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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Oct 30. 2023

드라마 연인, 어디서 봤더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함께 보세요.

드라마 왕국의 명성을 되찾을 기세로 MBC 드라마 연인이 인기몰이 중이다.

남궁민 배우 특유의 눈웃음과 오금을 쥐었다 폈다 하는 맛깔난 대사를 남궁민 배우의 명품 목소리로 듣노라면.

한 작품 번외 편 나올 지경.

슬기로운 의사로 귀염 눈두덩이를 빛내던 안은진 배우의 사극 속 열연도 파트 2에서 물이 오르고 있다.

출처 네이버.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아이샤도우 뿜는 안은진


깊어가는 가을,

얼음 큐브가 옷섶에 톡 빠져 얼어붙을 듯한 떨림을 경험하고 싶다면, 냉큼 드라마 연인 속으로 고고!

핼로윈 파티의 흥겨움만큼 포옥 빠져들 수 있다 없다?

있다!




언제 적 산적 반 오랑캐 반? 몽둥이 든 도깨비 나오는 시대극인가 싶어 채널 돌리려던 참이었다.

잠시.

그다! 남궁민 배우.

출중한 연기력으로 조인성 배우와 어깨 나란히 설 싹수가 딱 보인 영화 '비열한 거리'가 남궁민 배우

픽 시작이었다.


출처 네이버. 뒤통수 땅치는 최고의 반전영화 '비열한 거리'


퓨전사극이야 뭐야, 말투 MZ 세대급? 궁시렁하다 연인앓이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고전소설을 펼쳐서 동시에 보고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골수팬이라면(영화든 책이든) 흉을 보며 몇 번 비교하다 둘 다 보듬어 안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사각관계는 늘 홍역 치르듯 절절하다.


열린책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총세권. 상권이 614쪽.


"맘만 먹으면 나한텐 다 빠져.(연준도령-애슐리만 빼고 흥~)"

온 세상 남성의 마음을 가져올 자신감 뿜뿜의 길채(스칼렛 오하라).

냉소와 동물적 생존본능에 미다스손까지 다 가진 나쁜 남자 장현(레트 버틀러).

여자에겐 밥맛인 여주인공을 유일하게 편애하는 세상없을 날개 없는 천사 은애(멜라니).

고고한 먹물이되 알고 보면 열여자 마다 않는 속 빈 강정 연준(애슐리).

이렇게 네 명을 축으로 병자호란(남북전쟁)이라는 바람 앞에서 꺼지지 않는 등불로 위험천만한 시대를 버텨가는 대서사 멜로 사랑과 전쟁이다.


출처 네이버 드라마 연인의 사각관계도


고3 수험생활이 막판으로 치닫는 시기,

바야흐로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독서의 계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나도 이맘때 처음 접하고 얼어붙었다.

책으로 먼저, 그리고 영화로 접하는 청소년 당신이라면 이성과 이상, 꿈과 현실의 간격을 좁히기에 이보다 더 훌륭한 고민서는 없다.(해결서가 아니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옛날이야기라고? 어허, 고증하는 마음으로 한번 좀 보시지.

영화는 12세 이상 관람가이다.


패밀리 레스토랑 '애슐리', 말도 안 되는 이성에 정신이 팔리다 내 옆의 연인이 찰떡궁합임을 엔딩에서 깨닫는 작품마다 영낙없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떠오른다.

그럼에도 두툼한 분량에 엄두가 안 나다 드라마 연인을 보고 마침내 책에 다시 도전 중이다.


별 볼 일 없는 샌님에 모든 걸 교과서에서 배운 비실비실남 애슐리(연준도령)는 스칼렛(길채)이 가질 수 없어서, 유일한 넘사벽이어서 숨이 멎을 듯 영혼을 바쳐 애태우는 이상향이다.

땀으로 번들거려 손수건이 필요한 레트와 더위를 많이 타서 늘 펄럭거리는 부채가 필요한 장현도령은 눈만 돌리면 옆에 있는 현실 남이라 전혀 탐이 나지 않다.

이 중심에 욕을 먹다 먹다 결국에 열광하게 만드는 모든 갈등과 사건의 원인제공자 스칼렛(길채)이 있다.

스칼렛 역의 비비안 리의 고집스러운 입술과 붙타는 눈빛을 안은진 배우가 점점 멋지게 소화하고 있다.

선택은 옳을 거라고 나쁜 남자의 든든한 어깨와 날로 책임감 완수에 빛나는 여주인공에 가스라이팅되어 옹호하며 따라갈 수밖에 없다.

남자 앞길을 막고 저주라는 저주를 듣고도 눈물범벅이 되어 새벽에 보따리 싸지 않는다.

우리의 유부인은 물러설 생각이 없다.

