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과 관찰
글을 쓰고나서 좋은 점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반성하는 마음, 다른 하나는 관찰하는 습관이다. 글 올리기에 급급해 주젯거리를 찾기 위해 시작했다. 나중에 보니 이 두 가지가 삶을 깊이 있고 다채롭게 만들었다.
반성하는 마음은 생각에 깊이를 준다. 가만히 앉거나, 때로는 산책하며 지금까지의 나를 복기한다. 내 혀에 가시가 돋쳐 상대를 찌른 적. 반대로 내 귓속에 가시가 박혀 바른말을 삐딱하게 들은 적이 떠오른다.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았다. 되돌릴 수 없지만 되풀이하면 안 된다. 무엇이 문제일까 짚어봐야 한다. 고민의 과정이 나를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겉으로만 판단하지 말자고 답을 내렸다. 표면만 봤고 섣부르게 생각했다. 그것에서 나온 말과 행동이 대부분 후회를 낳았다. 한 번만 더 살폈더라면. 모두 깊이가 부족해서 생긴 결과다.
관찰하는 습관은 인생을 다채롭게 한다. 시멘트 틈 사이로 민들레꽃이 어떻게 피었는지 궁금해한다. 대화 중에 나오는 단어와 뉘앙스를 살핀다. 모든 현상에 나만의 정의를 내리기도 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현상을 퍼즐처럼 대한다. 생각을 이리저리 붙였다 뗀다. 어린아이처럼 가지고 논다. 그러다 보면 무언가 탁하고 튀어 오를 때가 있다. 사유가 확장하는 순간이다.
반성하고 관찰하며 세상이 참 넓다는 걸 느꼈다. 개구리가 우물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듯, 세상살이를 내 틀 안에서 해석했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어디서든 나름의 이유와 배울 점을 찾을 능력이 생겼다. 매 순간 탐험을 하고 있다.
'삶이 자기 울타리보다 더 넓고 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무릎을 꿇는 심정으로 다가가는 길.' 시인 윤경재는 시인이 되는 길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 세상이 나의 세계보다 넓다는 것. 보기보다 깊다는 걸 글쓰기를 통해 알았다. 글쓰기가 아니라도 좋다. 당신도 세상을 이렇게 본다면 이미 시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