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오늘은 자동차 회사 실무자로서 바라보는 자동차 구독서비스 3부작에 대한 마지막 글이다. 자동차 구독서비스에 대한 기본 이해와 현재 구조에서 왜 잘 작동하지 않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싶으신 분들이 읽어주시길 바라며... 좋은 의견은 언제든 편하게 댓글 등을 통해서 공유 바랍니다.
※ 이 글에 도착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작성했던 글은 아래의 링크를 통해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IPO 까지의 초기 성공을 만들어낸 마크 랜돌프가 쓴 "절대 성공하지 못할거야" 는 현실의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이 책은 스타트업 창업자 또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는 기업 내 실무자급에게 강력 추천한다. 마음의 위로(?)가 되는 책이다)
인상적인 대목은 참 여러 포인트가 있지만, 자동차 구독서비스를 바라보면 아래의 문장이 가장 임팩트있게 다가온다.
DVD를 배송한다는 원래 구상을 제대로 실현하는 방법을 드디어 찾아냈는데,
이제 DVD나 배송이 필요 없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저 장면은 시장의 미래와 경쟁자들과의 역학관계를 고려하여 전체 매출의 90% 수준이던 DVD 판매를 포기하고 원래 생각했던 DVD 대여에 집중, 그 이후 구독서비스라는 고육지책을 도입하여 넷플릭스를 겨우 성공시켰는데, DVD 의 배송이 필요없어지는 동영상 스트리밍 기술이 발전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초기 창업자의 담담한 심정을 표현하는 문장이다. 현재 자동차 업계가 직면한 현실이 이것과 동일하지 않을까?
자동차 업계는 지난 글에서 얘기한 것과 같이 대규모 생산 밸류체인을 통한 한계 비용 절감 지점까지의 생산 규모 확대가 본원적 경쟁력이다. 이를 위해 모든 자동차 제조사는 생산 규모를 확대를 위한 시장 M/S를 증가시키기 위하여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왔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대응해온 상위 제조사들은 이 전쟁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913년에 에디슨에 의해서 만들어졌지만 역사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전기자동차가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배터리 효율과 생산단가 하락에 의하여 전기차 전체 주행거리가 증가하여 가장 실질적인 전환 위협이 되고 있으며, 5G 상용화에 따른 커넥티비티 환경의 개선, 컴퓨팅 파워의 성장에 따른 AI와 라이다 및 레이더 기술의 발전, HD MAP 과 데이터 수집을 위한 Sensor 기술의 발전, 그리고 실제로 인류의 행동을 바꿔버린 "스마트폰" 의 존재로 인하여 자동차 제조사는 그 미래를 확실하게 위협받고 있다. 물론, 절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밸류체인에서 지배적 위치에서 내려와 OEM 제조사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위기감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을 뿐이다.
넷플릭스 창업자가 정리한 본인들의 구독서비스의 시작은 기존 DVD 배송과 기간 내 돌려받는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여기간 무제한", "연속 배달", "월간 이용료" 라는 3가지 아이디어 중 도대체 뭐가 작동할 것인지 예상할 수 없어서 세가지를 조합하고 매달 15.99달러가 결제되는 가격 정책을 만든 것이 그 시작이고, 그 이후 많은 스타트업들이 유사한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그 시도에 비해 잘되고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사실 구독서비스와 같은 개념은 넷플릭스 이전에도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게 침투하여 작동하고 있었다. (그런 멋있는 단어가 없었을 뿐...) "포노 사피엔스" 의 시대를 살아가기 이전부터 무선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휴대폰의 세상이 시작된 이후 우리에게 휴대폰 요금은 전형적인 구독 경제의 모델이었다. 본인이 핸드폰을 사기 위해 별도의 "혜택" 을 받아서 약정 계약에 묶이지 않은 이상 언제든지 별도의 금액 없이 사용한 일수만큼 일할 계산을 통하여 요금을 처리하고 해지할 수 있다. (일할 계산까지 되어 후불처리하는 것을 보면, 선행 결제하고 해당 기간까지는 사용해야 하는 것만 비교시 일반화되는 구독경제 모델이 일면 더 후행적일지도...?)
