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카쉐어링/장기 렌트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하여
지난 1편에서 완성차의 기본 밸류체인과 소비자가 부담하게 되는 가격 구조, 유관 플레이어들에 대한 기본 내용을 정리했다. 오늘은 자동차 구독서비스에 대한 이해에 도달하기 위한 다음 스텝으로 완성차 업계의 밸류체인을 위협하는 장기렌트와 카쉐어링에 대해서 이해해보려고 한다.
결론부터 먼저 얘기하면 카쉐어링이나 장기렌트의 확대는 완성차 입장에서 보면 본원적 경쟁력인 생산규모의 확대/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카쉐어링은 구매 자체를 축소시킴, 장기렌트는 구매협상력 기반으로 완성차 업체의 영업마진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음)에서 해당 산업의 성장이 완성차 업체에는 반갑기만 한 소식은 아니라는 점. 그렇기 때문에 산업의 경계선이 무너진다는 명분이 명확해지는 현 시점에 완성차 업체들도 자동차 구독서비스에 뛰어드는 이유는 산업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보완적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자동차를 이용하는 패턴을 잘 관찰하다보니 이런 생각이 든 사람이 있었다.
"음... 자동차 1대 가격이 N원인데, 내가 그걸 여러명에게 단계적으로 빌려주고 N원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단기 렌트시장의 시작이다. 지난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이동의 편의성은 필요하지만, 소유할 수는 없는 계층" 은 완성차 밸류체인의 원가절감 한계 지점으로 반드시 존재하며, 소유한 고객들도 평소 생활반경이 아닌 곳에서 이동의 편의성을 위한 비정기적인 수요는 계속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자동차 생산의 대규모 산업화와 연관 인프라의 확충이 IT 기술의 발전보다 먼저 이뤄졌기 때문에 위와 같은 가정에서 출발한 단기 렌트카 비즈니스는 "오프라인 기반의 로컬 중심" 으로 구축되기 시작하였으며, 향후에는 운영 규모의 효율성을 고려하여 일부 사업자들의 대형 법인화가 시작되었다.
만약 내가 쏘나타를 3,000만원에 구입하여 3년 이후 중고거래 잔가 50% 에 매각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3년 동안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해당 차량 1대로 다른 비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1,500만원의 매출을 발생시켜야 한다. 가동률 100% 를 가정하고 365일 * 3으로 계산하니 1일 임대료 약 13,700원 이상만 받을 수 있으면 본전은 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추가 비용들을 계산하기 시작하는데...
자동차는 실물이기 때문에 대여하고 반납을 하는 오프라인 거점이 필요하다(거점 임대료 발생)
누가 사용을 했으면 다시 대여할 수준으로 차량관리가 필요하다(렌트 1회당 차량관리 고정비 발생)
엔진오일 교환같은 필수 정비가 필요하다(자동차 Life Cycle 의 차량정비 고정비 발생)
내가 직접 다 운영할게 아니라면 계약을 받고 운영해야하는 인력을 고용해야한다 (인건비 발생)
내가 소유하면서 관리하니까 자동차 보험료도 납부해야한다 (자동차 보험료 발생)
매출이 발생하니까 세금을 내야하는구나 (개인사업자는 소득세, 법인은 법인세 발생)
숨만 쉬어도 세금이 발생한다더니, 뭔가 내가 예상한 것보다 수많은 비용들이 발생한다. 이제 가격을 결정할 시점인데 이 모든 비용을 고려하고 나의 이익을 플러스하는 가격으로 빌려줘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수요 예측이 잘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하지? (가동율 관리) 마케팅을 해야하나? (마케팅 비용 발생)
여러 고민 끝에 가동률 수준을 약 50% 정도로 가정하고 가격을 정했는데... 코로나19 같은 예측불가능한 실물경제 변수가 아니더라도 예측은 언제든 틀릴 수 있고, 생각보다 돈을 벌기 쉽지가 않다. 중고차 매각에서도 아무래도 차량 상태가 좋기 어렵기 때문에 좋은 가격을 받기도 쉽지가 않다.
즉, 고객이 직접 구매를 하는 비용과 비교했을 때 당연하게 부담하는 금액은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을 뿐 다른 방식으로 반영되어 렌트 임대료에 포함된다. 구매물량 협상력을 기반으로 B2B 할인을 받는다고 해도 그건 1회성 할인이지만, 비즈니스모델이 작동하기 위해 운영해야 하는 계속 비용은 B2B 할인을 받은 수준으로 해결되는 수준이 아니다.
