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육아휴직 150일차

왜 우리는 타인에게 나는 하지 못하는 것을 바라는걸까

by 블루엔진

"코로나19" 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사스와 메르스의 위기를 건너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는 무언가 조금 느껴지는 지점이 다르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불편했던 모든 지점들이 드러나고 있는 느낌은 나만 받는 것일까?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의 저자 오찬호님의 칼럼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는 그동안 여전히 불편한 것들은 나의 일이 아닌 것처럼 살고 있었는지 그 철저한 민낯을 마주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혐오는 증폭되고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업종을 불문한 기득권의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위선적인 행태를 보며 이것이 결국 인간들이 모여사는 세상의 실체적 진실인가라고 생각하며 묘한 깨달음의 지점을 마주하기도 한다.


이 사태를 통해서 의도하지 않게 장기화되고 있는 아이들과의 풀타임 전업 육아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나 개인에게는 아주 큰 변화다. 최소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약 6시간의 자유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동안 집안일을 하면서 공부도 하고, 글도 쓰고, 나 스스로 온전히 놀면서 재충전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휴직의 또 다른 목적이었던 개인의 재충전에 유의미한 시간을 사용할 수 있었고, 이기적인 남편과는 다르게 퇴근해도 적극적으로 육아에 동참해주는 와이프와 부분적으로 지원해주시는 어머니 덕분에 외부 스터디나 네트워킹도 생각보다는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하루종일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 사실 이렇게 심각해지기 전 2월 1~2주를 이미 등원시키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신적 예방 접종은 맞은 상태였지만 인간은 언제나 "언제까지" 라는 명시적인 희망이 없으면 동일한 상황의 오늘의 현실도 조금 더 깊은 고난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나 스스로의 재충전 시간이 없이
아이들과 함께 있어보니 드러난 것은 나 스스로의 인간으로서의 민낯이었다.


아이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발달상태에 맞게 행동할 뿐이다. 당연히 아이들은 아이처럼 행동할 수 밖에 없다. 모든 기준을 성인에게 맞춰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인이라고 뭘 그렇게 잘하는가? 내 인생을 돌아보는게 아니라 나 스스로의 현재만 돌아봐도 나는 생각보다 부족한 것이 많은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안하고 싶으면 안하고, 하고 싶으면 한다. 그것을 성인의 자유라고 자기 합리화를 시도할 뿐, 그냥 나 편하자고 논리를 더할 뿐이다. 오히려 아이들의 행동이 더욱 자기 위선이 없고 정직하다. 그렇게 약 1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나보니 이런 지점에 도착하게 되었다.


나는 왜 아이에게 어른이 되길 강요하는가?
또한 나는 왜 타인에게 무엇보다 어른스럽게 행동해주길 원하면서
나의 행동은 아이처럼 더 많이 이해받기를 바라는가?


매일이 아이들에게 고함치고 떼쓰기를 달래는 것의 반복이다. 매일이 어떻게든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는 사투의 반복이다. 매일이 어떻게 하면 덜 놀아주면서 빨리 재울 수 있을까하는 묘책은 없는지에 대해 궁리하는 치사한 나 자신과의 투쟁이다. 하지만 그런 반복과 사투와 투쟁의 끝에 내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어찌보면 오늘을 버티는 아주 작은 최소한의 힘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나의 인성이 갑자기 성인군자처럼 변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잠들기 전에 아이들에게 오늘 아빠가 소리친 것에 대해서 사과하고 안아주는 것. 그리고 내일은 그 횟수를 조금씩 줄여나가려고 노력하는 것. 그 끝에는 조금 더 성숙한 아빠이자 타인에게 조금 더 이해를, 나 스스로에게 조금 더 엄격한 사람으로서 성장할 수 있다는 작은 믿음. 그것이 오늘의 전업 육아에서 깨닫고 체득하고 싶은 또 하나의 생각이다.


"왜 내가 휴직했을 때 이런 일이 생기는거야??!!"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생각이 나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이끌기 전에 빠르게 털어내는 정신 근육을 기르는 것. 그리고 이런 성장은 다시 사회생활로 돌아갔을 때 왠만한 상황에서도 평정심과 균형을 유지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오늘을 지켜나가보자.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과,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의 줄다리기의 시간은 오늘도 그렇게 흘러간다.

매거진의 이전글아빠육아휴직 140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