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유토피아 vs 디스토피아(3)

화이트칼라의 몰락, 창의성마저 계산이 가능한가?

by 블루엔진

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가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에 10억달러를 투자한다. 어느 기업이 이 분야에 최종적인 승자가 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기 위한 생산자본의 무한 경쟁은 분명한 현실이고, 일정한 비중으로 대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되는 시점 역시 몇 십년이 아닌 몇 년후라고 얘기되는 것 역시 인류 공동체 전체의 관점에서는 매우 도전적인 현실이다.


엔비디아·소프트뱅크, 로봇 기업 '스킬드AI'에 10억弗 투자 검토




예전부터 지인들과 이런 주제와 관련된 대화를 나눌 때 나의 입장은 간명했다. S/W 기반의 AI 시대는 그래도 공동 생존의 길이 열려있다고 볼 수 있지만 Physical AI 까지 구현되는 세상에서의 인간은 국가적 관점의 전쟁이 아니라 계급적 관점의 갈등을 통해서 생존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



조금만 시계를 과거로 돌려보자. 우리 모두 육체 노동자보다는 지식 노동자가 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은 지식 노동자의 길을 걷기 위해서 성장하는 기간 동안, 그리고 사회 생활을 시작한 시점에도 계속해서 경력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지속적인 리소스를 투입해왔다. 육체 노동자가 사라져도 지식 노동으로 이동하면 된다는 믿음은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전체 생태계를 떠받치고 있는 육체노동에 대한 가치를 관념적으로 폄하하게 만들었다. 스스로 육체노동을 하면서도 자신의 자녀들은 결코 이렇게 살지 말라고 하는 것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생태계에 반드시 필수적인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물론, 정당함에 대해서는 각자의 기준이 다를 것이다) 권리와 대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지속되었고, 최신 경영 기법으로 둔갑한 다양한 부당한 조치들은 노동자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다른 갈등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지식노동자는 상대적으로 더 나은 권리와 높은 급여를 보장 받을 수 있었고, 육체노동자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했으며, 여전히 그 격차는 꽤 벌어져있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선진국이 될수록 더욱 강조되는 상황이 되고 이는 생산자본의 입장에서만 바라보자면 원가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단순히 급여와 복리인상만이 아니라 이를 합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정량적인 요소까지도 실제로는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었고, 의도와 관계없이 이런 비용의 증가는 AI와 휴머노이드에 대한 투자의 타당성을 잉태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아이러니한 현상은 대체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 여겼던 지식노동자 계층이 S/W 기반의 AI 시대에 우선적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AI Agent 의 등장은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시켰고, 실제로 준비가 된 빅테크부터 이런 움직임은 뉴노멀이 되고 있다.



[팩플] 중간 관리자, 새로운 타깃 됐다…AI 발 빅테크 대량 해고 | 중앙일보





최근 몇 년간 AI는 주로 콜센터나 사무 보조 등 학습시키고 대체하기가 수월한 영역의 단순 지식노동자들을 대체해왔다. 그런데 AI로 의사결정 및 보고체계 자동화가 가능해지면 그 역할이 사라지는 가장 핵심 계층은 "중간관리자"라는 점. 이는 직무를 한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직무가 우리가 환상을 가지고 있던 것보다 단순화가 가능하고, 오히려 이런 효율화가 전체 커뮤니케이션 복잡도를 줄이면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까지도 증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에 자가를 가진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은 이미 프로세스에서 의미없는 존재가 되었다. 법이 보호하지 않는 범위부터 단계적으로 지식노동자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아래의 컬럼 역시 육체 노동은 단순하고 지식노동은 복잡하다는 환상은 깨져버렸고, 이미 세상은 지식 노동자를 AI가 쫓아내고 있는 현실을 얘기하고 있다.



지식 노동자 쫓아내고 육체 노동자 쫓아가는 ‘피지컬 AI’ [인사이드 아웃 AI] < 산업/재계 < 경제 < 기사본문 - 시사저널




창의성의 영역은 어떨까? 창의적인 영역이야말로 AI가 대체하기 어렵다는 위안은 이미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창의성이 실제로 구현되는 결과물은 결국 감각의 영역의 결과물이다. 이미지, 영상, 음악 등이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각 빅테크 진영에서 버전업을 할 때마다 기존의 제작 프로세스들은 하나씩 붕괴되고 있다. 지금은 이러한 AI Tool 을 활용하는 강의, 도서만 돈을 버는 상황이라는 웃지 못할 농담들이 실제 현실이 되고 있다.


아래와 같은 논란은 오히려 이런 현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 논란은 비용절감을 위해 정부 산하기관이 이런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게으르고, 상상력도 없고 크리에이터들을 모욕하는 일이라고 자위하는 동안 AI는 기존의 프로세스를 빠르게 대체하고 이 모든 의사결정은 결국 "원가 절감"으로부터 출발한다. 왜 생산자본이 우리의 권리를 우선으로 생각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것일까?


"게으르고, 상상력도 없어!"… 공기업이 선보인 AI 광고, 거센 비판에 철회 - Brand Brief - 브랜드브리프



AI를 단순한 도구만이라고 한정하려고 하고 감정의 깊이와 브랜드의 영혼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 역시 근시안적인 사고일 뿐이다. 여기서 진정으로 들여다봐야 할 것은 "감정의 깊이와 브랜드의 영혼을 담는 과정에서 투입되어야 하는 리소스에 인간의 영역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완전 자동화가 불가능한 것이 중요한게 아니다. AI라는 "단순한" 도구로 인해서 양질의 일자리가 실질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발렌티노와 코카콜라가 드러낸 AI 광고의 한계 < 브리핑 지 < PR여론 < 기사본문 - The PR 더피알


아래의 유튜브 영상은 얼마 전 접한 한 브랜드의 광고 영상이다. 현지 로케이션 하나 없이 AI가 생성한 광고 영상이라고 한다. 단순히 광고 영상을 만드는 직접적인 프로세스에 연관된 사람들의 일자리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촬영을 위해서 현지에 방문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활동이 모두 삭제되는 순간이다. 이 영상의 완성도와 함께 우리가 진짜 놀라야 하는 것은 이 과정에서 삭제되는 것들에 대한 인식이다.


https://youtu.be/LFzm-yhUDTs?si=N0RF7gBMQF73dsaO



23년에 있었던 할리우드에서 일어난 파업은 단순히 이해관계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문제만 단순하게 보자면 분배의 문제로 보일 수도 있지만 조금 더 근원적으로 들어가보면 이는 "생존"의 문제이다. 현재까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데이터 제공 이해관계자는 그나마 상황이 나을 수 있지만, 앞으로 새롭게 해당 일자리로 진입하는 사람들은 점점 기회를 상실해간다. Physical AI 가 전혀 적용되지도 않는 현실 세계의 실질적 문제임에도 직접적인 이해관계자가 아닌 경우 생각보다 이 문제를 깊게 들여다보지 않는다.


할리우드가 멈췄다… 미국 배우조합 역사에 남을 파업 결의 - BBC News 코리아



과연 인간이 설 곳은 남아있을 것인가? 이 질문은 틀렸다. 인간이 설 곳은 지금도 남아있고, 앞으로도 남아있을 것이다.


그저 "모든 인간"이 설 곳이 남아 있지 않을 뿐이다.






월요일 연재
이전 02화AI 유토피아 vs 디스토피아(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