또한, 월정액을 내고 특정 제품을 이용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렌털 기반 비즈니스" 도 이미 우리 삶 속에 깊숙하게 침투해있다. 자동차의 장기렌트도 이 개념에 들어가며, 정수기, 비데, 식기세척기, 공기청정기와 같은 다양한 가전 제품들은 소유보다는 합리적인 관리서비스와 결합하여 그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고객 서비스를 사용하는 관점에서는 렌털 비즈니스 역시 구독서비스와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해당 제품의 사용에 대한 실제 사용만족도가 생각보다 높지 않아 계약을 종료하고 싶을 경우 손실에 대한 주체가 누구냐가 렌털 서비스와 구독서비스의 경계선을 나누는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수기 1개를 만드는데 매출원가를 N 원이라고 가정하면 판매로 처리할 경우 "N(원가) + @(이익)" 의 가격 정책을 정해서 돈을 받으면 끝난다. 이를 렌털로 처리하겠다면 약속된 기간을 M 개월이라고 했을 경우 매월 받는 금액을 [N(원가) + @(이익)] / M(계약기간) 으로 계산하여 처리해야한다.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나 변수는 "해약" 이다. (판매라고 변수가 없겠는가... 소비자 변심에 의한 반품이 있다!!)
만약 고객이 계약기간의 10% 만 사용하고 해지의사를 밝혔다. 그럼 정수기 사업자는 어떻게 되겠는가? 복잡하게 계산 안해도 예측했던 이익은 10% 만 받고, 매출원가에서는 10% 만 회수, 90%가 손실이 나는 상황이다. What the fuck... 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겠는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소 사용기간을 설정하고 계약을 파기할 경우 위약금이 발생하도록 되어 있으나, 그렇다고 해당 손실을 100%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의 설계는 불가능하다. (우리에게는 법과 표준 약관이라는게 존재하기 때문)
아래는 내가 렌털한 SK 정수기의 해약관련 사전 안내 조항이다.
의무 사용 기간 이내에 해지할 경우 면제된 설치비, 등록비, 철거 비용 및 위약금(잔여 렌탈료의 10~30%)이 청구됩니다. (제품의 고장/분실/훼손 시 철거비 제외)
위약금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수기임대차(렌탈)표준약관’에 의거하여 산정하며, 제품군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자세한 사항은 고객센터(1600-1661)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이를 기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수기 임대차 표준 약관을 찾아보면 임의해약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명시되어 있다.
을은 전항 이외의 경우에도 임의로 계약의 해지통고를 할 수 있으며 갑이 을로부터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7일이 지나면 그 효력이 생깁니다.
다만, 의무사용기간(의무사용기간이 없으면 임대차기간) 도중에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에는 을은 갑에게 다음 각 호의1에 의한 위약금을 지급합니다.
1. 의무사용기간을 1년 이하로 정한 경우 : 의무사용기간의 잔여월 임대료{월임대료×(의무사용일수 - 실제 사용일수)÷30. 이하에서도 동일함}의 30%에 해당하는 금액과 임대차기간 임대료 총합의 10%에 해당하는 금액 중 적은 금액
2. 의무사용기간은 없고 임대차기간을 1년 이하로 정한 경우 : 임대차기간 잔여월 임대료의 30%에 해당하는 금액과 임대료 총합의 10%에 해당하는 금액 중 적은 금액
3. 의무사용기간을 1년 초과로 정한 경우 : 의무사용기간 잔여월 임대료의 10%에 해당하는 금액
4. 의무사용기간은 없고 임대차기간을 1년 초과로 정한 경우 : 임대차기간 잔여월 임대료의 10%에 해당하는 금액
