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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찬선 May 28. 2017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자기부정을 극복하라

자기부정     


 지구 상에는 70억의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외모도 성격도 기질도 다 다릅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행복을 추구하며 산다는 것입니다.      

행복한 삶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 한 가지가 안정감입니다. 안정감은 우리의 삶을 지지해 주는 든든한 지지기반입니다. 이런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항상 자신감이 넘치고 열정적으로 인생을 살아갑니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살게 됨으로 더 큰 성취들을 이루며 삽니다. 반면에 안정감이 없는 사람들은 매사에 부정적이고 자학적인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안정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애착에서 옵니다. 애착이란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18개월 사이에 엄마와의 관계에 의해서 만들어집니다. 엄마가 아이를 출산할 때 진통을 일으키고 수유할 때 엄마의 뇌에서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이 엄마와 아기와의 유대감을 키워줍니다. 아기를 돌보는 일이 고통이 아니라 기쁨이 되게 해줍니다. 옥시토신의 영향으로 엄마는 아기를 더 깊이 사랑하게 되고 아기는 엄마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깊은 정서적 안정을 찾게 됩니다.     

우리 주변에는 애착이 불안정하게 형성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지나치게 자학한다든지 자신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자기부정이 강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나는 부족한 사람이야, 나는 잘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 일어났는데 자신 때문에 그 일이 일어났다고 스스로 자책합니다. 예를 들면 대구 지하철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가 일어났을 때 그 사건이 자신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자기부정이 강한 사람은 늘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나는 왜 이 정도밖에 안 될까? 다른 사람은 다 잘하는데 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네! 사람들이 나를 보고 다 인상 쓰고 있잖아, 나도 내가 싫다”라고 자책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기부정이 심한 사람들은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지나치게 남을 위해 희생합니다. 가족들은 끼니를 굶을 정도로 궁핍하게 살아가는데 월급을 고아원에 기부해 버린다거나 월급을 주지 않는 봉사 단체에서 무료 봉사를 하기도 하고 지나치게 종교단체에 심취하기도 하는 등 남의눈을 의식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니 삶에 기쁨이 없고 웃음이 사라집니다.      


또 자기부정이 심한 사람들은 강박증적인 성격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에게는 세 가지의 특징이 있는데 첫째는 청결입니다. 집안을 얼마나 열심히 쓸고 닦는지 먼지 하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심지어는 화장실 바닥에 떨어진 밥풀을 주워 먹어도 될 정도입니다. 두 번째는 정리정돈입니다. 항상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책꽂이의 책은 순서대로 꽂혀 있어야 하고 옷은 색깔별로 계절별로 정리가 잘 되어 있어야 합니다. 만약에 뭐 하나 순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마음이 혼란스러워 일을 제대로 못합니다. 셋째는 시간 준수입니다. 시간을 칼같이 지킵니다. 약속시간보다 항상 먼저 도착하고 만일 상대방이 몇 분이라도 늦으면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을 경멸합니다.     

헤르만 헤세가 엄마와의 애착에 실패해 자기부정이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분은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지와 사랑」 같은 명작으로 1946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던 분입니다. 그런데 헤세는 청년기부터 작가로서 성공한 후에도 오랫동안 심각한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헤세의 엄마는 마리라고 하는 여인입니다. 이 여인은 어린 시절을 힘겹게 보냈습니다. 마리의 아버지는 인도에서 선교사로 일을 했기에 마리는 인도에서 태어났고 세 살이 될 때까지 인도에서 자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마리의 부모는 마리를 스위스의 바젤에 있는 탁아 시설에 마리를 맡기고 인도로 가버렸습니다. 어린 마리는 어떻게든 엄마에게 매달려서 엄마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허사였습니다.     

나중에 마리는 그의 회고록에서 그때 느꼈던 슬픔과 분노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미칠 듯이 화가 나 있었다. 온 세상이 나를 속이고 있다. 엄마 아빠가 나를 버렸다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마리가 열두 살이 될 때까지 맡겨졌던 곳은 농장을 겸한 탁아시설이었고 그곳 사람들은 사랑이 많고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마리는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했습니다. 마리가 성장하면서 마리는 기숙학교로 보내졌습니다. 학교에서는 엄격한 규칙을 지켜야 했고 탁아시설과는 달리 굉장히 강압적인 분위기였습니다. 학교에서 적응하기 힘들었던 마리는 학교를 중퇴하고 부모가 사는 인도로 갔습니다.     

기나긴 항해 중에 마리는 배에서 한 청년을 만나게 되었고 두 사람은 강렬한 사랑에 빠졌습니다. 두 사람은 장래를 약속하고 헤어졌는데 청년에게는 편지가 오지 않았습니다. 아니 편지가 왔지만 마리의 아버지가 중간에서 가로채 폐기 해 버렸습니다.     

스물한 살이 된 마리는 선교사 남성과 만나 2년 후에 결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세 아들을 낳았지만 한 아이를 잃었고 남편은 인도의 풍토병에 걸려 4년 후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당시 마리의 나이는 스물여덟 살이었고 두 아이가 딸린 과부였습니다.     

그로부터 4년 후에 마리는 여섯 살 연하의 젊은 선교사 요하네스 헤세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인도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건강을 잃었고 회복을 위해 막 독일에 돌아와 있던 참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다음 해에 결혼을 했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아이가 우리가 알고 있는 헤르만 헤세입니다.     

