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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독서는 내 취미

by 작은꽃



이 재밌는 걸 이제 읽었다. 일본에서는 무려 12년도에 나온 책이다. 헛, 그러고 보니 나온 지 13년이나 된 책이다. 한때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찾아 읽기도 했던 나였는데! 13년 전만 해도 나는 사람들이 유행처럼 읽는 책은 읽는 않는다는 황당한 신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신조는 진작에 버렸지만 어쩌다 보니 이 유명한 책과는 이제야 인연이 되었다. 아마 범인 찾는 추리소설이 아니어서 미뤄졌던 것 같다. 하지만 과연 이 책은 베스트셀러였던 이유가 있었다. '그래서 다음에 어떻게 되지?' 하며 정신없이 읽게 된다. 그러다 보면 각자의 이야기가 하나의 퍼즐로 완성된다.



KakaoTalk_20250414_202515601.jpg 가장 기억에 남았던 어느 뮤지션의 이야기 중에서


한동안 정보성 책만 읽다가 요즘은 소설을 종종 읽는다. 역시 소설을 읽는 재미는 크다.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서 읽다 보면 이만큼 재미있는 일이 없다. 중, 고등학생 때는 취미라는 것이 없었다. '취미'를 쓰거나 말해야 할 때 쓸 게 없어서 '독서'라고 했다. 가장 만만해 보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이 했을 것이다. '그냥 독서라고 써야겠다' 이러면서. 그런데 이제는 정말 독서가 취미가 되어 '취미'란에 당당히 독서라고 쓴다. 남들이 '쓸 게 없어서 독서라고 썼구나, 취미가 없나 보군'이라고 생각할까 봐 약간 걱정이 되기는 한다.


취미와 독서 얘기를 하자면, 나는 독서가 취미로 삼기에 너무너무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뭐든 가능하면 가성비를 따지고 돈은 되도록 안 쓰려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취미로 독서만 한 게 없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수 있다. 게다가 책이 있는 도서관은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아무도 나에게 말을 시키지 않는다. 조용히 혼자 있을 수 있다. 책 빌리러 간 김에 좀 쉬다와도 된다. 집에서 편한 자세로 읽어도 된다. 도서관에 오가면서 걷기 운동도 할 수 있다.


요즘은 도서관에서 전자책도 빌려준다. 빌려 읽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책을 사는 것이 작가들과 출판산업에 좋을 것이다. 나는 최근 몇 년째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여 돈을 내며 책을 읽고 있다. 책을 사든 밀리의 서재 같은 어플을 구독하든 다른 취미활동과 비교하면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골프나 악기 같은 것에 비하면 말이다.


게다가 읽다 보면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 괴로운 일이 있을 때, 힘든 시간을 버텨내야 할 때 재미있는 소설 읽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영화를 보는 것도 효과적이지만 영화는 보고 나면 좀 졸리고 멍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책은 몇 시간 읽고 난 후에도 그런 유쾌하지 못한 기분이 훨씬 덜 하다. 가만히 보고 있기보다는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고 잠깐 멈추기도 하고 책장을 넘기기도 한다는 점에서 영화감상보다 독서가 더 적극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


남편과 다투어서 주말에 같이 한 집에 있는 것이 불편할 때, 중학생 딸이 방에서 유튜브 보는 것 같아 자꾸 신경이 그쪽으로 가고 열불이 터질듯할 때,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는데 부모님 건강이 걱정되고 죄송할 때, 소설을 읽어보자. 괴로운 생각으로 보내는 것보다 몇 배 나을 것이다.


그나저나 나는 몇 시간 동안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도 신기하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책이고 뭐고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애들 기저귀 갈고 목욕시키고 밥 챙기느라 진득하게 책 읽기가 어려웠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니 이런 때가 오네. 영영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고생 끝에 낙이 왔다. 오랜 육아 끝에(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날 위한 독서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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