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여행지에서 마주친 어느 중년커플.
손을 꼭 잡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남편이 말했었다.
“저 나이에 손잡고 다니는 커플을 보면 왠지 부부라는 생각보다 불륜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많은 커플들이 있었지만 손을 꼭 잡고 걷는 커플은 젊은 커플들뿐이었다. 딱 봐도 ‘한창 좋을 때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커플들만이 행여나 떨어질세라 손을 꼭 잡고 걸을 뿐 대부분의 커플들은 ‘따로 또 같이’의 모습이었다. 남편의 말을 듣기 전까진 의식하지 못했던 일이었는데 남편의 말을 듣고 보니 함께 가는 모습으로도 대략 그 커플의 연차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손을 잡고 걷는 남녀는 연인이거나 신혼부부.
어린아이가 있는 커플은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느라 생이별(?)
청소년이 있는 커플은 그냥 따로국밥.
부부만 남은 중년커플은..
같이 다닐 일이 별로 없음.
이 시기의 부부는 친구와 다니는 걸 더 좋아함. ^^
그리고 머리가 희끗한 노년의 커플이 되면..
다시 손을 잡는다. 이미 노쇠한 한쪽의 버팀목이 되기 위해서.. 아니면 손잡을 한쪽이 없어 자식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손잡고 걷는 중년커플이 되었다.
남편이 내 손을 잡아주는 이유는 내가 잘 넘어지기 때문이지만 누군가는 그때의 남편처럼 불륜을 의심할지도 모르겠다.
저희는 불륜 아니고요. 그냥 버팀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