어릴 적부터 헤세는 굉장히 신경질 적이었고 안정감이 없었습니다. 한번 짜증을 내면 아무도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미쳐 날뛰었고, 나쁜 행동을 밥 먹듯이 하고는 스스로 심한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그의 부모는 집에서 도저히 돌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헤세를 기숙학교로 보내 버렸습니다. 헤세의 어린 마음에는 자신이 나쁜 아이라서 집에서 쫓겨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헤세는 점점 더 신경질 적이 되어 갔고 불안감은 더 커졌다. 발달장애의 성향을 보였지만 부모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엄마 마리가 아들 헤세에게 했던 행동은 자신이 그의 부모에게 받았던 취급과 너무나 비슷하다. 기가 막히게도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부정적인 감정을 스스로 정당화하고 자신도 모르게 그들과 동화되고 그들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서 합니다.     


헤세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이 있었습니다. 악기를 연주하고, 섬세하게 그림을 그리고, 탁월한 시를 썼고, 기억력이 아주 좋아서 라틴어 성적도 우수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말썽을 피웠고, 나쁜 짓은 점점 심해져서 도둑질도 하고 심지어는 불을 지르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열세 살이 되었을 때에 헤세는 독일의 최고 수재들이 다니는 신학교에 합격을 해서 부모가 기대했던 대로 신학교에 다녔습니다. 그런데 열네 살이 되었던 어느 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내렸는데 그날 헤세는 학교에서 행방불명되었습니다. 아들이 학교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고 믿었던 부모는 경악했습니다.     

경찰서에서 헤세를 찾은 마리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헤세를 집으로 데리고 오지도 않고 곧바로 아는 목사에게 맡겨 버렸습니다. 헤세는 그곳에서 권총 자살을 기도했다가 결국 지적 장애인 시설에 수용되었습니다.     

헤세는 처음에 이곳 수용소에서 우울한 날들을 보내면서 자신을 수용시설에 가둔 부모를 원망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수용소에서의 생활이 그의 인생의 첫 번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헤세는 지적 장애인 시설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보았습니다. 그는 정원을 가꾸고 나무를 심으며 열매를 거두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지적 장애인들을 돌보는 일에도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수용생활을 마친 그는 딴 사람이 되어 행복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자 전과 똑같은 상황이 전개되었습니다. 헤세는 다시 부모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불안정해졌고 이상한 행동들을 하고 자살소동까지 벌이고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헤세는 학업을 중단하고 튀빙겐에 있는 서점에 취직해서 집을 나와 그곳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일을 하면서 헤세는 라틴어 지식도 살리고 시를 쓰면서 작가로서의 소양을 넓혀 나갔습니다.     

집에 돌아온 헤세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그는 부모의 강요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자신을 지배하려는 엄마의 집념에서 자유로워진 것입니다. 헤세는 집에서 독립하고 엄마와 거리를 둠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세의 마음에는 엄마에게 인정받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그래서 헤세는 거의 매일 엄마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서점 일에 많은 시간을 빼앗겼지만 헤세는 창작 활동에 열중했습니다. 각종 문학 잡지사로부터 인정을 받아 글들이 실리고 드디어는 출판할 기회도 얻었습니다. 고생 끝에 출간한 시집을 제일 먼저 엄마에게 보냈습니다.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헤세의 시가 천박하다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처음 책을 출판한 기쁨도 엄마와 화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모두 무너져 버렸습니다.      

그로부터 2년 후에 병상에 누워있던 엄마는 임종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헤세는 엄마에게 가지 않았습니다. 엄마를 다시 만나면 어렵게 유지하고 있는 평정심마저 잃게 될까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리고 엄마가 임종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도 헤세에게는 고난의 날들이 계속되었습니다. 작가로서 크게 성공을 하고 명성도 얻고 부도 얻었지만 그는 여전히 정서적으로 불안했고 우울했으며 늘 자살 충동에 시달렸습니다.     

엄마와의 애착에 실패한 것이 그의 인생을 이렇게 고통으로 몰고 간 것입니다. 엄마의 인정을 받고 싶어 했던 헤세의 마음속에는 늘 죄책감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이미 엄마는 세상을 떠났는데도 아들 안에 살아서 끊임없이 아들을 책망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헤세는 가족에게서 안전 기지를 찾지 못하자 다른 곳에서 안전 기지를 찾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먼저는 친구들과의 우정이었으며 두 번째는 장애인 시설에서 원예 작업의 즐거움이었고 세 번째는 글을 쓰는 즐거움이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과 인정을 받게 된 헤세는 점점 안정감을 찾고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의 인생 말년에 만났던 세 번째 부인 니논과의 결혼 역시 헤세에게 안전 기지를 제공해 줌으로 헤세는 만년에 안정되고 행복한 여생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헤세는 자신이  열정적으로 걸작들을 집필했던 시기가 본인에게 가장 복한 때였다고 말했습니다. 그 시기에 안전 기지가 되어준 것이 바로 글쓰기였기 때문이랍니다. 그는 글을 쓰면서 그의 마음을 한 곳에 몰입할 수 있었고 평안을 얻게 되었던 것입니다.     



헤세의 경험에서도 그렇듯이 엄마와의 애착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불안정한 애착은 삶을 심하게 요동치게 만들고 자기부정이 강하고 자학적이며 강박증적인 삶을 살게 합니다.     

그렇다고 실망할 일만은 아닙니다. 애착에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방법으로 아들러라고 하는 심리학자는 “의미부여”를 사용하라고 말합니다.     

어린 시절 불행했던 경험도 내가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상황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을 해석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아들러는 어떤 경험도 그 자체로는 지금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지 않는 다고 봤습니다. 경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경험에 부여한 의미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의미는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고 상황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그 상황이 정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때 필요한 것이 용기입니다.     


용기는 우리의 삶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가고 우리의 삶에 자신감을 갖게 만들어 줍니다. 모험하게 만들고 도전하게 만들어주어 살아가는 기쁨을 얻게  해 주고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도록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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