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유토피아 vs 디스토피아(4)

국가권력보다 우선하는 빅테크 기업의 권력

by 블루엔진

담보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이 미국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요즘.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잠시 사라진 하나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소환하려고 한다.



바로 지금은 "메타"가 된 페이스북이 추진했던 "리브라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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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2020년, 송금 서비스를 우선 시작하면서 은행계좌를 보유하지 않은 17억명을 잠재고객으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야심찬 계획.


물론, 이 시도는 중앙화된 복잡한 결제망과 기존 금융 시스템의 이해관계자들과의 갈등은 물론 가장 핵심적인 국가 권력을 유지하는 기능인 화폐 발행과 유통,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의한 반대로 인하여 좌절되었고, 화려하게 구성되었던 파트너들도 결국은 모두 이탈하고 말았다.


그 이후 "디엠"이라고 이름을 변경하고 기존의 기득권과의 적정한 선을 지키는 수준에서 프로젝트는 이어가고 있지만 2025년 12월 현재 기준으로는 특별한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5년 전에는 블록체인에 대한 여전한 의구심, 현재도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가상자산들의 스캠성 이슈 등으로 인하여 해당 프로젝트는 그 유용성과 좋은 의도에도 불과하고 대중들에게도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리브라 프로젝트에서 매우 큰 시사점이 있다.



빅테크가 국가 권력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


국가가 스스로 존립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2가지 기능이 "군대(평시 상황에서는 경찰과 같은 공권력)"와 "세금"이다. 사회적 계약에 의해 합의된 폭력을 행사할 수 있고, 사회적 계약에 의해 합의된 자본을 징수할 수 있다. 이 2가지 중요한 기능을 상실하면 국가로서 스스로 존립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많은 정치체제와 경제체제가 경쟁하면서 현 시점에는 민주주의 & 자본주의가 일정한 우위를 점한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런 논쟁 자체의 의미가 사라질 수도 있다. 우리가 알던 시스템은 점차 "명분이라는 껍데기"로 남아있고 국가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진 빅테크가 탄생하는 것도 그리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환호하는 시대라서 이런 식의 관점이 주류가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하게 실존하는 위협이자, 실체적 진실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관심 있게 접근해야 한다.


그리스의 전 재무장관, 좌파 경제학자인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아래의 영상에서 경고하고 있다. 기업의 극단적인 자본주의가 하나씩 지배해나가는 현실에 대해서 말이다. (아래 영상은 무려 2015년 12월이다)


https://www.ted.com/talks/yanis_varoufakis_capitalism_will_eat_democracy_unless_we_speak_up?utm_campaign=tedspread&utm_medium=referral&utm_source=tedcomshare


최근에는 테크노 퓨달리즘이라는 책과 함께 현 시점에 맞게 내용들을 업데이트 하고 있는데, 그 주류에 흐르는 가장 기본적인 철학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빅테크가 국가 권력을 위협할 수 있고, 그들이 원하고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역사가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새로운 봉건주의 시대 영주, 현대인은 '데이터 농노'" [인터뷰] | 한국일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들은 결국 초반에는 국가간의 경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실제로는 데이터센터는 빅테크들을 위한 새로운 성이자 영지가 될 것이고, 이 데이터센터가 팔란티어가 그렇게도 강조하는 실시간 데이터들의 수집과 해석을 통한 분석, 그 다음 단계로 Physical AI 까지 연계하여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권력으로 자리잡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 성채가 커질수록 그들의 알고리즘은 더욱 정교하고 강력해질 것이고,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힘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AI와 함께 변화하는 시대에 열광하고 있다. 실제로도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 아직도 갈 길은 멀었다. 다만, 그런 착시에 의해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아주 단순한 질문은 기존의 역사적 변곡점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는 것이다.


기존의 변화는 일자리를 "변화"시켰다면,
앞으로의 변화는 일자리를 "소멸"시킨다는 것


막연하게 산업혁명 시대와 러다이트 운동을 얘기하며 앞으로의 AI와 로봇시대에도 잠시의 혼란은 있겠지만 아무 문제없이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이라는 무책임하게 생산자본의 편에서 이야기를 하는 분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차가 자동차로 변했을 때, 마부는 운전기사가 될 수 있다.

자동차가 자율주행차로 변했을 때, 운전기사는 그저 잉여인간이 되는 것 뿐이다.



인류에게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하시는 분 스스로도 앞으로의 변화 속에서 "옵티머스가 테슬라 자동차를 생산하고, 옵티머스가 망가지면 다른 옵티머스가 수리해주고, 옵티머스가 옵티머스를 만드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을 보며, 또 다른 섬뜩함을 느꼈다.



이미 인류는 일정 시점이 되면 공존보다는 생존을 위한 차별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던 그렇지 않던 관계없이..




"사이버펑크 2077" 이라는 게임 속 거대기업 "아라사카"는 국가보다 강력하다. 경찰도, 법도 기업의 이익 앞에서는 무력하다. 기업이 군대를 보유하고 도시를 통제하며 사람들의 뇌(기억)까지도 데이터화하여 소유한다. 물론 단순한 설정일 뿐이다.

그런데 질문해보자. 현실은 게임과 얼마나 다를까?

이미 시대를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대다수 국가의 GDP를 넘어섰다.

테슬라라는 일개 기업의 CEO가 가진 위성 통신망, 스타링크가 한 국가의 전쟁 수행능력을 좌우하고 전쟁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정부가 규제를 하려고 하면 서비스 중단으로 맞서는 사례는 계속 누적되고 있으며, 미국에서조차 "반독점법"은 이미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새로운 시대의 "빅테크 영주"들의 선택에 의해서 좌우되는 사회, 인류가 오랜 시간의 희생을 통해 만들어낸 민주주의 기반으로 공존하는 시대는 이들의 알고리즘에 중독되어 양극화되고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종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선택"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지는 순간 끝날 것이다.


민주주의는 악의적인 리더와 대중의 우매함이 결합하여 혼란이 초래되면 다시 독재를 향해 나아간다는 고대 어느 철학자의 이야기처럼 AI & 로봇이 만들어가는 시대에서의 미래는 "특정 계층에게는 유토피아를, 특정 계층에게는 존재의 중단"을 강요할 것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조금은 생각해보면 좋겠다.



스크린샷_16-12-2025_94335_blog.naver.com.jpeg AI를 통해 생성한 정치 순환론의 이미지 도식화



지금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한다. 민주주의에서는 존재만으로 1인 1표라는 권한을 소유하는 것처럼 자본주의를 극단적으로 발전시킨 주식회사 기반 시스템에서는 주주가 되면 그 기업의 발전과 함께 자산 가치의 상승은 물론, 의결권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음... 어떤 극단적인 상황이 왔을 때 소액 주주에 대하여
"지금과 같은 시스템과 권리를 동일하게 적용"할까?

이 질문을 던지고 보니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맞지만, 그것이 전부는 될 수 없다는 것이 오히려 더욱 자명해지는 듯 하다.

이 시대에 편리함에 취해 스스로 디지털 농노로 전락해가면서 스스로의 존재가 삭제되는 Useless Class가 되어갈 것인가. 아니면 이러한 기술이 적용되어야 하는 우선순위, 기술의 결과로서 생기는 부의 균형에 대하여 끊임없이 질문하는 시민으로 남을 것인가

그 선택을 주저하는 동안 새로운 영주들의 성벽은 이미 우리 주변에 굳건하게 쌓여가고 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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