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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꽃 Jun 15. 2024

당신의 문해력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EBS 당신의 문해력, 공부의 기초체력을 키워주는 힘. 


  어렸을 때부터 책 읽어라 책 읽어라 소리를 많이 들었다.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어야 공부를 잘한다. 책을 읽는 게 좋은 줄은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에 어떻게 좋은 것인지 잘 몰랐다. 주변에서 하도 책 읽는 게 좋다고 하니까 그저 막연하게 좋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어렸을 때는 책을 별로 읽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공부를 했으면 했지 책을 굳이 읽을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했다. 책을 많이 읽으면 공부를 잘하게 된다는 데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책에 나오는 다양한 배경지식을 습득하고 정보를 얻는 것은 오케이, 이해가 간다. 그런데 책 읽지 않아도 공부 잘하는 애들은 잘하더라. 그리고 책에 있는 내용이 시험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특히 수학 문제는 책에 나오지 않잖아? 주변에서 어른들이 책을 읽어라 하시는데 그렇게 말하는 분들도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다. 본인들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냥 책을 읽으면 좋다고만 하고 책을 읽으면 공부를 잘하게 된다고만 했다. 뿌리 깊은 선비문화의 영향인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 있어 보이니까. 책을 읽어야 왠지 잘난 사람 같으니까. 


  초등학교 때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었고 주변에서 하도 읽으라고 하니까 그냥 읽어야 하는 시간에 읽었다. 방학 때 아빠가 책 좀 읽으라고 잔소리해서(책을 하도 안 읽으니 '오싹오싹 공포체험'같은 거라도 읽으라고 하셨다), 학교에서는 아침독서시간에 책을 읽었고 중고등학교 때는 거의 읽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는 더더욱 읽지 않았다. 심지어 읽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 시간에 문제집을 풀어야지. 책 읽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읽고 싶지도 않았고 재미도 없었다. 내가 책을 본격적으로 꾸준히 읽기 시작한 것은 수능이 끝난 후였다. 시간이 많아지면서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읽었다. 시간이 많아지면 사람들은 취미를 찾게 되고 그 취미는 자신이 자연스레 끌리거나 그동안 관심 있었던 것을 택한다. 나는 그것이 책이었다. 그때부터 꾸준히 책을 읽었다. 역사소설, 추리소설을 시작으로 소설과 에세이, 사회과학, 인문교양에 관한 책을 중심으로 꾸준히 읽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육아책과 페미니즘 관련 책, 아이들과 함께 인물에 관한 학습만화 Why 도 읽었고, 주식과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2,3년 동안은 재테크와 경제와 관한 책만 읽었다. 책을 좋아했고 내 취미는 확실히 독서라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 최근까지 '왜 꼭 책을 읽어야 하나' 분명하게 알지 못했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말해보라면 이유는 많다. 가성비가 아주 높은 일이다. 책 값이 많이 올랐지만 비싸봐야 2만 원인데 2만 원으로 몇 시간 또는 며칠을 즐길 수 있다. 완전히 빠져들만한 책을 골랐다면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정말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책에서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어 유식해질 수 있다. 그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대화를 할 수 있고 어디서든 '있어 보일' 수 있다. 이렇게 말할 수는 있지만 별로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 지식과 정보는 경험,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여행, 게임, 쇼핑, 유튜브, 공연, 음주가무 등 세상에 독서보다 재밌는 일은 널려있다.  


  나는 지금까지 책 읽는 게 그저 좋아서 읽었다. 내 아이들이랑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좋은 것을 같이 하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읽으라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확실하게 깨달았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말이다. 바로 독서를 통해 글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 뿐 아니라 성인도 책을 읽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문해력.  


  문해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사실 나는 지금까지 잘 몰랐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이것은 그냥 원래 다 가지고 있는 거 아닌가? 이게 뭐 능력씩이나 되나? 읽으면 이해되는 거 아닌가? 교육받은 사람이 한글을 읽고 이해를 못 해? 그런 사람이 있어? 그동안은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잘하는 것이 별로 없다. 누군가 '네가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목에 칼을 대고 물어본다면 언어에 대한 감각이 조금 있다고 말하겠다. 수능을 위해 언어영역을 공부할 때 딱히 어떤 체계를 가지고 공부하지 않고 문제집만 풀었는데 점수가 항상 좋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수능을 봤던(수능 세 번 봤음) 해에 언어영역이 굉장히 어려워서 정말 모든 문제를 다 찍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1등급이 나왔다. 그때는 나도 좀 놀랐다. 학교 다닐 때 영어나 프랑스어, 한문 시간이 재밌었고 시험도 잘 본 편이었다. 


