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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꽃 Apr 27. 2024

비교지옥, 예비저자와 편집자

바로 앞에서 예비 저자와 편집자가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요즘 여러 가지로 마음이 조급하다. 남들은 다 잘 나가는 것 같은데 나만 질퍽한 진흙길에 돌덩이를 짊어지고 걸어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안다. 내가 현재 감사할 것들이 많다는 걸. 그래도, 그래도 올해 들어 다른 사람들은 다 잘 되는데 나만 안 되는 것 같고 여러 가지로 일이 안 풀린다. 


나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계획한 일들을 다 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다. 한마디로 스스로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 집에 있으면 이것저것 집안일 할 것들이 눈에 띄어서 요즘은 아이들 보내고 바로 카페로 가서 오전시간 동안 신문과 책을 본다. 


신문과 책을 들고 집 근처 카페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내 자리 앞에 흰색 캐주얼 정장을 입은 여자가 혼자 앉아있었다. 잠시 후, 흰색 캐주얼 정장 여자보다 어려 보이는 여자가 큰 소리로 웃으며 '안녕하세요' 하며 흰색정장여자에게 다가온다. 둘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는다. 흰색 정장 여자는 나랑 자리가 더 가까운데도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반면 새로 나타난 여자는 목소리가 높고 쨍쨍해서 말소리가 아주 잘 들렸다. 그들이 큰 소리로 웃고 말해서 '에이, 조용히 신문 읽기는 못하겠네' 싶었다. 실내에서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큰 소리로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곤 한다. 그러면서 그 사람들의 말을 유심히 듣는다. 이번에도 눈은 신문에 두고 머리와 귀는 그쪽 테이블로 활짝 열린다. 


나중에 온 여자가 "저희는 OOO서 나와서 레이달리오의 <원칙>이랑...... " 어? 출판사에서 일하나 보다. 더욱 집중해서 듣게 되었다. 레이달리오라는 이름이  나왔을 때 바로 검색에 들어갔다. 어떤 출판사지? 음... 그 출판사구나. 아니 이런! 내가 지금 읽으려고 가져온 책도 그 출판사에서 나온 것이다! 이건 운명이야, 하며 더 집중해서 듣는다.  


요즘 지인의 지인들이 책을 출간하거나 책을 쓰고 있다. 지인 중에 한 사람은 자신이 아는 사람이 책을 썼다며 선물해 주었다. 주변에서 브런치에 작가등록을 했다, 작가등록에 떨어졌다, 이런 말도 자주 듣는다.  


예전에는 책을 쓴다는 것은 아주 대단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생각이 좀 바뀌었다. 작가라는 타이틀이 전보다 비교적 쉽게 달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남들 다 하는 작가도 아니다. 나는 질투의 화신답게 질투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다행히도 그 질투가 옅고 얕아졌으며 정신없이 살다 보니 잊어버리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나의 질투와 욕망은 끝이 없어서 요즘은 책 쓰기, 작가 이런 키워드에 꽂혀 작가가 된 지인들을 부러워하는 중이다. 책을 쓰고 작가가 된다는 것은 뭔가 새로운 일을 하는데 기회를 열어 주는 아주 훌륭한 전환점이다. 책을 쓰고 출판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인 것은 물론이다. 


나도 예전부터 내 책을 낸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그건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여겼다. 나같이 평범하고 밑천이 뻔한 사람이 책을 쓴다니, 쓴다고 해도 누가 읽어줄까 했었다. 그런데 아이를 셋 낳고 키우면서 이만하면 진짜 콘텐츠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육아책 같은 것은 안 읽게 되었다. 애 하나 둘 키우면서 이래라저래라 이런 거다 저런 거다 하는 말들이 우습게 느껴졌다. 그래서 셋 키워봤어? 나도 말은 그렇게 할 수 있어. 육아에 있어서는 나도 할 말이 많았다. 나는 애 셋을 키우는 실천을 하는 사람 아닌가. 게다가 그중에 두 놈은 육아난이도가 상당히 높다.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천하는 사람을 믿는 나로서, 실천하는 나 자신이 자랑스러워진다(이런 식으로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질 줄은 몰랐네).  그러던 중 주변에서 독서나 교육 등을 주제로 책을 내는 사람들을 보게 된 것이다. 


남들은 저렇게 책도 쓰고 이름을 알리는 동안 나는 뭘 했나. 현재 휴직하면서 아이 키우는 거 외에 세상에서 나는 어떤 쓰임이 있나? 아이 키우는 것이 당연히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 것 같았다. 세상에서 누구도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앞자리에서 출판사 편집자와 예비 작가가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니 바로 그 대화에 온 신경이 집중되었다.


짧은 호흡으로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여섯 개 꼭지로... 꼭지가 뭔가요?(책 내겠다는 사람이 꼭지도 모르나? 질투질투) 목차 하나하나로 보시면 돼요. 내가 00년 생인데 저도 동생이 있거든요. 내가 나이는 많지만...(나이가 많다니. 그럼 나는 뭐가 되나. 나도 00년생이었다. 정확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 예비 작가와 나이가 같은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비교가 됐다) 


저희가 손미나작가와도 일했었거든요. 그때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쓰셨는데 독자들이 그 부분에 많이 공감하시더라고요. 


저희가 자기 계발이나 경제서적 분야에서는 탑 0 정도는 되고요. 출판사 전체로는 중간정도... 인세는... 먼저 계약금을 드리고 선인세는... 다 드려요(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정확히 들리지 않았다). 1쇄는 3천 부 찍는데 요즘에는 00부 찍기도 하고.. 저희 프로세스가 그래요. 그렇게 정해져 있어요. 


00에는 어떻게 출연하신 거예요? 그거 되게 궁금했어요. 


어디에 출연한 거지? 어디 유튜브? TV 프로그램인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라니. 아까 걸어왔다고 한 것 같은데 우리 동네에 사나? 신문은 진작에 활자만 보고 있고 귀와 신경은 온통 저쪽 테이블에 가 있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나도 집에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어제 복숭아를 4개밖에 안 샀는데 아이들이 너무 맛있게 먹어서 오늘은 가는 길에 복숭아를 사러 마트에도 들러야 한다. 집에 가서 할 일도 많은데 이렇게 남의 얘기를 듣고 있는 내 모습이 웃프다. 시트콤으로 만들면 아주 재밌는 에피소드가 될 것 같다. 


더 듣고 싶었지만 마트, 집안일을 줄줄이 제쳐놓고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과감하게 먼저 일어났다. 점심시간이라 카페에 사람들이 많아져서 아주 시끄러웠다. 그들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다행히 그들도 내가 나갈 때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예비 작가와 편집자는 같이 밥을 먹으러 갈까? 무엇을 먹을까? 누가 돈을 낼까? 편집자의 법인카드? 바쁘니까 각자 일하러 갈까?


요즘 나보다 잘난 사람들(세상에 너무너무너무 많은데)을 돌아가며 나와 비교하고 있다. 특별히 오늘은 제대로 딱 걸려버렸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누군가가 나를 아주 제대로 놀리는 것 같았다.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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