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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꽃 Nov 24. 2024

스테파 감상문 1

I like 스테파

  9월 24일 스테파 1회부터 11월 19일 8회까지 본방송을 모두 시청했다. 한 회 빼고. 여기저기 장소를 옮겨 다니며 하루 종일 긴장하고 걱정해야 했던 어느 화요일에는 10시까지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버렸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1주일 동안 공식사이트 The CHOOM(더 춤)에서 유튜브 영상을 꼼꼼하게 챙겨보았다. 


  발레를 배우는 학생인 첫째 아이가 이런 프로그램이 곧 방영된다고 말해줬다. 그래? 재밌겠다! 같이 보자! 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 집 둘째와 나, 발레 전공자 중학교 1학년 첫째는 스테파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일단 나는 'I like 현호', 'I like 혜현'. 윤혁중, 강경호, 김영웅 무용수도 좋아하고 요즘은 기무간, 이진우, 김도현 님도 좋아졌다. 기무간님은 짠해서 마음이 가고 이진우 님은 잘생겨서, 김도현 님은 안무를 잘 짜고 춤을 너무 잘 춘다. 이진우 님이나 김도현 님은 분량이 많지 않아 아쉽다. 좀 많이 잡아주지...



혜현 님은 인성도 좋고 춤도 잘 춰서 인기가 많다. 초이스바이퍼블릭미션에서 1위 혜현 님 질주, 2위 현호 님 질주. 내가 가장 좋아했던 두 편이 나란히 1,2위.  
뱀파이어소나타는 몇 주 동안 매일 3번은 봤던 것 같다. 오징어게임 주역은 현호 님이 했어야. <죽음의 질주>는 작품이었다. 어떻게 이런 안무를 만들지??!!


  무용수들이 다 잘생기고 멋있고 배에는 왕(王)자를 그리고 나오는 데다 춤을 너무 잘 춘다. 그러니 어찌 좋지 않겠나. 본방사수는 기본이고 스테파 유튜브 영상을 매일 5편 이상 본다. 3분 30초짜리 영상을 볼 때 아이들은 아무 말이 없는데 나는 '너무 멋있당~~'라는 말을 한 편당 5번은 하는 것 같다. 정말 멋있다. 어떻게 몸을 저렇게 움직이지? 어떻게 저런 안무를 생각해 내지? 어떻게 자기 생각을 몸으로 표현하지? 어떻게 몸이 저렇게 생겼지? 어떻게 저렇게 잘하지? 감탄한다. 단순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서 스테파를 재밌게 보기도 하지만 보면서 진지하게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점도 있다. 그 몇 가지를 적어본다. 


이 분 '악몽' 영상 꼭 보시길. 그냥 묻히기에는 너무 아까운 무대다. 


① 참 잔인한 경쟁이다

  지난 11월 19일 방송에서 다섯 명을 호명하여 한 줄로 세워놓았다. 탈락자와 파이널 진출자를 가리기 위해서다. 모든 참가자들이 보는 앞에서 탈락자를 발표했다. 무용수들을 줄 세워 탈락자의 이름을 부른다. 자신이 떨어지는 모습을 누구든 방송을 통해 볼 수 있다. 스우파는 팀플레이라 개인이 떨어지지 않았다. 떨어져도 팀이 다 같이 떨어졌다. 그래서 덜 창피하고 떨어지면 팀원들이 다 같이 붙잡고 울고 격려했다. 그런데 스테파는 개인이 탈락하고 개인이 생존한다. 


  김도현 님과 김규년 님이 마지막 탈락자와 파이널진출자로 갈리는 순간이었다. 김규년 님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날 촬영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김도현 님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혼자 서있었다. 탈락자로서 이름이 불리지도 못했다. "파이널 진출자는 김규년 무용수입니다"라고 진행자가 말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장면에서  '이건 좀 비인간적이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이, 나오지도 않은 사람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탈락자가 되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무용수들을 언더, 세컨드, 퍼스트라는 세 계급으로 나눈다. 심사위원에게 공개적으로 피드백을 받고 그 결과로 계급이 나누어진다. 이 프로그램뿐 아니라 어디든 경쟁하지 않는 곳이 없다. 공식적인 계급이 없을 뿐 이 사회에 계급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예체능 세계에서는 그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 무용 콩쿠르가 이미 경쟁이다. 발레를 전공하는 첫째 덕분에 작년 한 해 발레 콩쿠르장에 열 번 정도 다녀봤다. 그곳에서도 나름의 언더와 세컨드, 퍼스트가 나눠진다. 첫째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1등부터 꼴등까지 다 점수가 매겨진다. 무대에 오르기 위한 학생을 뽑기 위해 매번 오디션이 치러진다. 14명 중에 5명만 무대에 서고 11명은 오르지 못했다(내 딸은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콩쿠르에 나가기 위해서는 콩쿠르를 나가기 위한 오디션을 치러야 한다. 14명 중에 4명만 나갈 수 있었다(내 딸은 나가지 못했다). 


