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stunning, well done
스테파 감상문 1에 이어 쓰는 스테파 감상문 2.
심사위원 메튜 님이 자주 하시는 말, beautiful. 무용수들의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러니 내가 영상 보면서 '멋있다'라는 말을 5번 이상 안 할 수가 있나? 없지.
③ 나이, 학벌, 키, 외모에 한계를 짓지 말자
강경호, 김혜현의 공통점은? 멋있다, 춤 잘 춘다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들은 영보스 youngboss다. 각자 구원과 질주를 주제로 팀디렉팅을 맡았던 그들은 자신들보다 나이 많은 형들을 이끌어 무대를 완성해야 했다. 둘 다 멋진 무대를 만들었고 혜현님은 해당 미션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쭉 1등을 하며 춤신이라 불렸던 최호종 님을 제치고 혜현님이 1위로 파이널에 진출했을 때 보스를 잡았다고 다들 웅성웅성했다. 이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당연한 말이지만, 나이가 많다고 승급을 하거나 탈락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어리다고 형들에 비해 실력이나 스타성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무용계에서 '한예종'은 탑으로 인정받는 학교인데 한예종 출신이라고 퍼스트를 하거나 언더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키가 작다고 춤을 못 추는 것도 아니었다. 사실 나는 키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어렸을 때는 심했고 여전히 그렇다. 나는 스스로 키가 작아서 뭘 못한다, 나는 키가 작아서 안된다는 생각을 어렸을 때 무척 많이 했다. 스스로 한계를 짓고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외모에 주눅이 들어 있었다. 나를 닮아서 그런지 우리 애들도 키가 작다. 발레를 하는 첫째도 키가 작다. 그런데 발레리나들도 키가 큰 것이 좋다.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어야 한다. 체형이 좋으면 팔 한 번 쓰윽 올려도 시선을 끈다. 스테파에서도 그런 말이 나온다. 키 크고 팔다리 긴 사람은 서있기만 해도 멋있다고.
그런데 혜현님과 혜성님은 키 작아도 잘하기만 한다. 혜현님은 키 165cm, 혜성님은 162cm라고 알고 있다. 키 180 넘는 무용수들도 많은데 그들 사이에서 당당히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혜현님은 '키가 작아서' 어쩐다 저쩐다라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초반 인터뷰에서 자신이 무용수들 중에서 키가 작은 편에 속하는데 키가 작기 때문에 더 많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서 작은 키가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혜현님은 체력측정에서 현대무용수들 중에 1등을 했다. 그렇게 몸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겠나. '나는 키가 작아서 안돼'라며 툴툴거렸다면 지금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몸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주변에 키 크고 몸 좋은 사람이 널린 상황에서 몸 쓰는 사람이 자신의 작은 키를 단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데 나는 키가 작아서(내 키 161cm. 내 나이 대 여성 평균키다. 마트 같은 데 가면 여자들이 거의 다 나보다 키가 크지만 어쨌든 데이터 상으로 내 키는 평균이다) 아나운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아나운서는 내가 중학교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다. 물론 나는 현재 아나운서가 아니고 도전해보지도 못했다. 나중에 보니 키 작은 아나운서들도 많더라. 아나운서는 미스코리아나 슈퍼모델 같은 사람들만 하는 것인 줄 알았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내 키가 아나운서를 못할 정도로 작은 키는 아니었다.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스스로 한계 짓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결과는 분명히 다르게 나타난다.
④ 멋있는 몸이 곧 실력이다 그 몸은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스테파에 나오는 무용수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당연히 멋있고 춤 잘 추고 몸 좋아서다. 그리고 이유 하나 더. 이들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조금은 알기 때문이다. 무용수들이 5분 내외로 춤을 추고 나면 옷이 젖고 머리를 젖힐 때 땀이 튄다. 살짝 땀나게 운동하는 것도 나는 너무 힘들고 하기 싫다. 땀에 흠뻑 젖게 운동하는 것은 얼마나 많은 시간과 힘을 써야 하는지 근력운동을 시작하면서 알게 됐다. 무용수들은 매일 이렇게 연습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그들 배 위에 왕(王) 자. 그들의 근육과 탄탄한 몸을 보면서 감탄하는 것은 '몸매 좋다'와 같은 말로 '몸평'하는 것과는 다르다. 정성과 시간을 들인 그림이나 조각을 볼 때 나오는 감탄에 가깝다. 그런 몸을 만들기 위해 들인 노력과 땀을 높이 사는 것이다.
무용수는 몸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몸 관리는 기본이다. 무대에 설 수 있을만한 몸 자체가 곧 실력이다. 첫째가 발레를 배우기 시작하던 때는 발레리나의 마른 몸이 실력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몸 좋은 것은 타고나는 거 아닌가? 몸이 좋은 것과 춤 실력은 별개가 아닌가? 발레리나의 마른 몸이 무슨 실력이지? 저 사람들은 원래 저렇지 않나? 예전에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물론 체질적으로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사람이나 먹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잘 안 먹어도 키 잘 크고 마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고통과 노력을 알고 있다. 가까운 예로 우리 집 아이가 그렇다. 발레를 한다는 것은 살과의 전쟁이다.
발레리나의 마른 몸, 남자 무용수들의 근육은 매일 관리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먹고 싶은 것을 먹지 않고, 맛이 없어도 몸에 좋은 것을 먹고, 지쳐도 몸을 일으켜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춤 추기 좋은 몸을 유지한다. 따로 웨이트나 바디트레이닝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남자무용수들 대부분은 기본적인 스트레칭과 운동, 매일 반복되는 고된 연습에 의해 저절로 탄탄한 몸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체지방이 거의 없고, 어려운 동작도 쉬워 보이게 만드는 그들의 몸은 고단하고 고통스러운 연습의 결과다. 어려운 수학문제를 끙끙거리며 스스로 풀어내고 의자에 오래 앉아 집중해서 공부하고 그 결과로 전교 1등을 했다면 대단하고 멋지지 않나. 무용수들은 화려한 무대 뒤에서 하기 싫어도 일어나 뛰고 구르고 옷이 흥건히 젖도록 연습했을 것이다. 얼굴이 벌게지고 땀이 줄줄 흐르도록 춤을 춘다. 몇 날, 몇 달도 아니고 몇 년 동안을 매일. 화려한 동작과 아름다운 춤선 뒤에 그들의 피, 땀, 눈물이 있다. 누구든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은 멋있지 않나. 그런데 어떻게 이 무용수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 좋아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