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육아휴직 140일차

육아를 공동체의 생산성의 관점에서 바라보자

by 블루엔진

생산성. 참 아이러니한 단어다. 단어의 정의는 명확하다. 그래서 때로는 얄밉기도 한 단어다. 그리고 30살이 지나 공식적으로 시작된 나의 사회생활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다.

Productivity, 생산의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

우리는 이 단어를 마주할 때 어떤 감정을 갖게 되는가? 생산성이 사용자에게 조금 더 익숙한 단어라고 생각되다보니 의외로 부정적으로 마주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누군가가 완벽하게 나를 책임지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삶이 아니라면 이 단어는 개인의 삶에서조차 모든 것을 관통한다. 생산성의 극대화에 대한 반감으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저항하기도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런 저항도 결국은 나의 생산성이 타인에게 착취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되길 바랄 뿐, 역설적으로 그 행위 역시 나 자신의 생산성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16050900478_0.jpg 멍때리기 대회 - 무엇을 위한 것인지 한번 생각해보면 이것조차 생산성과 쉽게 분리할 수 없다 / 출처 : http://bitly.kr/zZf16kMu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를 설득할 때, 그리고 그것이 온전히 나 스스로의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생산성" 을 무기로 사용하고 설득의 논리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그 자원이 사회공동체를 위한 나눔으로 투입되는 자원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나눔이라는 명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을 뿐 결국 그 자원의 의사결정권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무언가에 가장 적합한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투입자원의 열매를 소수가 독점하느냐 다수를 위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내가 10일 단위로 쓰고 있는 육아휴직일기를 관통하는 주제도 결국 "부모의 육아휴직" 이 가져오는 사회 공동체 전체의 생산성이라는 관점이다. 특정 기업에게 한정적으로 보자면 임직원의 휴직은 단기간으로는 "생산성의 단기적 소실" 로 평가되기 쉽다. 특히 아빠들의 휴직은 복직을 전제로 하지 않는 경우가 경험적으로 더 많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간을 조금 더 길게 펼쳐놓고 보자.


기업은 무엇으로 작동하는가? 비즈니스 모델의 종류와 관계없이 가장 심플하게 보자면 "지불능력이 있는 자들의 선택" 이 지속가능성의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이다. 그런데 계속해서 해당 시장이 줄어든다면 결과는 자명하다. 생산성이 낮은 기업부터 순서대로 소멸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

97167524.1.jpg 미래의 고객이 우리 사회에 없다면...? 이라는 질문을 거시적으로 해본다면 육아휴직은 장려되야 한다.

인구 통계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제 상식 오브 상식이니 아빠 육아휴직자의 입장에서 이런 관점도 있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특히 기업의 CEO, 의사결정권자, HR담당자들이 생각해보면 좋겠다.


첫째, 임직원의 애사심이 증가한다.


응원을 받고 시작했던, 협박 아닌 협박을 받고 시작했던 그것은 중요치 않다. 육아휴직을 했다는 것은 어떤 조직의 근로자, 즉 급여생활자라는 것이다. 퇴직조차 급여라는 마약 때문에 감히 선택하기 힘든데 갑자기 그 급여가 사라지는 것은 육아휴직의 가장 큰 고난 요인이다. 고용보험에서 나오는 육아휴직 급여의 위로수준(?)은 평소에 받던 급여와는 결코 비교할 수 없으며 한번 상향 평준화된 생활수준을 낮추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첫째가 "아빼, 왜 우리 키즈카페 자주 안가?" 그럼 솔직히 당황스럽다...)


그렇기에 안정적으로 들어오던 급여의 소중함은 사랑하는 내 가족과 특히, 내 자녀들을 위해서 사용할 가처분 소득의 감소를 피부로 느낄 때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된다. 사람은, 특히 성인은 교육으로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꼬박꼬박 급여 받아가면서 "동기부여 교육" 까지 별도 비용을 사용하며 생산성을 올리려고 하기 전에 아이가 있는 집은 먼저 육아휴직을 권고하고 HR 데이터적으로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해당 기업에서 연구해보면 어떨까? 애사심과 더불어 복직하여 내 회사의 소중함을 알고 더 열심히 하고자 하는 임직원이 평균보다 많다는 것에 한표 던진다. 최소한 데이터적으로 그런 사람 1명은 있다. 누구냐고?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본인이다.


