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육아휴직 130일차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by 블루엔진

이 글은 육아휴직 출사표부터 육아휴직 120일차까지의 전반기를 마무리하고, 중반기로 접어들기 시작하는 육아휴직일기의 첫번째 글이다. 중반기가 과연 안정화된 육아휴직 기간으로 활용될 것인지 전반기의 멘붕이 계속 이어질지 기대가(?) 크다.


육아휴직을 장기간 한 이후 복직을 1개월쯤 앞두고 있던 와이프가 나에게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다.

돌아가서 잘 할 수 있을까?


아마 육아휴직을 쓰신 분들 중에서 많은 분들이 이 지점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무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가끔씩 아래와 같은 뉴스도 들려온다.

나는 그래도 운이 좋게 최소한 이런 조직에는 다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 수준의 고민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복직 후 평가와 진급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육아휴직 전에 좋은 선배님들께서는 지금 조직에서 인정도 받고 있고 한창 일해야 하는 시기인데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셨다. 정확히 육아휴직자에 대한 HR 관리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지는 이런 사람들에게 어떤 유형의 불이익을 직접적으로 집행하도록 강요받았던 팀장급 이상의 보직자나 HR 담당 실무자가 아니라면 그 실체와 진실을 알 수 없는 영역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지는 조직 내의 두려움이라는 암묵적 가치는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주저하게 한다. 구성원들의 이러한 주저함이 모이면 당연히 조직은 HR 제도의 개선을 사회 공동체의 전반적 관점을 고려하기보다 이렇게 휴직을 못쓰게 하는 두려운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조직에 더 이득이 된다는 생각을 하기 쉽고 개선해야하는 우선 순위에서 계속 뒤로 미뤄버리게 하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또한 솔직하게 육아는 힘들다. 나 역시 누군가 물어보면 "진심으로 회사에서 일하는게 편합니다" 라고 가감없이 답변한다. 1년의 시간이 잘 흘러갈지 알았는데 솔직한 감각으로 말하자면 "아직도..." 절반도 안지났다. 아이를 출산하거나 복직하고나서 일부러 일도 없는데 퇴근을 안하신다는 분들에 대한 목격담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도 이런 지점과 일맥 상통하지 않을까. 우스갯소리지만 "하... 어디서 다 커서 왔으면 좋겠어" 라는 말이 내포하는 의미는 아이와의 시간이 소중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구조적인 두려움이 실제로는 훨씬 공포스럽지만 이건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유형의 리스크가 아니다. 즉, 걱정해봐야 실제로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 그렇기에 우리가 실질적으로 걱정해야 하는 것은 내가 가진 실력이 조직에 복직해서 '피해' 가 될 정도로 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은 얼마든지 스스로의 노력으로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다. 만약에 돌아갔는데 부당한 상황을 마주한다면? 자신의 실력이 준비가 되어 있는 경우 어느 정도 자유로운 길을 찾아갈 수 확률이 높아져 있지 않을까?


나는 회사에서 휴직하기 이전에 멤버십 제휴 전략 기획을 했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래와 같은 일을 실천해보고 있다. 돌아가서 즉시 다른 팀으로 발령이 날지 그렇지 않을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내가 결정할 수 없는 문제는 최대한 생각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그저 묵묵히 해나갈 뿐이다.


첫째, 회사의 뉴스를 정기적으로 찾아보며 어떤 방향성을 추구하는지, 주요한 변화의 지점은 어떤 것인지 확인한다. 이것만 주간 단위로 체크해도 최근 우리 회사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참고해 볼 수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모빌리티 회사로의 새로운 길을 준비하는 중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변곡점에서 쉬고 있는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한발짝 떨어져서 지켜보니 내부의 목소리에 의한 왜곡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조금 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 커뮤니티 스터디 등을 통해 업계의 소식이나 나의 실무와 관련된 스킬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즘 커뮤니티 기반 스터디가 워낙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양질의 콘텐츠를 업계의 좋은 사람들과 함께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육아가 우선이라도 시간을 쪼개서 찾아보면 가성비 좋게 참여할만한 스터디가 충분하게 많이 있다.


셋째, 책을 보고 글을 쓴다. 내가 한달 중 기다리는 날이 있는데 바로 매월 24일이다. 이 날은 YES24 중고서점에서 중고책으로 할인된 금액에서 추가 할인을 더 해주기 때문인데, Bibly 라는 App 에서 관심책으로 등록해놓은 책을 검색해보고 실제 몇 페이지를 읽어본 다음 예상과 동일할 경우 저렴하게 구입하는 재미는 육아에 찌든 일상에서 의외의 즐거움이다. 그리고 그렇게 읽은 글을 통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글로 옮겨서 작성하는 연습은 어떤 유형의 실무를 하더라도 기본인 정보수집, 정리, 결과물 도출이라는 싸이클의 감각을 유지하기 참 좋은 방식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새로운 관점을 찾아본다. 의외로 아이들과 놀아주다보면 잊고 있던 것들을 깨닫게 되는 지점이 많다. 나는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도구를 이용하고 노는 모습을 볼때, 아직은 어리다고 보호해야 할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일 때, 그리고 매일 매일이 버라이어티함 속에서 지나가다보니 나 역시 어느 순간 사용하지 않아서 뇌에서 죽어버렸던 시냅스가 다시 활성화되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렇게 활성화된 정신은 의외로 기존에 세상을 바라보던 시각에 대해서 비틀어보기라는 관점을 주고 이런 감각은 실무로 다시 돌아갔을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수확이다.


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것들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들만 정리한 이유는 내가 시도하는 것들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큰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얘기의 가장 큰 핵심은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에 에너지 낭비하지 말자. 오로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 라는 점을 더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돌아가서 잘 할 수 있을지, 어떤 대우을 받을지
그것은 여전히 내가 알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오늘의 나를 다듬어 나간다는 것은
나만 할 수 있고, 내가 나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이다.


혹시라도 휴직하고 나서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그 걱정이 가치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 역시 그렇게 매일 반복되는 명확하지 않은 의구심에서 유발되는 우울함에 저항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걱정과 우울함마저도 가치있게 만들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오직 이 시간을 최선을 다해 즐기고 또 즐기라는 것이다.


그 방법을 어떤 것으로 결정하고 실천할지는 온전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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