IT 기술의 발달로 카쉐어링이라는 아름다운 용어(?)가 등장했지만 결국 이는 "일단위로 렌트하는 차량" 을 "30분 단위까지 분할해서 대여" 하여 하루 1회의 대여를 N회로 늘려 가동률을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을 더했을 뿐, 오프라인 거점 운영료는 주차장 비용과 IT 플랫폼 운영비용, 이를 관리하기 위한 고급 개발기술을 가진 개발자 인건비로 치환되어, 실질적인 운영 비용이 드라미틱하게 감소할 수는 없다. (적정 수요를 확보하고 있는 단위 로컬 사업자 관점과 비교해보면 오히려 카쉐어링 업체가 훨씬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일 수도 있다.)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보면 단기렌트나 카쉐어링이나 가동률이 핵심이며, 구조적으로 이익을 내기 어려운 것은 동일하고, 고객에게 추가 비용을 부담시킨다는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고객의 행동비용이라는 행동 결정의 변수인 가치적인 측면에서 보면 완성차 업체에게 카쉐어링 서비스가 "단일 브랜드" 로 거대해지는 것은 단순히 기존의 단기렌트카 사업이 전국 단위로 성장한 것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측면이 있다.
기존 단기렌트카는 "거점 반납" 을 기본으로 하고 (최근 딜리버리 서비스도 있지만, 결국 추가비용이다) 해당 거점은 일정한 업무 운영 표준을 설계해야 하니, 오프라인 거점 확장성에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대여 시간 역시 24시간 운영을 하는 일부 거점을 제외하면 사용시간의 제약이 생기고, 이러한 제약들은 고객의 사용성을 제한하여 자동차 소유를 기반으로 주어지는 편의성을 대체하는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단기 렌터카 업체들이 차량을 구입해주고 소유에 대한 가치는 크게 훼손하지 않아서 오히려 생산 밸류체인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측면의 상호 보완적인 성격이 더 강하게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카쉐어링은 전통적인 단기렌트카의 오프라인 거점 개념에서 벗어나 임대 주차장을 빌려쓰고, 모바일 APP을 기반으로 즉시 사용과 반납 등을 할 수 있어 공급자 입장에서 고객과의 접점 확장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사용자 입장에서도 사용 편의성이 급격히 올라간다. 수요-공급 측면의 일부 미스매치가 일어나더라도 모바일의 고객 트래픽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공급을 확대해가면 고객의 인식 속에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 즉시 차량을 확인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일으켜 "소유의 가치" 를 상당 부분 대체하여 "구매 결정의 전환 비용" 을 높이게 되는 가능성이 생긴다. 실제로 차량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절대 금액 측면에서 상승하고 있는 차량 가격과 시장의 양극화에 따른 가처분 소득의 감소는 많은 소비자들에게 카쉐어링이 완성차 소유의 대체로 작동 할 수 있다. 또한, 실물 경제의 위축이나 양극화라는 완성차 업계 자체적으로는 조정이 불가능한 변수가 이 흐름을 가속화 할 수 있다. 이는 완성차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인 생산 밸류체인의 규모 유지 또는 확대에 중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단일 브랜드가 성장하여 차량 교체 주기별 구매 물량 규모가 커지면 B2B 협상력이 증가함에 따라 1회성 할인일지라도 완성차 업계의 영업이익률에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직접 카쉐어링을 운영해도 결국 차량 판매를 대체해버리는 총 수요의 간섭효과가 발생하니 굳이 이 시장을 직접 본인 손으로 키워야하는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이 지점이 완성차 업체의 가장 큰 딜레마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장기렌트도 비즈니스 모델 운영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의 항목은 단기렌트와 아주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시간 단위 또는 일 단위로, 단기 기간 단위로 매칭을 해야하면서 발생하는 운영적인 소모가 일어나지 않고 1회의 계약만 하면 계약 기간 동안의 안정적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 즉, 단기렌트나 카쉐어링에서 가동률을 높이거나 유지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과 시장 환경 변수에 따른 눈물은 흘릴 필요가 없고, 추가적으로 해당 계약을 기반으로 필요시 자본 유동화를 통해 운신의 폭도 넓힐 수 있다.
