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시대
내가 올해 다시 육아휴직을 하면서 수입원이 하나 줄었다. 수입원이 두 개였는데 하나가 줄었으니 체감이 확 온다. 강력하다. 작고 귀여운 월급이라고 하지만 역시 한 명이 벌 때보다 둘이 벌 때가 낫다. 그때 좀 더 아껴 쓸걸...... 싶은 요즘이다. 너무 식상한 표현이지만 요즘 마트 가기가 겁난다. 진짜로. 작은 거 몇 개 그것도 상대적으로 싼 것을 샀는데도 몇 만 원이 나온다. 계산하면서 '어?!!" 하며 깜짝 놀란다.
나는 태생적으로 아끼고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같다'라고 표현한 것은 태생적으로 이럴 수가 있는 건가 싶어서다. 사람은 원래 돈을 쓰고 싶고, 먹고 싶고, 누워서 자고 싶고, 편하고 즉각적인 것들을 본능적으로 좋아하지 않나. 아끼고 모으는 것은 비교적 어려운 일인데 이것을 태생적으로 좋아할 수가 있는 걸까 싶은 거다. 어쨌든 나는 초등학교 때인가 중학교 때인가부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가계부를 쓰고 백 원 단위까지 꼭꼭 저금통에 넣었다. 대학생 때 알바를 하고 돈을 현금으로 받으면 바로 ATM으로 가서 저금을 했다. 그 재미가 참 좋았다. 든든하고 뿌듯했다. 나는 통장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저축을 할 게 아니라 미국 주식을 샀어야 했지만(그때는 미국 주식을 지금처럼 사지 못하던 시절이라고 위로해 본다. 아니 그럼 삼성전자 주식이라도...).
직장에 발령받은 후 초반에는 옷이나 신발 같은 것을 월급에 비해 과하게 사던 때가 잠깐 있었다. 나란 사람은 역시 돈을 모으는 것을 좋아해서 그 기간도 길지 않았다. 옷 사는 데 소비를 하던 그때, 오히려 할부의 무서움을 깨닫고 그 이후로 할부는 거의 쓰지 않는다. 월급이 좀 많이 나올 때나, 명절 휴가비, 성과급이 나오면 당연히 모두 저축을 했다. 놀라운 것은 다른 사람들은 그 돈으로 소비를 한다는 것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작고 비싼 반지나 목걸이 같은 비실용적인 것들을 사고, 다시 한번 놀라운 것은 그 사람들에게는 내가 특이해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고생고생 쌩고생하면서 번 돈을 순간에 써버릴 수는 없지 않나? 내가 특이하다니. 나를 특이하게 보는 사람들이 특이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내가 현재 5인 가족 외벌이 상황에서 가계부를 적으며 소비와 지출을 관리하고 있다. 남편은 가계부를 평생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으며 내가 가계부를 쓰지 않았다면 우리 집 한 달 지출이 얼마인지도 모를 것이다. 남편은 매우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다. 돈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주로 생각만 하고 실행은 하지 않는다.
내가 책정해 놓은 우리 집 한 달 생활비는 500~550만 원인데 실제로는 500만 원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이 셋에 학원비와 대출이자를 포함하여 이 정도면 꽤 선방하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번 달이 4일이나 남은 시점에 생활비가 500만 원을 살짝 넘어갔다. 그렇다면 방법은 식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배고프다는 소리를 자주 하고 나도 식비 지출을 안 하면 오늘은 뭐 해 먹나 고민하게 된다. 뭔가 만들어 내느라 힘들다. 그렇다고 내가 요리를 잘하거나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하는 것은 주로 '조리'에 가깝고, 있는 음식 데우고 덜어서 차려내는 정도이다. 냉장고와 작은 팬트리에서 무엇을 만들어낼 것인가. 창의성과 아이디어는 절박할 때 나오는 것이니 그 힘을 믿어보도록 하자.
이렇게 해서 돈을 아끼고, 목표한 지출을 맞추어 내면 기쁘다. 돈을 쓰지 않은 기쁨이다. 5인 외벌이 가정을 지켜내는 일, 어쩌면 '나님'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하하.
22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