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도로를 가로지르는 고양이를 만났다. 고양이의 배는 쏙 들어가 허기져 보이고 갈비뼈가 도드라져 보였다. 차를 주차시킨 후 고양이가 향했던 곳으로 걸어갔다. 아파트 화단 쪽이었다. 고양이는 아파트 화단 안쪽에 덩그러니 앉아 있다. 마침 가방에 츄르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화단 안으로 들어갔다. 고양이는 나를 보고 경계를 하며 한 발 물러섰다. "야옹아!"
츄르를 꺼내 들어도 다가오지 않았다. 흙이 반들반들해 보이는 곳에 츄르를 짜주고 나는 화단 밖으로 나와 지켜보았다. 내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후에 고양이는 츄르 쪽으로 다가왔다. 흙이랑 같이 입에 들어가는 것 같아 미안했다. 츄르가 들어있던 큰 비닐봉지를 찢어서 거기다 나머지 간식을 다 담았다. 다시 안쪽으로 들어가니 나무 안쪽에 고양이 집이 있었다. 밥과 물도. 누군가 밖에서 보이지 않게 은밀하게 고양이를 돌보고 있었다. 혹시나 내가 들락거리는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드러나면 안 될 거 같아서 멀리서 지켜보았다.
츄르를 다 먹은 고양이가 혼자 가만히 앉아있다. 갑자기 '너도 외롭구나.'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작년겨울쯤 태어난 고양이 같았다. 어린 고양이가 추운 겨울을 잘 견뎌준 것이 고마웠다. 녹록지 않은 길에서의 삶이 느껴졌다. 집에 있는 보리가 떠올랐다. 가끔 창밖을 멍하니 내다보는 보리를 보며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궁금해한다.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할 때도 있다. 비둘기가 날아다니면 보리의 고개도 비둘기의 방향으로 이리저리 젖혀진다. 보리의 외로움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다. 사람과 살면서 그것에 길들여지고 있는 시간이 좋기만 하지는 않겠지. 오늘 만난 길고양이도 혼자였다. 치열하게 버티는 환경에서 함께 하는 친구라도 있으면 좋을걸. 길고양이들도 외롭기는 마찬가지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