그래서 단기렌트로 중형급 승용차량을 1개월 계약하면 아래와 같은 미친(?) 임대 금액이 나오지만, 장기렌트로 하면 전혀 다른 금액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렌트" 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가지는 추가적인 비용은 동일하게 수반되기 때문에 차량 직접 소유와 비교해보면 막상 고객 입장에서는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구매와 비교해도 저렴하다고? 그건 장기렌트 업체가 전략적 손실(이제는 누구나 편하게 사용하는...)을 감수하며 M/S 를 늘리려고 하거나, 중고차 잔가 예측을 실패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래의 예시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2,430만원의 차량을 1만km 주행조건에 선납금까지 있는데도 48개월간 성실하게 납부하면 약 1,560만원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고, 이는 차량가격의 64.3% 에 해당한다. 만약에 차량 상태가 온전하지 않으면 당연히 이에 따른 감가를 통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계약기간 동안은 온전히 소유의 가치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즐기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초기 세금 1회 부담, 26세 이상에 사고가 없었다면 저렴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보험료(이 지점에서 사고 많이 낸 사람은 장기 렌트가 유리해진다), 연 1회 연납을 통한 자동차세 할인 등을 하고 직접 중고차 매각까지 하면 실질 이용 비용은 소유가 전체적으로 저렴할 가능성이 높다. (인간적으로 소유할 경우 연 2회, 1번은 자동차세, 1번은 자동차 보험 갱신하는데 그거 귀찮다고 하면....)
장기 렌트는 처음부터 사업모델 자체가 신차로 구매하는 수요를 1:1 로 간섭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월 납입금액이 저렴하여 3~5년만 사용해볼까? 라는 생각으로 일시 구매보다는 부담이 적어 추가 수요를 발생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미 자동차 할부 금융 상품들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고 계약에 묶이는 것보다 (휴대폰 약정의 노예이신 분들은 잘 이해하지 않으실까...?) 맘에 안들면 중고차로 판매할 수도 있는 자유도 측면에서 신차를 직접 구매하는 수요와 1:1 로 매칭되어 간섭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는 이것도 생산 규모를 감소시키지는 않지만, 구매 협상력을 기반으로 B2B 할인은 요구하기 때문에 당연히 반가울 수는 없는데, 고객 입장에서도 총 TCO 를 고려해보면 크게 이득이 되는 부분은... "귀차니즘 해결" 정도라는 것이 개인적으로 참 아이러니하게 바라보는 되는 지점이다.
완성차 기업에 근무하면서 자동차 연구개발/생산과 관련된 직무에는 전혀 일해본 적이 없지만, 내가 하는 모든 일을 고려할 때 "생산 밸류체인의 효율화" 라는 관점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은 입사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난 이후부터는 항상 인식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끼리 끊임없이 경쟁하고 겉보기에 최근 산업의 흐름은 다른 양상으로 변화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완성차 산업 발전의 역사는 "생산 밸류체인의 효율화" 를 추구하며 해당 산업 생태계에서 "가장 높은 계급적 위치" 를 놓치지 않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라고 정의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자동차 산업 육성이 국가 경쟁력과 궤를 같이 하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규제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정한 운명 공동체적인 성격도 있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지만, 완성차 업계는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는 거대한 전환을 직면하고 있다.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로 대변되는 테크기업과 연계 플랫폼 기반으로의 변화가 촉진되면 자동차 회사는 산업 역사의 오랜 기간의 가장 높은 계급적 위치를 내려놓고 단순 OEM의 역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 전 인류의 공통 과제인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내연기관의 친환경차로의 변화만이 아니라 "지구의 지속가능성" 이라는 명분을 기반으로 자동차 산업 자체와 국가와의 밀월관계의 시대는 끝나고, 국가 또는 지자체가 정책 결정 권한을 활용하여 전통적 개념의 자동차 생산 밸류체인의 힘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지점에 대한 생각들은 차후에 정리하도록 하고, 이제 3편에서는 마지막으로 "자동차 구독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 아래 인터뷰는 파리시에서 제안되고 있는 다양한 정책적 추진 사항, 만약에 주요 대도시들에서 이런 형태의 움직임이 지속되었을 경우 완성차 업계만이 아니라 단기/장기/카쉐어링 기반의 렌트카 업계도 어떤 대응을 해야하는지 충분히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