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세척기와 건조기를 쓰며 생각하는 최적화에 대하여
회사생활을 하면서, 또는 관심있는 시장의 특정 업체나 컨설팅 회사들이 새롭게 해결해야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보고서들을 살펴보면 가끔 이상한 지점을 느낄 때가 있다. 생각보다 너무 "Wishful Thinking" 이 많이 들어가 있다는 것.
무언가 새롭게 시도할 때는 당연히 "실패" 할 확률이 잘될 수 있는 확률보다 훨씬 크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시도할 때 성공의 열매와 실패의 리스크에 대한 균형감각이 필요하고 이를 명확하게 얘기해야 하는데 대기업 내부 신사업이던, 창업이던 자기자본만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경우는 잘 없다보니 "좋은 결과" 를 중심으로 얘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누군가의 자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듣기 좋은 소리" 를 해야하니까.
실질적으로 새로운 시도에 대한 성공의 여부는 "미친듯한 디테일과 상황에 대응하는 실행력" 에 달려있음에도 막상 이렇게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참 많다. 대기업 신사업 부서는 이름은 멋있는데 기존 기득권과의 조정과 갈등국면이 너무 어렵다보니 이 과정에서 제대로 실행이 안되거나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고, 스타트업 중 일부는 그 높은 이상에 비해 도대체 왜 모여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종종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혹시라도 실패하면 이에 대하여 "그들" 이 실패한 것임에도 "구조" 자체를 문제시(물론 구조가 문제있는 경우도 있지만...)하는 사람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케이스 스터디로 활용되고 이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도전을 두렵게 하거나 지원자들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이를 거부하는 또 하나의 진입장벽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육아휴직을 시작하면서 이왕이면 시간을 조금 더 생산적으로 사용하고 싶었다. 그럼 먼저 해결해야하는 문제점부터 분석해야했고, 질문은 단순했다.
1) 무엇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며 처리해야 하는가?
2) 비용을 들여서 방식을 바꾸면 투자 목적인 시간과 기타 추가적인 혜택을 통한 편익이 그 이상인가?
그래서 선택된 것이 건조기와 식기세척기였다. 건조기는 와이프도 적극적으로 동의하던 지점이었기 때문에 신혼때부터 사용하던 사랑하는 삼성의 통돌이는 때마침 세탁기가 망가진 어머니께서 사용을 원하셔서 이전 설치를 했고, 여러 브랜드와 가격 조건을 비교한 끝에 결국 백색가전의 명가 LG제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식기세척기는 설치 공간 및 정말 효용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는 와이프에게 "그럼 적정 가격 제품으로 구매해서 사용해보고 필요없으면 빠르게 중고처리하자"고 설득(이라 쓰고 강행)하여 최신 모델보다는 기능이 좀 떨어지나 가격이 적정한 제품으로구입하게 되었다.
건조기의 생산성을 체크하기 위해 빨래하는 과정을 도식화하면 아래와 같다. 앞의 두 단계는 사실 뭐 별거 아니다. (즉, 인간의 노동이 별로 들어가지 않는다) 세탁/탈수도 기계가 알아서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드는가? 세제 넣고 작동시키는데 1~2분이면 된다. 바로 건조대에 말린다와 빨래를 정리하는 마지막 2단계가 최악이다. 빨래를 개고 정리하는 것은 건조기를 도입해도 동일한 과정이지만 건조대에 말리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드는 지점을 거의 제로로 만들어준다는 최고의 강점이 있다. 뽀송뽀송하게 마른 상태, 옷에 붙은 먼지까지 필터링해주는 이 아름다운 기계는 빨래 노동의 신세계를 열어준다.