즉, 제품의 금액을 할부와 같은 개념으로 단순 렌털 하는 경우 고객이 단순하게 변심하면 공급자가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매출원가 이하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방문점검, 교체품 무상교체 등과 같은 서비스를 패키지로 넣어 "월 임대료" 자체를 올리는 전략을 사용하게 되는 것은 서비스 측면에서 고객 편의를 증진시켜 구매 대비 추가적인 세일즈 포인트를 주려는 측면과 더불어 혹시나 변심으로 인해 반품이 발생하더라도 매출원가에 대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용 회수의 측면을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60개월 의무사용기간을 통해서 월 할인 혜택을 최대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은데, 만약에 1개월만 쓰고 해지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내가 신청한 정수기 렌털 계약 기준 회수된 비용은 39,100원에 잔여월 임대료의 10%인 230,690원을 더해서 총 회수금액은 269,790원이 된다. 이정도면 공급자가 아주 큰 손해를 봤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고 해당 제품을 다시 중고처리 등을 통해서 회수할 여지가 남아있으니 실질적으로는 손해보지 않을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렌털 비즈니스가 실제로 고객이 구매하는 것과 비교해서 오히려 손해가 난다고 리뷰되는 지점이 많은 것도 바로 이런 구조에 있다)
월 정액의 금액을 받되 약정 게약과 위약금이라는 수단을 통해 공급자는 손해를 최소화하는 구조를 "렌털 비즈니스" 라고 정의한다면, "구독서비스" 는 소비자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고 언제든 편하게 조건없이 해약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그것이 구독서비스가 OTT, 음원서비스, E-book 과 같이 콘텐츠가 한번 생산되면 접속 비용만 추가되고 물리적인 확대 한계의 제한점이 없는 비즈니스 모델에 적합하고, 물리적인 제품의 생산과 제공이 필요하여 규모의 경제가 한계지점이 발생하는 비즈니스 모델, 특히 매출원가가 비싼 것들에는 적합하지 않거나 성공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핵심은 고객의 단순 변심과 변칙 사용에 의한 매출원가 회수 리스크
아래는 현대자동차의 2020년 7월 기준 자동차 구독서비스인 현대 셀렉션에 대한 조건이다. 1개월 단위로 계약할 수 있고, 주행거리에 대한 아무 제약조건이 없다. 고객은 사고나 과태료 발생을 시키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오로지 연료비만 실비로 부담하면 된다. 비용을 조금 더 부담하면 차량도 교체해가면서 탈 수 있으니 고객 입장장에서는 참 아름다운 구조다.
지난 2편에서 예시로 본 것과 같이 쏘나타를 1개월 단기렌탈하려면 렌탈료가 190만원이다. 바보가 아니라면 당연히 자동차 구독서비스를 이용해야한다. 만약에 주말에만 1박 2일이 나는 필요할때만 이용한다고 생각하고 카쉐어링을 이용하겠다고 마음먹어서 국내 대표 카쉐어링 업체인 쏘카의 견적을 내보면 쏘카 반값패스가 적용되어 있고, 올뉴아반떼 부름서비스 이용, 가장 비용이 낮은 자기부담금 70만원의 라이트 보험을 가입해도 대여료만 13만 4천원이 나온다. (반값패스 미적용시, 23만 4천원이다). 여기에 주행거리 1km 당 130~170원을 내면 100km 이용 時 추가금액은 약 15,600원이 더해진다. 매주 주말에 4주간 이용했을 경우 400km 이용한다고 가정해도 약 59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것도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일요일 밤 10시 반납 기준)
고객의 관점에서 내가 1개월만 사용하고 반납한다고 가정했을 시, 현재 가장 합리적으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차량구독서비스가 된다. 1개월 내내 내 주차장에서 심지어는 필요한 짐까지 보관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데 굳이 불편하게 카쉐어링을 사용할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어떻게 이런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까? 현재 현대 셀렉션은 딜카의 제휴 차량을 이용한다. 즉, 이미 현대자동차는 차량을 단기렌트카사에 판매 완료하여 차량 마진은 회수가 완료된 상태, 딜카는 쏘카와는 다르게 차량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다수의 단기렌터카사를 플랫폼으로 연계하는 방식이다. 현행 구조에서는 현대자동차가 고객을 모객하는 채널로서의 역할, 딜카는 백오피스의 운영을 담당하고, 단기렌트카사는 차량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구조에서 딜카는 제휴 운영 수익, 단기렌트카는 가동률 상향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당장 수익구조상 비즈니스 모델의 장점을 딱히 찾기 어렵다.