  스테파에 나오는 무용수들 모두 수없이 콩쿠르에 나갔을 것이다. 좋은 상을 받기도 하고 받지 못하기도 하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자신의 동작에 점수가 매겨진다. 입상한 사람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아쉬움과 좌절을 느끼기도 한다. 무용수들은 치열한 경쟁 및 합격과 불합격에 익숙해져 있을지 모른다. 자신의 위치가 언더와 세컨드, 퍼스트 중 어디인 지 나름대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스테파는 그 경쟁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해야 한다. '쪽팔린'일도, 남이 보지 않았으면 하는 미세한 표정변화도 카메라를 타고 나간다. 아는 사람에게든 모르는 사람에게든 그대로 다 보여줘야 한다. 언더는 세컨드와 퍼스트가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춤을 춘다. 그렇다고 그들이 춤을 못 추냐, 열심히 하지 않느냐, 그것도 아니다. 그래도 더 잘하는 사람, 더 시선을 끄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앞에 서는 사람이 있으면 뒤에 서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뒤에서는 앞으로 나가기 위해, 더욱 돋보이고 시선을 끌기 위해, 앞에 있는 사람은 내려가지 않기 위해 분투한다. 


  정말 치열하구나. 예체능의 세계가 경쟁이 치열한 것은 알고 있었다. 방송은 시청률을 위해 더 자극적으로 보여준다는 것도 알고 있다. 아는데도 이건 너무 적나라하다. 그래서 스테파의 부제에 '잔혹한 계급전쟁'이라는 말이 붙었겠지. 이토록 맹렬한 싸움에 기꺼이 참여해 최선을 다하는 무용수들이 그래서 더 멋있어 보인다. 


②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

  "심사위원들 눈이 삔 것 같아요." "내가 이 ***를 왜 하고 있지?" 미션을 마치고 계급심사에 의해 어느 무용수가 언더로 배정된 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나는 잘했는데 심사위원들이 잘 못 본다는 뜻이었다. 나는 잘한 것 같은데 심사위원들이 나를 언더로 보내버리면 기분은 당연히 나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공개적으로 말로 표현하는 것은 프로답지 못한 것 같다. 그것도 이미 인정받은 실력자인 심사위원들에게 비속어까지 쓰는 것은 무용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무언가를 제대로 할 태도가 갖추어져 있지 않아 보인다. 순간 화가 나는 마음은 알겠지만 잠시 한숨 돌리고 생각해 보면 후회할 일이다. 나에게 이로울 것이 전혀 없다. 


  그분 말고 탈락이나 강등 후에 화를 여과 없이 표현한 사람은 없었다. 화난다, 내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다, 쪽팔리다 등의 표현은 있었지만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었지 누구에게 화를 낸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 더 열심히 해서 올라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른 사람들이 다 보고 평가하는 것인데 어쩔 수 없죠', '다음에는 올라가야죠' 이렇게 말이다. 


  자신의 잘못이나 결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결코 바뀔 수 없다. 변화의 첫걸음은 인정하는 것이다. 인정하지 않고 아니라고 우기고 변명해 봤자 나만 추해진다. 어떻게 매번 잘하나(강경호나 최호종은 그런 것 같긴 한데). 무엇이 부족한지 알고 받아들이고 고쳐서 다음에 더 잘하고 그렇게 한 발씩 나아가면 된다. 물론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고 안 할 수는 없다.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싶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남탓하고 화내기 전에 미흡했던 점을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지난 일은 뒤로하고 그다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고 묵묵히 다음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잘 되는 것 같다. 언제나 그렇듯 우선 나부터 그렇게 하도록 하자. 사실 이 말은 내 딸에게 항상 하는 말이다. 잘 듣지는 않는 것 같지만...


이 분도 너무 좋다. 연습할 때 많이 도와주시는 것 같다. 심사할 때는 귀여우면서도 프로페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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