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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Jul 26. 2021

변화

  삶의 윤곽이 어느 정도 잡혔다고 생각이 들 때 즈음이면 어김없이 변화가 찾아온다. 이제 막 방향을 잡고 안정을 찾아가던 날에 찾아온 갑작스러운 변화에 또 갈피를 못 잡고 헤맨다. 


  나와 다른 생각들이 틀린 생각이 아님을 알기에 예전처럼 거침없이 나의 길을 고집하기가 어렵다. 때로는 타인의 조언을 통해 삶의 영역을 넓히고 좋은 기회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로운 변화들이 내 삶을 파고들어 무엇이 알맞고 나은지 다시금 질문을 던지고, 나는 가던 길을 놓지 않으려 하면서도 새로운 길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고민 때문에 선택의 길에 놓인다. 


  뿌리 깊게 박힌 신념이나 가치관은 쉽게 변하는 법이 없지만 그것들이 넓어지는 데에는 거부할 재간이 없다. 가끔은 마루야마 겐지나 기타노 다케시처럼 강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하면서도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처럼 유연한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그렇게 양 쪽의 가치가 충돌하면서 나는 종이 한 장 차이 안에서 방향성을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그리 큰돈이 필요하지 않다고 낭만적인 생각을 하다가도 갑자기 큰돈이 필요해지는 날엔 여태 무얼 하고 살았는지 지난날을 후회하기도 하고, 성공하겠다고 아등바등 돈 되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서 번 돈을 바라보다 허무가 찾아오면 결국 책 한 권을 펼쳐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급급하다.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과 꼰대가 되는 것도, 삶에 대한 확신이 있는 것과 고집을 부리는 것도 종이 한 장 차이다. 그걸 구분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은 오직 타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가능하다. 그것이 영화든, 책이든, 눈앞에 있는 상대든 나와 상반된 생각을 갖고 있거나 내가 가진 생각이 불편하게 표현된 부분이 있다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무시해도 좋은 내용인지,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인지, 혹은 정말로 내가 그릇된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인지.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려는 사람들은 때때로 과거에 성공한 사람들을 찾는다. 그들 중 누군가는 다소 삐딱했으며 크고 작은 죄를 짓기도 했지만 지금도 훌륭한 사람으로 추앙받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직업적 재능과 인간적 면모를 구분하고자 하는 일부의 응원이 그들을 미화하기도 하고, 그들 덕에 무언가가 나아진 건 사실이지만 잘못을 짚고 넘어가려는 움직임도 많다. 이런 양면의 움직임들이 부딪히고 사실을 수정해가며 세상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 생각한다. 


  나는 이미 세상을 떠난 그들의 잘못을 일부러 찾아가며 잘한 것과 못한 것을 구분하려고 하는 편이다. 어느 삶이고 완벽한 인생은 없고, 지금은 일어나선 안 될 일이지만 역사와 시대에 따라 다소 수용되었던 날도 있으니까. 어쩌면 그들도 수많은 변화와 가치의 충돌 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혼자 속으로 용서와 질책을 던진다. 

 

 나야 물론 죄를 지어가며 대단한 예술을 하거나 거창한 인생을 살 생각은 물론 없다. 다만 찾아오는 변화를 감당하려다 보니 조금 깊이 들어갔을 뿐. 나에게 찾아오는 변화는 지극히 소소하고도 개인적인 일인데 새벽만 되면 고민의 폭이 끝없이 펼쳐진다. 무엇이 우선인가, 무엇이 더 소중하고 고귀한가. 쉽게 답이 나지 않는 질문들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돈다. 그래도 지금 하는 고민들이 나를 더욱 강건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다가오는 시련과 번민들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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