  한 번은  마사지기계를 사서 처음 사용하기 위해 사용 설명서를 살펴봤다. 남편과 함께 사용 설명서를 보는데 남편은 사용 설명서를 제대로 읽지 않고 기계에 대한 감각으로 여기저기 눌러보았다. 작동이 잘 되지 않았다. 나는 사용설명서를 읽어보았다. 그게 아니라 이걸 먼저 하고 그다음에 저걸 놓고 사용하라는 거네. 하면서 나는 사용설명서 읽고 그대로 했다. 잘 작동했다. 남편은 계산이 빠르고 기계를 잘 다룬다. 그런 남편에 비하면 나는 글을 읽고 그 내용을 정리하는 것을 비교적 잘한다. 남편과 나는 똑같은 설명서를 두고도 서로 달리 해석했다. 남편은 기계적 감각으로 사용했고 나는 언어감각을 활용했다. 


  그런데 이제 나의 언어에 대한 감각이나 문해력이 서서히 페이드아웃 되어 가는 느낌이 든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꽤 어려운 일이었구나'라는 것을 요즘 느끼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문해력이 무엇인지 인지하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의 문해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문해력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3학년 아이들이 사회, 과학 교과서의 내용은 물론이고 국어 교과서의 지시문을 읽고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이해를 못 해서 뻥한 표정으로 나만 바라보고 있을 때가 많다. 단 두 문장을 이해하지 못해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중에서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수학 문장제다. 수학 문장제는 전통적으로 모든 아이들이 어려워하고 학부모들과 상담할 때도 단골 고민거리다. 그런데 특히 요즘 아이들이 짧은 글도 이해하지 못하고 읽고 나서도 그 내용을 제대로 요약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이게 남의 집 아이 얘기가 아니었다. 내 아이 역시 문장이 조금만 길어지면 답으로 무엇을 구하라는 것인지 모른다. 그냥 보이는 숫자를 가지고 기계적으로 식을 쓰고 계산해서 답을 내기도 했다. 


  올해 나에게 자주 메시지를 보내는 학부모님이 계신다. 간단한 안내장이 나가도 이해를 못 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냐고 물으셨다. 이 간단한 안내장을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처음에는 황당했다. 그런데 이 또한 남 탓만 할 일이 아니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내오는 안내장 내용이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대충 읽고 넘어갔다. 뭐 어쩌라는 건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또 공지하겠지 하고 넘어갔다. 문해력이라는 능력 때문이 아니라 대충 읽는 것이 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충 읽는 이유가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문해력이 떨어지니까 이해가 안 돼서 읽기 싫고 그래서 대충 읽는 것 은 아닐까 싶어진 것이다. 


  학교에서 업무처리를 위해 교육청이나 다른 기관에서 보내오는 공문을 확인해야 한다. 공문의 내용이 짧으면 '휴, 다행이다' 싶다. 그러나 불행히도 공문은 보통 대여섯 장이 넘어간다. 그러면 큰 글씨와 굵은 글씨, 색깔 표시된 글씨 위주로 읽는다. 쭉 읽어 내려가면 그래서 어쩌라는 것인지 파악이 안 될 때가 많다.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도 그럭저럭 읽은 편이었는데 만약 이걸 해석하는 문제를 낸다면 다 틀릴 것 같다. 정말 이해한 것이 아니라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당신의 문해력 책 56쪽~67쪽까지 문해력 테스트 문제와 정답, 해설이 나와있다. EBS <당신의 문해력> 제작팀에서 성인 8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해력 테스트 문제이다. 총 11문제를 15분 동안 풀어야 한다. 이 테스트의 '평균 정답률은 55% 센트 정도에 불과했다'라고 책에서는 말한다. 나는 11문제 중에 6문제를 맞혔다. 이 문제를 풀기 전에 사람들이 반절밖에 못 맞았다고 했을 때 그냥 그렇구나, 역시 사람들이 책을 안 읽네, 하면서 넘어갔다. 나는 뭐 다 맞거나 한 두 개 틀릴 거라고 예상했다. 문제를 푸는 동안에는 '아... 이거 집중해서 풀어야 하는 거네'라고 느꼈다. 집중해서 보려고 했지만 지문과 보기가 헷갈렸다. '아, 어렵다. 대충 해도 맞겠지' 하면서 풀었더니 결과는 제작팀에서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수준이었다. 


