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꾸미 Nov 19. 2020

헬리콥터맘이 떴다.


2020년 11월 13일 금요일


아들을 보내고 다음날, 평소처럼 출근을 했다. 아들의 소식을 바로바로 전해 들을 수 없다는 것을 빼면 이 시간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군대에 간 아들보다 내 저질체력. 하지불안증후군이 심해지면서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잔 지 몇 주째인 데다 매일매일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져 피곤이 쌓인 몸이 8시간 장거리 이동에 지칠 때로 지쳐 아들 생각은 저만치 멀리 가 있었다. 가끔 모성애를 운운하며 ‘어떻게 엄마가’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는데 모성애는 생각만큼 위대하지 않고 모든 엄마에게 동일하게 내재되어 있지도 않다. 나의 모성애는 열 달을 뱃속에 넣고 한 몸으로  지냈기에 생기는 자연적인 모성애가 30%, 사회가 ‘엄마는 이래야 한다’고 학습시킨 모성애가 70% 다. 그러니 사회에서 전래동화처럼 전해 내려오는 정형화된 모성애가 아니라고 죄의식에 시달리지 않는다.



아무튼 이런 나와 달리 남편은 아들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쯤 아침을 먹었겠네.”

“오늘은 첫날이니까 뭘 하려나?”

“이제 군대에서 두 번째 식사네.”

“주말이니까 아무것도 안 하고 쉬겠네.”

“전화는 담주에나 오겠지?”

“울 아들 저녁 먹었겠네.”


아들을 논산에 남겨두고 온 그날부터 남편의 일상 시계는 군대의 시계가 된 듯했다. 문제는 남편의 이 말을 자꾸 듣다 보니 나도 같은 생각 구조를 갖게 되었다는 것. 이런 현상은 나뿐만이 아니라 딸도 마찬가지였다.


“아들은 이제 뭐하려나.”

“10시네. 이제 자겠네.”

“오빠는 뭐할까?”

“몇 명이서 지내는 거지?”


집에 있지만 우리의 관심은 모두 아들의 일상에 가 있다. 첫 전화를 받으면 좀 나아지겠지.








토요일. 남편의 정기검진일이라 병원에 가 진료를 보고 약국에 들려 약을 처방받기 위해 기다리는데 문자가 왔다.

“안녕하십니까. 육군훈련소” 로 시작하는 문자에 눈이 똥그래졌다. ‘뭔 일이 있는 건가’ 떨리는 손으로 문자를 클릭했다.

이름표를 삐뚤게 달아놓은 실내복을 입은 아들이 양반다리로 앉아 웃고 있는 사진 한 장과 함께 아들이 배치된 소대장이 보낸 안부 문자였다. 훈련소 앞 아들의 뒷모습에도, 텅 빈 아들방 앞에서도 눈물이 나지 않았는데 소대장이 보낸 아들 사진을 보는 순간 울컥했다. 웃으라 해서 웃고 있겠지만 웃는 얼굴을 보니 맘이 놓였다. 담배 피우러 나간 남편에게 사진만 전송했다.


“뭐야?”

남편이 웃으며 약국으로 들어왔다.


“훈련소에서 문자 왔어. 소대장이라면서.. 소속 부대 알려주네.”

“그래? 어디 봐봐.”

“이 분도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바쁘겠다. 물론 행정병이 복붙하겠지만 그 많은 훈련병들 부모한테 사진이라 문자 전송하려면. 소식 감사하다고, 잘 부탁한다고 답문자라도 해야 하나?”

“글쎄.”


남편이 딱 잘라 “하지 마.”라고 하지 않으니 '해? 말어?' 고민이 되는 순간 문득 함께 근무하시는 분과의 대화가 생각났다.


“어제가 울 아들 자대로 이동하는 날이었어요. 자대 배치 소식만 듣고 갔는지 어쩐지 연락이 없어서 궁금하던 차에 상사한테 문자가 딱 오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얼렁 문자를 보냈죠.”

“에?”

군대에서 문자를 보내준다는 것도, 답문자를 보낼 수 있다는 것도 몰랐던 나는 조금 놀랐다. 하지만 그분은 나의 놀라는 기색에도 아랑곳없이 말을 이어갔다.

“전화통화 가능하신가요?라고.”

“그게 가능해요?”

그러자 그분은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다.

“아휴, 바로 전화 오던데요. 그래서 주특기가 뭔지, 주특기 교육을 더 받아야 하는 건지, 추후 다른 부대로 이동해야 하는 건지 물어봤죠.”

“....”

“잠깐 기다리라며 컴퓨터로 찾는 것 같더니 주특기 교육받고 와서 받을 필요 없고 특별한 일 없으면 그 부대에서 제대할 거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더라고요.”



'아..  이게 헬리콥터맘인가?'




헬리콥터맘이란 평생을 자녀 주위를 맴돌며 자녀의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발 벗고 나서며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엄마들을 말하는데 고등학교까지는 그런 엄마들을 종종 봐왔다. 대한민국 고등학생 엄마들은 몇 개의 학원을 다녀야 하는 아이들의 하루 스케줄을 꼬이지 않게 잘 만들어 주고 학원에서 어떤 수업을 하며 어떤 학원이 필요한지를 체크해 바로바로 밀어 넣어주는 줘야 함은 물론 생기부와 자기소개서, 면접을 위한 컨설팅 전문가를 찾아 때에 맞춰 작성해 주어야 하는데 이 정도는 대한민국에서는 헬리콥더맘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애매한 상황이다. 공부만 해서는 대학이라는 산에 오를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군대에 가니 진짜 헬리콥더맘이다 싶은 엄마들이 나타났다.


고등학생까지는 미성년자라 그렇다 치자. 군대는 성인 남자들이 모이는 곳인데 군대를 다녀오지도 않은 엄마들이 아들의 군 입대함과 동시에 바로 소대장급 정보를 갖추고 담임 선생님과 상담하듯 군대 상사와 전화 통화를 하다니. 내 상식으론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거 조금 기다려 아들한테 들어도 되지 않나? 그거 미리 알면 더 나은 곳으로 힘써서 빼주려고 그러시나? 궁금할 수는 있지만 급하게 상사와 통화하면서까지 알아야 할 중대 사항인가?


예전에는 '군대에 다녀오면 철이 든다'라고 했는데 요즘에는 '군대에 다녀와도 철이 안 든다'라고 한다. 그 이유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여전히 엄마품에 있으니 그렇지. 엄마들이 그렇게 만들어 놓고 아이가 철이 안 든다고 한탄은..


아들, 우리는 너도 나도 철들어 나오자 ~~ ^^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일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