그렇다고 직접 운영하면? 그건 더 문제가 커진다. 사실 가격 수준을 보면 구독서비스 계약 체결 고객은 소유를 기반으로 생각하는 고객을 장기렌트처럼 1:1로 대체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일정한 간섭효과는 분명 존재한다. 차량 교체 서비스를 제조사가 직접 운영하는 경우 비용은 교체 가능한 대수의 배수만큼 받지 못하지만, 차량은 예비로 1:N(최적 효율을 찾아야함)을 유지해야 서비스가 가능하여 운영 비용이 증가한다. 또한, 차량을 생산하여 해당 Pool 로 운영한 차량은 구독서비스 해지에 의해서 생산 원가 분할 회수 時 미회수 리스크(핵심 리스크)가 커지며, 상대적으로 구매를 통한 소유자들보다도 터프(?)하게 차량을 운행할 확률이 높아 차량 감가율이 높아 중고차 매각을 통한 회수율도 낮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실제로 다양한 자동차 제조사들이 구독서비스를 여러가지 형태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도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하기보다는 규모를 축소하거나 폐지, 상징적인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 2020년의 현실이다. 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보면 당연한 결론이기에 별로 놀랍지는 않다. 구독서비스에 최적화된 형태는 앞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기본적으로 온라인 자체에서 서비스가 완료되고, 해당 서비스 제공 비용이 소비자 증가에 따라 규모의 경제가 한계지점이 거의 없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OTT, 온라인 텍스트 콘텐츠 등)
만약 제공받는 재화를 소유하기 때문에 재화 제공 비용과 원가 비용 회수의 장기화 리스크에 필연적으로 노출되는 구조에서는 반드시 "상당히 낮은 생산원가" 를 가지면서 생활에서 "필수재" 로 반복 사용이 되는 것이 적합하다. (대표적으로 면도기가 있다. 와이즐리 잘나가는 것 보면 이해되지 않는가?)
외부 네트워킹을 통해서 스타트업 관게자들을 만나면서 알게된 "트라이브" 라는 중고차 기반 구독 서비스를 그래도 현재는 가장 현실적이라고 판단한 것 역시 현대셀력션 구조에서 현대자동차와 딜카의 역할을 트라이브가 하고, 차량 제공은 매일 중고차 매매단지에 주차하여 감가되면서 비용만 낭비되는 중고차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매매활성화까지 기여하여 매출원가 회수리스크는 줄이면서 비즈니스 모델 참여자의 Pain Point 까지 같이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중고차 딜러에게는 회전율 리스크가 생긴다. 어쨌든 중고차를 매수하는 매출원가는 매몰되었기 때문. 그들의 핵심은 싼 값에 싸서, 최대한 빠른 시간에 비싸게 파는 마진거래가 기본이기 때문)
그렇다고 자동차 구독서비스는 제조사에는 아예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은 실무자로서 너무 무책임한 결론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 시사점을 찾아보고 싶다는 것이 3편에 걸쳐 이 글을 작성하고 생각을 정리한 이유다. 전체 비즈니스 모델에서 특정 서비스는 단위 서비스만 보면 절대 BEP 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으나 그것의 유의미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일정한 손실을 감수하고 운영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로 "시승 프로그램" 의 성격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현재 많은 제조사의 시승 프로그램은 "무상" 으로 제공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자동차와 같은 고관여재는 SNS 이벤트의 구매상담 이벤트와 같은 형태로 계약까지 성사되는 확률은 거의 없다. "시승센터" 까지 찾아와서 시승을 하시는 고객들은 거의 구매 확정 단계인 분들이고, 시승 이후 차량계약으로 연결되는 확률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이것은 이미 검증된 데이터). 그래서 많은 비용을 들여서 시승센터를 운영하고 특정 이벤트 기간(설 연휴, 추석 연휴)와 연계하여 장기 시승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 것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있다.
