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함과 성실함이 무기라고 생각하며 매일 분투하지만 나 또한 아침마다 게으름과 싸운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언제 또 다 하지’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밀려있는 숙제를 다 끝내고 나면 움직이길 잘했다는 뿌듯함이 찾아온다.
처음엔 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에 지겨움과 환멸을 느꼈지만 일이 항상 반복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듭할수록 능률이 높아지고 있음을 느끼며 한 번 더 뿌듯함을 느낀다.
그 성과는 언제나 미미하지만 어제보다 후퇴하는 삶보다는 조금 더 의미가 있다고 들숨과 날숨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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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하는 일을 마무리하는 데 속도가 붙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를 때가 있다. 나는 언젠가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치고 마음에 걱정이 없이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 안에서 유영하는 상상을 하며 다시 힘을 낸다.
그 궤도에 오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현실에 지쳤다고 주제넘는 생활을 영위하면서 미래에 해야 할 일을 현재로 끌어오는 일은 어제보다 부족한 오늘을 맞이하는 일이다.
그러니 지겨운 오늘이 내일이 된다 해도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지 않으면 같은 내일 뿐 아니라 변함없는 내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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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찾아가는 삶은 계단을 오르는 일이라기보다는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일에 가깝다. 잠깐만 정신을 놓아도 뒤로 넘어지기 일쑤라 항상 무게중심을 앞에 두며 한 발 한 발을 내디뎌야 한다.
그렇게 한 치 앞 밖에 보이지 않는,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언덕의 중간 즈음에서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거나 곁눈질로 올라온 길을 뒤돌아본다 해도 달라질 건 딱히 없다. 계속 오르거나, 힘을 빼고 추락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오르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기어오르는 한이 있더라도 끈기를 갖고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굴러 떨어지더라도 올랐던 곳까지 오르는 데 요령이 생기는 법이니까.
그렇게 높고 높은 언덕의 끝에 올라 지나온 길을 바라보는 순간의 희열은 때로 성취감과 허무함이 공존하지만, 정상에서 생각해야 할 일은 언덕의 경사나 높이가 아니라 내가 끝까지 해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