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삶의 위기에 직면할 때 어떻게 대응하는가?
아이를 키우다보면 겨울은 참 무서운 계절이다. 우리나라 4계절의 다이나믹함은 별다른 노력없이도 다양성을 경험시킬 수 있기에 육아를 하면서 참 좋은 환경이지만, 초기 면역력이 뛰어난 대신 아직 각 기관들이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콧물, 열, 기침과 같은 증상이 거의 함께 하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는 백신으로 인해서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공포스러운 존재다. 그런데 2020년은 인류사에 새로운 역사로 기록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특정 지역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개념이 변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라스라는 적은 인간이 오랜 시간을 거쳐 현대에 들어와서야 겨우 깨닫고 지속가능성을 위해 행동하는 모든 것을 무력화한다. 실제로는 바이러스가 문제지만 그것이 기생하는 숙주인 인간이라는 개체와 그것이 집단화된 특정 집단의 행동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더 큰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것은 상호 간의 연결과 연대가 무너지는 위험이다. 생존의 위기 앞에서 도덕과 윤리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잘 작동하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자기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보인다. 그리고 그 피해는 온전히 공동체가 부담한다. 마스크와 손소독제 사기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이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 정부의 위기 종식 조기 노력에도 이를 비웃듯이 행동하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공동체의 선량한 사람들이 몫이 되고 있다. 진짜 무서운 것은 이러한 선량한 사람들조차 더 이상 이러한 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시점이 다가오면 그게 바로 진정한 위기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참 다른 선택을 하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기사들>
단순한 육아휴직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완전한 전업육아가 시작된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지난 150일차의 일기에서 적었던 것처럼 이 모든 상황은 말 그대로 정신붕괴 상태가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러한 시간들이 누적되어 지나고 나니 그 상황에 맞게 새로운 적응 방식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리고 예전부터 알고 있다고 판단했지만 실제로는 파편화되어 있던 생각들이 정리되었다. 어떤 위기를 직면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바로 지금의 우리가 누구인지를 말해준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열심히 놀아주었지만, 첫째와 둘째의 차이를 구분하여 제대로 양육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잠재된 불만이 이번 기회에 정리되었다. 그리고 나의 강점은 정확히 이성적인 보육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알게되었다. (상대적으로 우리 와이프는 감성적이고 풀어놓은 형태의 보육 스타일이다. 참 다르지만 그 합이 잘 맞는 부부일지도...) 그결과 상대적으로 소규모 인원만 다니는 둘째를 긴급보육을 통해 등원을 시키고 첫째에게 맞춤형 육아를 하고 있다. 서로 만족도도 높고 특히 어느 정도 완성되어가는 뇌가 이성적인 지식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싶어하는 52개월의 지섭이에게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 하루하루 가르치는 것이 즐겁다.
또한, 나 개인의 성장과 더 빠른 결과를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가족과의 시간에서 희생했던 것이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 가족 전체에게는 오히려 더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내가 조금 더 가족과 집안일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면 충분히 와이프와 같이 해나갈 수 있는 지점들을 찾아가고 있다. 이것은 2020년 9월에 복직한 이후에 다시 한번 위기로 표출될 수도 있겠으나, 적정한 조율점을 찾았다는 것. 실제로 위기를 겪어보는 과정에서 더 나은 방식을 다시 한번 고민하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고무적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상황에서의 대응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고 있지만, 역시 그 중심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익숙하지 않은 육아에 힘들까봐 이런 저런 핑계로 아이들을 봐주시는 어머니, 누구보다 많은 것을 양보하며 주말이라도 쉬라며 본인도 힘들텐데 주말 휴가를 챙겨주려는 와이프, 휴직 중임에도 계속 연락하며 업계의 상황들에 대해서 정보차원의, 또는 감정의 공감 측면차원의 연락을 이어가는 소중한 주변 사람들로 인해 이 모든 위기는 오히려 나 스스로에게 성장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믿는다.
휴직 1년의 거의 절반의 시간을 보내며, 그 중간에 갑자기 찾아온 나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 모두의 위기 속에서 깨닫는 많은 것들이, 그리고 오히려 강제적이었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만들어가는 좋은 또는 나쁜 추억들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을 계속 하나씩 배워나가길 희망한다.
언젠간 이 위기는 지나간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 어제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길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