히로인 길채는 파트 2에선 타라의 주인이 된 스칼렛처럼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선다.

내가 저주라면 저주를 풀 사람도 나야, 나! (와우)


출처 네이버(상)길채 특유의 딱 잡아떼는 새치미 시절, (하) 세상을 호령하는 미모를 본인이 가장 잘 알던 시절의 스칼렛


못 말리는 성깔장부 기질을 단번에 알아채고 자기만이 품을 수 있음을 직감하는 장현(레트).

잡으려 할수록 멀어질 여인임을 알기에 차라리 놔둔 채 지켜보는 편을 택한 사이, 날로 통 큰 강인함으로 무장해 가는 길채(스칼렛).

그들이 전쟁을 배경으로 사랑과 의리로 헤쳐 모여를 거듭하며 보는 이의 가슴을 마구 절이게 만드는 드라마 인기 비결에는 깨소금 같은 농담 만발의 대삿발과 타라의 테마처럼 사극에 안성맞춤인 주제곡도 한몫한다.

드라마 연인이다.


출처 네이버 전쟁 속에도 힘이 센 사랑, 파트 1


드라마 연인 파트 1에서 남궁민 배우가 쭈욱 닦아놓은 을,

드라마 초반, 실이 데굴데굴 어이없이 굴러가듯. 여주가 그냥 쫓아가는 식이어서 스칼렛 역의 비비안리가 겹쳐 보였다.

표독스럽기엔 턱선이 보슬보슬하고 새침하기엔 눈가가 길어 착해 보여 아쉽던 안은진 배우가 파트 2에서는 달라졌다.

타라, 땅이 모든 원천이고 전부라던 아버지의 기질을 물려받은 스칼렛이 더 이상 개미허리를 뽐내거나 세 폭 초록색 드레스를 벗어던지고 우뚝 서듯.

길채도 더는 지아비에 기대거나 눈물로 사랑타령하는 양반댁 댕기머리가 아니다.

그러자 책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에게서 길채가 보이는 놀라운 역전이 시작되었다.


출처 네이버. 경쟁상대가 황녀나 수족인 불리한 싸움에도 눈도 깜짝 안 하는 길채


나쁜 남자의 순정토끼의 간처럼 본심을 빼놓고 튕기여인의 물고 물리는 말재간을 전쟁 휘하라는 배경을 깔아 웃다 울리고 두근거리다 눈물짓게 몰입시키는 드라마 연인.


읽고 있는 안정호 번역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도입부에 많은 분량을 들여가며 이보다 더 평화로울 수 없는, 매일이 해피한 일상을 한참 늘어놓은 연유가

뒤에 오는 풍파를 한결 더 고통스럽고 절망적으로 끌고 가는 이유가 된다.

작가 마거릿 미첼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외에는 남은 작품이 없다.

이 작품으로 출판한 해에만 백만 부가 팔렸단다.

너무나 유명해져서 더는 쓸 시간이 없었다니 천재작가작품 한 편의 힘은 백 년이 지나도 동서고금 남녀 캐릭터의 뿌리가 된다.

이쯤은 되어야 작가다.




콧잔등에 선이 가도록 장난이 하고 싶어 안달인 소년 앞에서 다 덤벼, 하는 기세의 소녀.

앞으로 어떤 비바람이 이들 사이를 막아설지, 연인의 애틋함을 잘라내려는 칼이 어느 순간 날아올지.

그러기에 더 단단해지는 그들의 사랑을 기대감으로 지켜볼 것이다.



드라마 연인의 쫄깃함을 백배 느끼고 싶으시다면.

신데렐라보다는 모하나나 종이봉지 공주를 선택하는 당신이라면.

책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추천드린다.

거기에 드라마 연인 대본집이 출시되었으니.

출처 네이버, 대본집은 책 '바람과'처럼 총 세권


본방사수에 실패하더라도, 연인에 빠져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시름시름 연인앓이 당신이라도.

드라마 대사 하나하나까지 씹어먹다 보면 가을이 훌렁 지나가리라.


출처 네이버. 스칼렛의 오만하게 쳐든 턱과 레트의 꿰뚫는 눈빛이 연인도 그만하면 잘 묘사되고 있다.


노파심에서 한 작품 더.

픽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몸살 난 당신이라면.

역시 준비되어 있다.

열린 책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번역하신 안정효 작가의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

영화를 보고 나올 때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에선 카드연체와 시힘공부와 올라간 주유값이 진심임을.

극장불이 켜지며 외마디소리를 지르고 말았을 때. 펴보시길.

이내 당신은 원래의 당신으로 유체이탈되어 성실히 연말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출처 네이버. 드라마 연인 파트 2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하편처럼 씩씩한 여성상이 전면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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