식기세척기의 생산성을 체크하기 위해 빨래하는 과정을 도식화하면 아래와 같다. 이 과정에서도 역시 앞의 두 단계는 사실 뭐 별거 아니다. 그런데 세척 및 건조 단계는 투입 노동이 만만치 않다. 본인의 깔끔함에 대한 수준과 세제 잔여 정도에 대한 민감도가 더해진 사람은 나처럼 별로 생각없는 사람과는 다르게 시간이 엄청나게 든다. 건조기와는 다르게 식기세척기는 전용세제 사용, 그릇 배치를 맞춰서 해줘야 하는 등 조금의 번거로움은 있지만 사용법만 익숙해지면 직접 노동 투입보다 생산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와이프가 전업 육아를 하던 시절 몇 차례나 구입을 권유했으나 세제가 잘 제거되지 않고 생각보다 잘 세척이 되지 않는다는 리뷰에 익숙해져서 구입을 계속 망설였으나, 다행히 그 시절보다 기술력이 많이 좋아졌고 요즘에는 생각보다 서로 잘 활용하고 있다. (역시 행동의 전환 비용은 스스로 실행해보고 체득하지 않으면 쉽지 않다)
뭘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으나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지금부터다. 그럼 위와 같이 단순 도식화가 된 문제 해결이 필요했던 지점이 건조기와 식기세척기 이후 완벽하게 해결되었는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어떤 개선점에 대한 완성은 결국 "나 자신" 에게 있으며, 그 목표는 최적화라는 것이다.
건조기는 여전히 1)건조기 용량의 수용정도를 넘어가는 빨래감은 건조가 불가능하다 / 2)열에 취약한 소재는 변형 및 조기 손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 3)아직까지는 화재에 대한 이슈가 완전히 해결된 상황은 아니다와 같은 이슈를 가진다. 대부분의 세균이 고온에서 사망하기 때문에 건조기 수준의 고열이 가해지면 빨래에 잔균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우려는 없지만 인간에게 비타민 D 합성을 위해 햇볕이 필요하듯이 가끔은 햇볕에 살균하며 말리고 싶어지는 기분이 들 때도 있긴 하다. (물론, 절대 하진 않지만... 우리 집은 테라스 구조가 기본적으로 빨래 널기 짜증나게 되어있음)
식기세척기는 여전히 1)사전에 설거지에 있는 잔여물을 적정하게 제거해주고 넣어야 한다. / 2)(이건 개인차가 있지만)세제의 제거 정도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 1회 정도 다시 물로 간단히 처리한다 같은 절차가 남게 된다. 특히 아이들의 식기는 무조건 1번은 다시 물로 세척한다. 설거지를 대충대충하는 나 스스로를 믿지 못하여 나보다는 깨끗하고 세제의 잔여물을 더 잘 제거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사용할 뿐이다.
즉, 어떤 새로운 방식을 검토하고 도입할 때 그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환상" 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를 실행하기로 결정하는 순간부터 기대했던 것보다 충분치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은 반드시 현실적으로 선행 인식해야하고, (안그러면 눌러붙은 설거지 처리 안된다고 반품 소동 일으킬지도... 구매 후기 보면 의외로 이런 분들이 있긴 있다...) 또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지점을 찾아낼 수도 있다. 결국 어떤 새로운 시도에 대한 최종 목표는 "최고의 결과에 도달할 것이라는 환상에만 빠져있는 것" 이 아니라 "최적의 지점을 증명하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을 활용하여 또 다른 개선점을 지속적으로 찾아가며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글에서 정리하겠지만 이런 생각의 지점에서 나는 완전 자율주행 5단계와 같은 고도화된 테크 기능이 우리에게 최고의 미래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있기보다는 지금 수준의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기술의 적정 속도의 발전과 함께 지능형 도로 인프라가 구축되는 것이 차라리 훨씬 현실적이고 당장 우리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생각의 연계가 너무 개연성 없는 것 같긴 하지만...)
쓰고나니 육아휴직일기인데, 육아얘기가 하나도 없는 것 같지만... 아이들에게 투입해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다른 집안일을 해야한다는 구조 속에서 나의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고민이 이런 투자 결정과 시행 착오, 그 과정에서 너무나 당연한 깨달음을 다시 한번 리마인드하게 하게 되었다는 것을 나누고 싶었다. 아마 그런 고민이 없었다면 여전히 나는 투자와 개선을 결정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부모가 육아휴직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 분명히 다시 사회 공동체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러 돌아올 때 충분히 그 이상의 깨달음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으니 적극 권장하고 지원하는 조직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것. 이것을 오늘의 산만한 글의 마지막 결론으로 매듭지으며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