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누리고 있는 거 맞지
이팝나무를 보면 봄날 엄마가 해 주었던 쑥버무리가 생각난다. 연한 쑥을 캐어 밀가루나 쌀가루를 솔솔 뿌려 달달하게 쪄낸 쑥버무리는 봄에 꼭 먹었던 음식이었다.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 제철에 나는 나물은 밥상에 올라오거나 끼니 중간중간 허해진 배를 채우는 든든한 한 끼가 되기도 한다. 된장을 풀고 바지락과 쑥으로 끓여낸 쑥국은 쑥의 향기와 바지락이 잘 어우러져 밥 한 그릇 뚝딱 말아먹어치우게 한다. 쑥개떡도 출출할 때 하나씩 요기를 하면 허기를 면할 수 있었다.
중학교 교정에 피어있는 이팝나무, 가로수에 하얀 눈을 이고, 공원 여기저기에서 소복소복 쌓여 있는 흰 꽃을 보며 꽃비를 내리며 떨어지던 벚꽃을 보내고 따뜻한 쑥 버무리 한 덩어리를 마음에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