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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Jul 23. 2021

전체의 의미



나는 영화의 명장면과 좋은 구절만을 꺼내 보는 것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감동을 줬던 명장면과 위로를 주었던 책 속의 한 구절이 그리워 꺼내볼 때가 있지만 그런 작품이야 아주 매니악하게 좋아해 몇 번이고 봤던 작품들에 한해서지, 생소한 작품에 관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면밀히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물론 요즘같이 바쁘게 살아야 하는 세상 속에서는 긴 소설이나 장편 드라마를 끝까지 볼 여유를 내기 어렵다 보니 흔히 밈이나 짤이라고 불리는 부분만을 기억하며 주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곤 한다. 나도 SNS를 구경하다 우연히 본 클립들을 통해 보지도 않은 예능이나 영화 속의 주요 장면을 보게 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때로는 불필요하거나 재미없는 부분까지, 그러니까 아주 통째로 보고 읽을 필요가 있다. 하나의 작품 전체를 경험하는 것은 그 안에서 개인적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영화나 소설은 문제집이 아니다. 학창 시절 선생님이 두 달치의 교육을 해놓고 결국 시험 전 날 나올 문제를 짚어주듯이 봐서는 안 된다.

 그건 지극히 시험 점수를 높이기 위한 일이지, 공부를 제대로 했다면 문제를 푸는 방식을 알아야지 해당 문제만 풀 수 있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예술에 그런 식으로 접근했다가는 감성 없는 보고서를 보는 꼴이 될 것이다.


자주 읽고 많이 읽지 않으면 요점만을 원하게 된다.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큰 감동을 얻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작용한다. 하지만 제대로 보고 읽는 사람들은 투자한 시간 안에서 다양한 가치를 발견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


  예로 작가가 책을 한 권 낼 때는 전체적인 흐름까지 생각해서 목차를 구성한다. 그것은 주제 별일 수도 있고 시간의 흐름 순일 수도 있고 아무튼 이유를 갖고 책을 구성한다. 영화도 형식과 흐름을 가지고 진행하지 않나.


 물론 책이든 영화든 부족함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도 만드는 입장에서야 다음에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내놓으려고 노력하면 될 일이고, 보는 입장에서는 불필요하다고 느낀 부분은 무엇인지, 괜찮다고 느낀 부분은 무엇인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입장 안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개인적 취향을 쌓아가고 작품의 호불호를 선별해내는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렇게 독자는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나 감독의 의도를 파악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반대의 입장에서는 독자나 관객의 반응을 통해 새롭게 고쳐나감으로 서로 간접적 소통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예술적 교감이고 내가 작품 전체를 보는 이유다.


우리의 인생이 요약본이라면 삶은 과연 즐거울 수 있을까. 허송세월이 있기에 전성기도 존재하는 것이다. 무의미한 시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시간 안에서 각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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