이 중 시승센터는 점점 고도화되고 복잡해지는 자동차의 특성을 감안했을때, 또한 커넥티비티 서비스와 연결하여 단순한 주행성능을 넘어 차량 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시승차에서는 "고객 계정 로그인" 이슈 등으로 이런 기능의 충분한 경험을 제공하기 어렵고 시승 시간이나 코스 역시 제한되어 있어 실제로 큰 만족감을 갖기 어렵고, 앞으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아직까지 충분한 데이터가 누적되지 않았으나 (자동차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평균 사용기간, 실제 소유의 구매전환이 발생하는지 등) 어느 정도 판단이 되는 시점이 되면 구독서비스를 "장기 시승 프로그램" 처럼 운영하고 해당 차량을 그대로 인수 시 구독서비스 금액의 일정금액을 할인가격으로 반영해주거나, 완전 신차로 인수시에도 일정한 할인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연계하는 방식을 고민하면 전체 밸류체인과의 충돌을 최소화하면서 가망고객의 사전 획득 측면에서 유의미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현대차는 임직원뽕(?)이 더해졌다고 하실 수 있겠지만 국내 시장에서 한정할 경우 동급 외산차와 비교했을 때 대등하거나, 그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한다. 다만, 신차개발이 48개월 주기로 제공된다고 했을 경우 역산하여 2세대 정도, 약 96개월 이전에 생산된 차량은... 사실 경쟁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웠다. 정확히 2020년 기준 약 8년 이전의 현대자동차를 구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구독서비스 연계 구매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방식으로 고객은 충분히 발전한 현대자동차를 본인의 삶에서 사용하며 체험하는 방식을 활용해보면 어떨까? 실제 주변에서 쏘나타 NF, YF 를 타시다가 DN8 을 경험하시는 분들의 후기는 천지개벽 수준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두번째는 "결국 성장하는 밸류체인 위협 플레이어들의 견제 장치" 라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 회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밸류체인에서 하위 계급으로의 강등" 이라는 것을 지난 2편의 글을 관통하며 얘기했는데, 단순한 지위의 감정적 문제가 아니라 이는 비즈니스 모델의 "동일 비용 투입 대비 수익성의 효율" 측면 때문이다. 모든 고객이 장기렌트를 사용하거나, 카쉐어링으로 대체하는 극단적인 경우는 "그들의 비용 구조" 를 고려해도 오지 않을 미래라고 볼 수 있지만 분명히 규모의 성장을 이뤄 고객들이 자동차를 이용하는데 관여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것만은 명백히 다가오고 있는 미래다.
비즈니스 필드에 영원한 상생관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를 버렸을 때 동시에 같이 죽는다는 완벽한 전제가 있지 않은 이상 동맹은 깨지기도, 그리고 또 새롭게 수립되기도 하는 것이다. 토이저러스의 몰락은 많은 제조업 기업에게 "어??!!" 이런 경각심을 주었다. 국내에서는 쿠팡과 네이버의 무한 경쟁구도로 이커머스가 발전하며 많은 브랜드들이 채널 의존도를 높여가고 있지만, 본인들의 채널을 포기하지 않고 비중을 줄일지언정 유지하는 이유도 이런 지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량 규모를 늘려가며, B2B 프로모션 기반 할인을 요구하거나 카쉐어링처럼 구매 규모 자체를 축소시킬 수 잇는 모델이 활성화가 되기 전에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비즈니스 협상" 의 레버리지로 활용하고, 만약에 극단적인 상황이 도래하면 치킨게임을 불사하더라도 내가 직접할 수도 있다는 전략적 모호성의 시장 시그널을 계속 주면서 운영 역량을 축적하는 것은 자동차 제조기업으로서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옵션이다.
물론 가능하다면 단위 구조 자체에서 수익성을 내는 것이 베스트인 것은 사실이다. 아직은 꿈같이 얘기되고 있지만 자동차가 "오프라인의 움직이는 디바이스" 로의 역할을 명확하게 할 경우 맞춤형 광고, 특정 행동 유도와 연계된 R/S 모델 등을 통해서 (자율주행이 되면 자동차 내부의 디스플레이는 충분히 광고 매체 또는 OTT 서비스 사업자와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한 시청 채널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일단 이건 꽤 먼 미래로 보이기에...) 별도의 부가서비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자동차 제조사가 직면한 거대한 전환 속에서도 충분히 영향력을 가진 플레이어로서 그 자위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고객과의 접점을 유지하면서 통제권을 가질 수 있는 자동차 구독서비스는 일정한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확대해볼만 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부족한데 분량까지 긴 글을 읽어주심에 감사드리며, 현대자동차에 유의미한 제안을 하실 것이 있는 분들은 언제든 편하게 연락을 주시길 부탁드리며 자동차 구독서비스 관련 생각 정리 3편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