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주 Apr 28. 2023

이팝이 한창 - 프사와 상메 이야기

지금을 누리고 있는 거 맞지

떠들썩하게 벚꽃즌이 지나갔다. 시끌벅적 꽃이 피고 SNS계정에도 온통 벚꽃이 휩쓸고 사라졌다. 꼭 꽃이 피면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렸다. 그 바람에 꽃잎은 난분분하고 꽃잎보다 붉은 꽃받침만 남았다. 내 마음도 조급해지고 벚꽃 따라 붕붕 떠다니다 한 순간에 훅하고 바람 빠진 풍선처럼 날아오르다 어디론가 곤두박질쳤다. 지금은 이팝나무가 연두잎 위에 소복이 눈을 이고 있다. 하얀 꽃은 연두잎을 더 순둥순둥하게 보이게 했다. 둥둥 떠다니던 봄이 들어차 있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는 것 같다. 잎이 초록으로 깊어질수록 꽃은 더 무성하게 잎을 덮는다. 




이팝나무를 보면 봄날 엄마가 해 주었던 쑥버무리가 생각난다. 연한 쑥을 캐어 밀가루나 쌀가루를 솔솔 뿌려 달달하게 쪄낸 쑥버무리는 봄에 꼭 먹었던 음식이었다.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 제철에 나는 나물은 밥상에 올라오거나 끼니 중간중간 허해진 배를 채우는 든든한 한 끼가 되기도 한다. 된장을 풀고 바지락과 쑥으로 끓여낸 쑥국은 쑥의 향기와 바지락이 잘 어우러져 밥 한 그릇 뚝딱 말아먹어치우게 한다. 쑥개떡도 출출할 때 하나씩 요기를 하면 허기를 면할 수 있었다. 




중학교 교정에 피어있는 이팝나무, 가로수에 하얀 눈을 이고, 공원 여기저기에서 소복소복 쌓여 있는 흰 꽃을 보며 꽃비를 내리며 떨어지던 벚꽃을 보내고 따뜻한 쑥 버무리 한 덩어리를 마음에 새긴다. 

     



작가의 이전글 누구나 외롭기는 마찬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