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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꽃 Apr 23. 2024

어느 개미의 '나처럼 하면 안 된다는 주식' 이야기 1

아직도 헤매는 중

요즘 '나는 주식으로 250만 불을 벌었다'라는 책을 읽고 있다. 

강환국 님이 하는 주식 스터디를 수강하며 공부하고 있는데 거기서 이번 달 읽어야 할 책으로 정해준 것이다. 

주식에 관련된 책이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닌데 읽기 전부터 좀 부담스럽다. 공부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때문이다. 이번 책도 읽기 전에 부담스러웠지만 또 역시 책이 재미있다. 


지금 삼분의 일 정도 읽었는데 아직까지 저자의 망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너무 솔직하고 보통 개미 같아서 가끔 웃기도 하면서 읽는다( 이 책의 저자는 결국 주식으로 대성공했다. 그러니 책도 썼겠지). 그래서 나도 주식으로 삽질한 이야기 좀 써볼까 한다. 


주식으로 책 쓰는 사람이나 유튜브에 나오는 사람이나 다 잘 된 사람들인데 잘 안 되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나같이 꾸역꾸역 주식을 하며 잃기도 하고 조금 벌기도 하는 그런 개미의 이야기도 사람들이 재밌어하지 않을까? 잘 된 사람 이야기만 읽고 보다 보면 나는 도대체 뭐 했나 싶고 조바심이 생기는데 나같이 허둥대는 사람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래 보통은 다들 이렇게 해. 서두르지 말자'라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이야기에 위로를 조금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하나 더, 돈 많이 못 번 것도 억울한데 그 경험으로 글이라도 써야지. 


2015년 둘째를 낳고 육아휴직을 했다. 둘이 벌다가 한쪽의 수입이 줄어드니 그 없어진 수입을 채워 넣고 싶었다. 물론 월급만큼 수입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뭐라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주식을 시작했다. 그때를 떠올리니 '아... 그때 00을 샀어야 했는데', '미국 주식을 그때 시작했어야 했는데' 같은 후회가 밀려온다. 어쩔 수 없다. 후회는 잠시 미뤄두자. 


그때는 공부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 그냥 정말 아무거나, 이름 들어본 주식을 샀다. JYP, 포스코, 호텔신라 같은 것들 말이다(JYP는 그때 사서 지금까지 들고 있었으면 꽤 많은 돈을 벌었을 텐데...... 아... 다시 또 후회)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다. 소중한 돈으로 '유명한 회사 사면 되겠지' 하고 무모한 투자를 했었다. 그런데 웃긴 건 결과가 나쁘지도 않아서 그런대로 외식비 정도는 벌었다는 것이다. 만약에 그때 샀던 주식들을 사팔사팔 하지 않고 한동안 가지고 있었다면 당시 벌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다. 


유명한 회사도 샀지만 일명 '정보투자'라고 해서 '이렇게 될 것 같다'라는 소문이나 뉴스를 듣고 산 것도 많다. 빅텍이나 현대로템같은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쏠 것 같아, 북한이랑 다시 사이가 좋아졌어, 이러면서 말이다. 이런 식으로 샀던 대표적인 종목이 '안랩'이었다. 2016년 그 당시 안철수는 신당을 창당하고 국회의원이 되고 뭐 이런 과정에 있었다. 사람들이 안철수를 좋아했고 신당창당, 국회의원 출마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들이 잘 되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 벌었다. '아, 이렇게도 돈을 벌 수 있구나'하면서 2019년 즈음 안랩을 또 샀다. 안철수가 올 거야! 대통령 선거에 나올 거야! 하면서. 나의 정치적 성향이나 사람에 대한 호불호와는 상관없다. 안랩으로 돈을 벌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의원이 안 오신다. 안철수 의원이 당시 독일인가 어딘가 계시다가 여기저기 옮겨 다니셨는데 올 듯 올 듯하면서 주가도 오름세였다. 그런데 시원하게 오르지 않는 거다. '이게 아닌데... 안철수 의원 온다는 뉴스가 나고 주가 팍 올라야 하는데', '이번엔 아닌가 보다' 하면서 팔았다. 


더 황당한 것은 매도를 눌러야 하는데 매수를 누른 거다. 얼마 벌지도 못했는데 순간의 실수로 평균단가까지 높여버렸다. 아... 끓어오른다. 화가 난 상태에서 전량 매도해 버렸다. 괜찮다. 조금은 벌었으니까. 안랩을 다 팔고는 안철수 의원이 귀국하지 않기를 바라게 됐다. 그런데 얼마 후 안철수 님은 귀국하며 정계복귀를 선언한다. 안랩은 떡상하였다...


기업분석이나 재무제표 분석 같은 것은 없었다. 당시에는 그게 뭔지도 몰랐다. 그냥 '느낌'으로 오를 것 같은 것을 산다. 내가 아는 회사인데 많이 떨어졌네, 큰 회사니까 다시 오르겠지, 거의 이런 의식의 흐름이었다. 

2016~2019년까지 주식거래는 거의 이런 식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많이 잃지는 않았다. 손절하기도 했지만 익절한 것도 있었고 전체적으로 보면 주말 외식비 이상을 벌었다. 그래서 이런 방법이 먹힌다고 생각했다. 


2016년에는 송혜교, 송중기 주연의 '태양의 후예'라는 드라마가 엄청난 인기가 있었고 외국으로 수출도 되었다. 나는 그 드라마를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않았는데 그 드라마에 나오는 시계 브랜드 주가가 아주 많이 올랐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아,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지'하면서 뜰 만한 드라마를 찾아본다. 곧 이영애 주연의 '사임당'이라는 드라마가 나온다고 한다. 이영애는 한류스타 중의 한류스타가 아닌가!! 이영애 관련 주식으로 '에스아이리소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연탄을 채굴, 판매, 수출하는 회사인 것 같았다. 엔터테인먼트와 전혀 관계없는 사업을 하는 회사인데 이영애와 무슨무슨 관계가 있다고 했다. 당시에 이미 비쌌는데 느낌이 좋으니 샀다. 지금 비싸지만 더 오를 텐데, 이영애가 나오는 드라마랑 관련 있다잖아!! 하며 이런 주식을 찾아낸 나를 기특해하며 호기롭게 질렀다. 송혜교가 드라마에서 찼다는 시계처럼 될 것이라며 부푼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사임당이라는 드라마를 나는 보지 않았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런 드라마가 있었냐고 할 것이다. 흥행은 안 됐고 그 종목은 2019년 초에 거래정리를 당했다. 아니 드라마는 2017년에 끝났는데 왜 그런 종목을 그때까지 가지고 있었던 거지? 이해가 안 된다. 아마 손절하지 못하고 '오르겠지'하며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 2022년 5월 거래가 다시 시작되고 나는 그 종목을 전량 바로 팔아버렸다. 당연히 손해였다. 



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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