습에 스스로 놀라곤 했다. p101



우리가 여행에서 얻는 즐거움은 목적지 자체보다는 여행지를 대하는 태도에서 오는 것이 더 크다는 깨달음을 담고 있다. 우리가 마음을 열고 가까이 눈을 맞추고 유연한 자세로 임하면, 그 지역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의 일상에 깃든 특별함을 알아챌 수 있으면 모든 여행은 흥미진진해질 것이다. 밖으로 한 걸음도 나서지 않을지라도.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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