둘째, 임직원이 어떤 교육과정으로도 가르칠 수 없는 것을 배우게 된다.


다양한 사내외 교육을 약 7년 남짓한 시간동안 많이도 받아봤다. 임팩트있게 변화를 이끌어준 과정도 있었고, 전혀 그렇지 못한 과정도 있었지만 교육 참여횟수가 일정한 모수를 넘어서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개인 수준의 발전에 맞는 "최적화된 과정" 은 잘 없다는 것이다. 1:1 로 커스터마이징된 교육과정이 아닌 이상 당연히 참여자의 평균을 따라갈 수 밖에 없고 누군가에게는 수용 자체가 안되는 수준이거나, 반대로 누군가에게는 나는 이걸 왜 듣고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내가 차라리 참여형 커뮤니티 스터디를 활용하기로 방향성을 바꾼 것이나 아니면 내가 직접 커뮤니티 리더가 되어야겠다고 준비를 시작하게 된 것도 이런 고민의 결과다.


그런데 육아는 그 결이 다르다. 뭔가 육아와 관련되거나 생활과 관계된 지식도 지식이지만 "나 스스로에게 깊이 대화를 하며" 결코 교육과정으로 끌려가면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위치, 실력을 나만 바라보고 의지하고 있는 존재들과 함께 통렬하게 깨달아가는 인생의 교육과정으로 작용한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발전시킨다고 했던가? 나를 미치게 하는 직장 내 인간관계는 돌아보면 나를 성장시킨다고 했던가? 아무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들과의 순간순간은 내가 얼마나 밑바닥인지와 더불어 자칫 별것 아닌 능력으로 교만해지기 쉬운 년차와 연령대에 스스로를 깊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다. 이런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직원이 많아지는 조직의 생산성은 어떻게 변할까?


셋째, 기업의 브랜딩에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저출산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라고 모두가 외치지만 현실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연관되어 있고, 이는 단순히 정책 몇 가지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가치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요즘 CSV 는 기업의 당연한 전략적 선택이다. 그런데 이 방향이 단순한 나눔과 CSR 을 넘어서 기업의 역량과 연계된 강점을 발휘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으로 발전하다보니 의외로 가장 당연한 것을 돌아보기 보다 "마케팅의 대체재" 로서 추진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왜 이렇게 어렵게 비틀고 꼬아서 생각하려고 하는걸까?


일하기 좋은 직장이라는 것만큼 사회 공동체에 의미있는 화두를 던지고 많은 이들에게 칭송을 받을 수 있는 기업 브랜딩은 잘 없다. 이것과 연계하여 계산하기도 힘든 소비자로서의 고객의 LTV 를 자꾸 측정하려고 하지 말고, 무엇보다 측정하기 명확한 내부 고객으로서의 LTV 를 HR 의 주요 KPI 로 설정하고 축적하여 내부 데이터베이스화시키고 저출산이라는 사회 공동체의 문제에 앞장선다는 명분을 같이 취한다면?


육아휴직을 적극 활용하고, 근무를 하면서도 육아에 부담을 최소화해주기 위한 유연근무제와 지원을 적극 실시하고 이것을 기업의 브랜딩에 진정성있게 활용한다면 그것이 기업의 생산성에 부정적일까, 긍정적일까?

%EC%9C%A1%EC%95%84%ED%9C%B4%EC%A7%8101.png 파고들어보면 할많하않 이지만...어쨌든 이런 사회적 화두를 던졌다는 것은 칭찬해야겠지?

육아는 공동체가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유지되기 위한 생산적인 활동이다. 그럼 당연히 이 활동을 위해서 사회 공동체의 주체들은 분명하게 그 역할과 책임을 분담해야한다. 아직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걸려있는 현수막의 문구가 눈에 밟힌다.


육아휴직하는 엄마가 해고되지 않는 구로


그래도 정착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엄마들의 육아휴직마저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이제는 육아를 개인의 희생과 국가의 정책으로만 맡겨두지말고 기업 역시 "생산성" 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여 기업 스스로와 사회공동체 전체에 유의미한 방법을 찾아가는 곳이 많아지길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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