   언어 감각이 좀 있고 책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도 글을 읽고 해석하는 것이 어렵고 하기 싫은데 요즘 아이들은 어떨까? 유튜브와 쇼츠, 짧은 카드 뉴스를 주로 본다. 짧은 영상 콘텐츠만 골라 보고, 조금 길다 싶은 것은 몇 배 속으로 본다. 짧은 영상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긴 글을 멀리한다. 줄글로 된 책을 자발적으로 읽는 아이들은 드물다. 내가 교실에서 느끼는 바대로 아이들의 문해력은 글을 읽고 제대로 해석하기에는 부족하다. 사실 뭐 나도 다르지 않다. 그나마 나는 책을 꾸준히 읽는다는 것을 방패 삼아 어떻게든 '나는 아직 괜찮다' '나는 다르다'라고 넘어가 보고 싶지만 실은 마찬가지다. 나도 요즘 쇼츠를 자주 보고 긴 글을 안 읽고 싶다. 읽기 전부터 가슴이 답답해진다. 유튜브 영상도 10분 넘어가는 것은 너무 길다고 느껴져서 클릭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꼭 책을 읽어야 할까? 영상시대라지 않은가. 꼭 긴 글을 읽어야 할까? 영상으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면 되지 않나? 아니다. 영상으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영상을 보더라도 영상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읽기가 기본이다. 읽을 수 있어야 들을 수 있다. 또 깊이 있는 정보와 지식을 얻으려면 긴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읽어낸 정보와 지식을 스스로 생각해서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그 기본이 글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인 것이다. 


  학생들은 당면한 공부와 시험을 위해서 문해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부를 위한 도구들이 모두 글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강의 영상도 있지만 그 말을 듣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시 해석하고 체계화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긴 글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는 것이다. 더구나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이 시기에 뇌가 폭발적으로 발달한다. 이때 글을 읽고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글을 읽고 해석할 때 인간의 인지 능력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영역인 전전두엽이 활성화된다.


  그렇다면 성인들은 어떠한가? 대학원 지원 요강, 부동산 계약서, 세금 고지서, 직장에서는 각종 보고서 등을 읽고 그 내용을 실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재산상, 직무상 어려움을 겪거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아, 이래서 글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하구나. 그걸 바로 문해력이라고 하는구나. 실제 삶에서 문해력이 이렇게 쓰이는구나. 이제야 깨달았다. 


  성인 문해력 테스트 11문제를 보고 살짝 절망했다.  그냥 책 읽지 말까? 나는 책을 꾸준히 읽어왔는데 문해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면 책 읽어봤자 소용없는 거 아닌가? 문해력은 안 늘어도 정보와 지식 습득은 할 수 있으니까 그래도 읽어야겠지?  문해력이 좀 떨어지는 듯 하지만 그나마 책을 좀 읽어서 그런대로 살고 있지 책마저 읽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더 심했겠지? 게다가 책 읽는 건 내가 유일하게 취미로 삼고 싶은 일이잖아? 이런 생각의 흐름 끝에 그냥 계속 책을 읽기로 했다. 책에서도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낙담하지 말라고 한다. 그 능력은 노력으로 분명히 좋아진다고 여러 번 강조한다. 처음부터 긴 글을 읽는 것이 어렵다면 소리 내어 읽고, 꾸준히 조금씩 읽는다면 분명히 좋아진다고 말이다.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며 그 과정을 보여준다.  이것은 성인도 마찬가지다. 어찌 됐든 읽기를 계속해나간다면 분명히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정보와 지식 습득은 물론이고 그나마 남은 문해력을 부여잡기 위해, 조금이나마 문해력을 발달시키기 위해서 나에게 독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세상에는 읽어야 할 책도 많고 재밌는 책이 무척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 책으로 이 책에 인용된 <1등은 당신처럼 공부하지 않았다>라는 책을 읽어보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의 문해력과 독서, 학습에 관심이 생기고 있다. 1등 하는 아이들은 책을 많이 읽었을까? 그것도 궁금하다. 이 책에서는 공부의 기본이자 바탕은 풍부한 독서라고 말하는 데 책을 읽어보며 확인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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