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말하는 증명이란 남들을 납득시키기 위함이 아닌 자신에게 해당되는 것임을 미리 밝힙니다.
혹시 귀신을 본 적이 있는가? 우선 필자는 귀신을 본 경험이 있다.
때는 고등학교 3학년 기말고사 마지막 날 밤. 선생님들, 학생들모두 학교에 없는 시간에 친구 2명과 함께 젊음의 치기를 지니고 학교로 향했다. 우리는 핸드폰 불빛하나에 기대어 깜깜한 학교를 돌아다니는 일명 담력체험을 하기로 했다.
건물은 3층까지 이어져 있었고, 올라갈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저 으스스한 무지의 공포만이 반겨 줄 뿐이었다. 문제는 다시 내려갈 때였다.
2층으로 내려와 복도의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복도의 끝에 있는 교실에 다다랐을 때 그 교실의 뒷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그 안을 바라보니 맨 뒷자리의 의자만이 뒤로 빠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봐버렸다.
그 의자에 앉아 있던 것은 키는 족히 2미터는 넘을 거 같은 검은 형체였다.
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고양이처럼 화들짝 뛰어올랐다.
그러고선 짧은 비명과 함께 학교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고는어리둥절해하는 애들에게 내가 본 것을 자초지종 설명했다.
하지만 그것을 본 것은 나뿐이었다.
그렇게 다시 한번 올라가서 확인해 보자는 친구들의 말에 할 수 없이 올라가서 확인해 보았지만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그날은 내가 헛것을 본 것으로 일단락되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분명 보았다.
그게 실제로 있던 것인지, 아니면 내 머릿속에서 만드어낸 허상에 불과한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만약 그것이 후자에 속한다면 귀신을 증명하기란 너무 어려운 것이 된다. 봐도 본 게 아닌 게 되기 때문이다.
이 학교에는괴담들이 여 다른 학교들처럼 돌아다녔다. 누가 학교에서 자살을 시도해 지금은 정신병원에 있다라든가. 옛날 학생 중에 귀신을 보는 학생이 있었는데, 그 학생이 말하길 수업시간마다 귀신이 창문을 통해 쳐다보고있다고 했다. 심지어 그 학생은 수업시간 당시 귀신 때문에 소리를 질러 학교가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 학교 뒤편에는 원래 공동묘지가 있었다고 영어 선생님이 말해주셨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실제로 영어선생님께서 혼자 빈 교실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있었는데, 누군가귀에 대고 속삭이는 소리 때문에 기겁하며뛰쳐나온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선생님께서는 우리들에게 각종 괴담들을 이야기해 주셨다.
어쨌든 이런 사전에 들은 괴담들과 어둡고, 무지에서 오는 공포 때문에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허상을 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럴 것이 세 명 중 나만 보지 않았던가. 이렇게 나는 귀신을 봤지만 존재 여부를 증명하지는 못하였다.
과연 귀신이라는 존재를(귀신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자신에게만큼은 증명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 방법이 존재한다면 알고 싶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