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육아휴직 180일차

한글은 참 아름다운 언어다

by 블루엔진

분리보육을 시작한 이후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이 있다면 우라나라가 이 정도의 위상을 가지게 된 것에 "한글" 이 얼마나 위대한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점이다. 영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전혀 제대로 꾸준히 공부하고 싶지 않은 늦어버린 아빠의 트라우마 덕분에 첫째에게는 본인이 관심을 가지는 수준 내에서 영어를 함께 가르치고 있다. (언어는 습관이니까...) 특히 기다리고 기다리던 에누마의 "토도영어" 가 출시된 것 + 코로나19 전업 육아 이후에 1:1 맞춤보육 환경이 마련된 것이 주요했다.


그렇게 국어, 영어라는 2개 언어의 초급 단계를 가르치면서 갑자기 생각해게 된 것이 있다면... 나는 한글의 문법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배웠던 용언, 체언... 뭐 이런 단어들이 기억나긴 하지만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평소에 말하는데 그런 것들을 정확히 아느냐 모르느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런 이유를 모국어라고 치부하기에는 문맹률이 높은 타 국가에 비해 한국인들의 콘텐츠 생산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유도 결국 나는 "한글" 이라는 언어체계에 기반한다고 생각한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최소한 한글이 없었다면 다음, 네이버, 아마 카카오도 지금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제나 얘기해왔다.


언어를 읽고 쓸 수 있는 문해력은 인간이 진정으로 인간답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다. 그런 언어를 나의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과정에서 유독 나에게 한글을 모국어라는 가산점을 제외하더라도 자부심을 가지고 더욱 애정을 가지게 된 이유는 세상의 모든 소리와 느낌을 한글은 어떤 형태로라도 표현 해낼 수 있다는 점이다.


< 아래 내용은 한글 국뽕을 위한 참고사항...>

유네스코는 한글 창제에 담긴 세종대왕의 정신을 기리고 문맹퇴치를 위한 노력을 격려하기 위해 ‘세종대왕문해상(The 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를 제정했다. 이 상은 매해 전세계적으로 개발도상국의 모국어발전과 보급에 기여한 단체나 개인 2곳을 선정하여 수상하고 있다.

첫째와 산책을 나가다보면 언어 습득이 폭발하는 시기인만큼 다양한 것들을 말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그저 느끼는 그대로 표현할 뿐인데, 그 말이 나에게는 참 아름답게 들린다. 예를 들면 이런 표현을 한다.


"아빠, 바람이 훙~~ 하고 불어. 너무 세게 불면 날아가버릴 것 같아"

"저기 봐봐. 물고기들이 신이 나서 폴딱폴딱 하고 있어"


바람이 "훙" 하고 분다고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쌩쌩" 분다고 표현을 하곤 하는데,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것에 놀랐고, 막상 쌩쌩이라는 말이 그다지 바람이 부는 일반적인 상황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폴딱폴딱" 은 "폴짝폴짝" 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인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찾아보니 실제로 폴딱폴딱이라는 표현이 있다) 한글의 위대한 점은 창제의 목적인 위민사상만이 아니라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언어가 필요한 이유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가장 자연스러운 소리를 표현할 수 있기 떄문이다.


목적이 공동체를 향하는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반영된 기술적 수준
역시 완벽하다. 이러한 언어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난 단 한번도 강아지가 "BowWow" 라고 짖는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멍멍, 멍뭉, 그르르르, 왈왈, 월월, 끼잉..." 과 같이 사실 그날 그날 강아지의 컨디션에 따라서도 그 소리는 달라진다. 그래서 영어와는 다르게 첫째에게는 한글을 표현할 때는 있는 그대로 생각하는 소리를 말해보라고 한다. 그럼 참 다양한 표현들을 가져와서 사용하는 것을 알게 되고, 나처럼 굳어버린 어른의 언어가 아닌 아이들의 언어는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한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 (나만 그럴지도 모르지만, 사실 영어를 애기들이 하는 모습을 보면 딱히 뭐 귀엽거나 차별성이 있어보이지 않는다. 목소리만 귀여울 뿐...)


물론 한글이 가지는 단점도 있다.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기에 모든 것이 "두리뭉실" 하고 이것은 언제나 커뮤니케이션 오류와 갈등을 불러오기도 한다. 같은 말을 해도 받아들이는 당사자들이 떄로는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적 맥락에 따라 너무나 다르게 인지하기 때문에 특히 비즈니스 계약 상황이나,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잘못된 소통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어찌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한 가지를 더 가르치려고 한다. 단순히 글자를 읽고 쓰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이용해서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서 말이다. 자신의 주장을 일관되고 논리적으로 세련되게 주장하는 것만큼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의견에 반박할 것이 있더라도 일단 공감을 먼저하는 능력을 같이 키워주고 싶다. (물론, 이건 오늘의 나도 계속 배우고 발전시키려고 하는 부분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언제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고,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다. 지금 상황이 조금 잠잠해지면 아이들 손을 잡고 국립한글박물관에 가봐야겠다. 그리고 여주에 있는 세종대왕릉에도 다녀오며 아이들에게 더 나은 꿈이란 무엇인지, 공동체를 향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가르쳐봐야겠다.


<우리가 잘 몰랐던 한글 이야기 관련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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