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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Jul 22. 2021

Take my hand

그만두려던 사람의 손을 잡아 줬다면 과연 계속 꿈을 꿨을까


누가 중고서점에 연극 연출 책을 팔고 갔다.
책의 내용을 마스터했거나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아서 팔았을까? 혹은 똑같은 책을 선물 받았거나 당장 저녁밥을 사 먹을 돈이 필요해서 팔았을 수도 있겠지만, 괜스레 먼저 든 생각은 누군가가 또 한 명 꿈을 포기한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물론 자신에게 더 잘 맞는 꿈이나 훨씬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았을 수도 있겠지만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동지로서는 아쉬운 마음이 앞섰다.

안 그래도 서른이 가까워지면서 또래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시면 이쪽 일을 그만두겠다는 얘기를 제법 자주 듣곤 하는데, 입시나 대학 시절의 열정이 이젠 없거나, 적당한 일거리와 벌이가 없어서, 안정적인 직업을 원해서, 가정을 책임져야 해서, 원했던 만큼 올라가지 못할 것 같아서 등 이유는 천차만별이다. 각자의 사정이라는 것이 어찌 가벼이 여겨질 수 있을까, 모두 존중할 뿐이다. 
뭐, 무라카미 하루키도 '스물아홉이 돼서야 난데없이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하니, 다른 일을 선택한 그 친구의 새로운 꿈을 응원하고 격려해주고 헤어졌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나름 십 년 정도 해온 일이 아깝기도 하고, 동지를 하나 잃은 기분이기도 하고. 이 멋진 일을 그만 두면 두고두고 생각나지 않을까 싶은 주제넘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그들이 안 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앤디 워홀은 '예술가는 사람들이 가질 필요가 없는 것들을 생산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지만, '예술은 당신이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이다.'라고도 했으니 예술은 의학이나 과학처럼 인간의 필수조건은 아닐 수도 있지만, 예술이 없으면 영혼이 메말라 살아갈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는 말도 하고 있다. 
나 역시 지극히 예술을 사랑하고 또 오래도록 종사하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예술이라는 분야가 인류의 영혼을 배불리 하고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길을 떠난 친구들에게 아쉬운 마음을 숨길 수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생각의 탄생>의 앞부분을 보면 물리학자 아르망 트루소가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이다.”라고 한 말이 적혀 있는데, 비로소 그분이 하신 말씀처럼 이제는 모든 분야가 서로서로 연결되어 융합을 외치고 있으니, 예술로는 먹고살기 힘든 세상에서 예술 말고 다른 길을 찾았을 때, 예술 말곤 딱히 공부해놓은 게 없고 자격증 하나 없는 사람들(나만 해당되는 얘긴가...?)도 다른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조금 안심이 된다.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정도가 다를 순 있어도 꿈은 평생이고 어느 때고 꿀 수 있어서 꿈이니까. 혹시나 언제라도 이루고 싶은 마음과 의지만 있다면 다시 손을 잡아주고 싶다. 심플 플랜의 'take my hand' 나 들으면서 자야겠다.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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