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대학병원으로 모여드는 모습이 예전에는 통 이해가 안 갔다.
집 앞 내과도 일 년 열두 달 좀체 안 가서 보험료 해지 여부를 고심했다.
그러다 아이가 생기고 골골한 아이이다 보니.
대학병원으로 가보시라는 무표정한 의사의 소견서에 심장 쿵 경험이 대학병원 문턱을 넘은 시작이었다.
건강검진 중에 대학병원 소견서를 접수받았다.
아이 운동회를 앞둔 가을이었다.
내 명의의 진료카드를 만들고 대학병원 투어를 돌았다.
대학병원은 예약한다고 바로 내 차례가 오지 않았다. 대기해야 한다.
소문난 명의의 진료를 한 달 기다려 받을 것인지. 젊은 의사에게 빨리, 그러니까 보름 후쯤 진료받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유방암 병동이라는 병동 명도 충격적이었고 다양한 모자를 푹 눌러쓴 병동 안.
맘모툼이 발달하여 변이 제거하고 조직검사도 이틀이면 자리 털고 일어난다는 위로도 많았다.
알고 보니 온 동네가 대학병원으로 울고 웃었었다.
커버포함 출처 픽사베이
우여곡절 끝에 운동회에 참석하였다.
그리고 반년에 한 번씩 영상촬영을 해서 변화여부를 수험생 마음 못지않게 여전히 가슴 졸이며 확인한다.
일 년에 한 번으로 추적검사 기간이 늘었다.
영상상 변화가 없으니 큰 문제없다고 했다.
내일이면 당장 무슨 일이 날 듯 일 주 내 수술과 시술 중에 고르라고 엄포 놓던 병원은 이후 근처도 지나기 싫어졌다.
올해 정기검진에서 담당의는 내년까지 추적검사 후 변화가 없을 시에는 2년에 한 번 만나자고 했다.
감사한 희소식이다.
슬의생 드라마 속 댄디한 의사가 밤샘수술 후에도 피부가 뽀얗고 머리손질 완벽한 모습으로 환상만 안겨준데 비해서.
누가 봐도 연이은 과로로 눈이 충혈되고 머리는 까치집인 담당의를 보노라면.
그들의 노고에 감사를 안 할 수가 없다.
영상 촬영일이 잡힌 날이면 가파른 대학병원 지름길로 오가는 이 층계를 한겨울마다 오르내린다.
어르신들은 편치 않게 붙은 층계 가장자리에 온몸을 떠맡기다시피 하며 바들바들 층계를 지난다.
한겨울이다 보니 빙판일 때도 허다하다.
그나마 대학병원이 지척이라는 건 말도 못 할 축복이라서.
더구나 이 지옥 같은 층계무덤이 대로변으로 돌아가거나 교통체증을 뚫는 것보다 급행열차 코스라서 감행한다.
난코스인 층계를 휴대폰을 보면서 올라가는 젊은 모습이 보인다.
코트를 꼭 여미고 한 발 한 발 정성스레 내려서는 나와 대조적으로 사뿐사뿐 꽃길처럼 오른다. 시선고정으로 휴대폰을 즐긴다.
멋지다 청춘. 부럽다 균형감각.
이 병원에 환자로 오는 건 아닐 테니 꽃피는 시절이다.
층계를 통과하며 일별 한다.
내년에나 또 봐요, 대학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