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제거, 다이소, 피부과, 조직검사,
지난주 월요일 13일
정수기 점검을 받았다. 퇴근 후 둘째 학원비 결제를 위해 피아노학원에 들렀다 집에 오자마자 집 대충 치우고 정수기 점검 매니저님 맞이. 20분 정도 걸린다고 해서 피지제거를 시작했다. 핀셋으로. 이게이게 되겠냐 싶었는데 피지가 쏙 뽑힌다! 사실 요즘 핀셋으로 피지 뽑는 재미에 이 날은 작심을 하고 시작했다.
좌표 찍고 딱 뽑는 것 외에 이날 발견한 또 다른 재미포인트가 있었다. 그것은 피지밭 옆에서 힘을 주어 핀셋을 누르거나 밀면 피지가 무더기로 밀려 올라온다. 그것을 잡아 뺀다. 중간에 정수기 점검 싸인하고 매니저님께 인사하고, 애들 밥 대충 차려준 것 빼고 거의 3시간 가까이 피지를 뺐다. 핀셋으로.
코뿐 아니라 턱, 미간도 드르륵 밀면서 피지를 뽑아냈다. 아 너무 재밌다!
너무 심하다 싶어 자중하고 연고를 바르고 잤다.
수요일, 목요일부터 미간, 코, 턱이 거뭇거뭇해졌다. 눈에 띄게 얼룩덜룩해 보였다. 아... 심하긴 심했었다.
10월 17일 금요일
월급날이다.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소비에 쓰는 것은 아니고 각종 저축 통장으로 들어간다. 좀 많았으면 좋겠다. 기분 좀 내게. 월급날이라고 특별히 기분 좋을 일은 없다.
10월 18일 토요일
7시 30분에 일어났다. 작년까지만 해도 주말에도 6시에 일어났는데 올해는 되는 데로 일어난다. 열심히 살아봤자 뭐 딱히 남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잠을 충분히 자는 것도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
유튜브 조금 보고, 집안일하고, 애들 밥 차려주고, 운동하러 갔다. 갔다 와서 씻고 부동산 강의 들으러 갔다. 동네 백화점에 빠숑님이 오셔서 무려 25,000원 내고 강의를 들었다. 빠숑님은 1시 30분 동안 질문만 받았다.
느낀 점 : 세상은 넓고 부자는 많다. 나만 빼고 다 부자다. 내 집은 안 오르고 남의 집은 잘 오른다.
강의가 끝나고 백화점 가구, 그릇 등을 여유 있게 둘러봤다. 이렇게 비싼 걸 누가 사나? 아... 나 빼고 다 부자지. 그릇을 사러 옆에 있는 아웃렛으로 들어갔다. 1층에서 스크래치 제품 할인을 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스크래치 제품 사러 아웃렛 간 거였는데 오늘은 할인에 할인을 더 한 것이다. 그릇을 3개 샀는데 3만 원이었다. 기뻤다. 또 사러 갈 거다.
남편이 애들 셋 다 데리고 자기 친구들 만나러 가서 나는 혼자 조용히 저녁 시간을 보냈다. 특별히 한 것도 없다. 평소처럼 청소하고, 씻고, 빨래 돌리고, 유튜브 보고, 책 읽었다. 그런데 너무 좋았다. 조용히 혼자 보내는 토요일 저녁. 이게 행복이지.
10월 19일 일요일
세상에. 눈 떠보니 10시 30분. 어제 많이 늦게 자지도 않았는데...
둘셋째랑 다이소에 갔다. 은행에서 받은 다이소 2만 원어치 쿠폰이 있었다. 소비를 좋아하는 둘째는 아주 신났다. 나는 유튜브에서 피부과 의사가 추천한 다이소 가성비 아이템이라는 마데카 21 제품을 3개 샀다. 촉촉하게 해 준다는 미스트 토너, 진정효과가 좋다는 스팟 젤, 수분 공급과 진정 효과에 좋다는 캡슐 앰플. 그리고 검은색 덴탈 마스크 30매. 다이소에서 알차게 구매한 것 같아서 무척 뿌듯했다. 사실 다이소에서 뭐 사고 기분 좋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월 20일 월요일
무리한 피지 뽑기로 거뭇거뭇해진 미간, 콧등, 턱 때문에 피부과에 갔다.
의사: 딱지 같은 게 생긴 거예요
나: 없어지나요?
의사: 2주 정도 있어야 돼요.
나: 그럼 피지는 어떻게 없애요?
의사: 많지 않으니까 괜찮아요. 그냥 사는 거예요.
나: (웃음)
정기검진 받으러 유방외과에 갔다. 조직검사를 했다. 혹이 더 커지고 약간 딱딱한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 조직검사다. 4년 전에도 같은 쪽에 조직검사를 받았었다. 그때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1주일 동안 내내 불안했다. 그런데 이 번에는 막 불안하고 걱정되지는 않는다. 물론 당연히 불안하다. 암이 아니기를 바란다.
그러나 암이 나만 피해가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예상하지 못한 일이 툭툭 튀어나오는 게 인생 아닌가. 암이 아니라면 좋겠지만 암일 수도 있다. 암이라면 발견했으니 치료해야지. 근데 치료받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어디서 어떻게 받아야 하는가 알아보고 어쩌고 하는 게 귀찮을 것 같다. 누가 그냥 딱딱 알려줬으면 좋겠다. 결과는 일주일 후에 나온다고 한다. 매일의 루틴을 지켜가며 결과를 기다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