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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찬선 May 26. 2017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억눌림을 극복하라

나를 무너뜨리는 억눌림     

사람들이 가장 견디기 힘들 때는 언제일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도 그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억울한 일을 만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억울함을 당했을 때 우리는 누구라도 붙잡고 호소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호소할 데가 없으면 우리의 감정은 눌리게 되고 상처를 받습니다. 그때 우리 안에서 뜨거운 불이 올라옵니다. 혈압이 올라가고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색깔이 변합니다. 이때 우리 몸은 경직되고 뇌에서는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해서 혈관을 수축시킵니다. 그때 혈액 속에는 활성산소들이 많이 만들어져 가득 차게 됩니다.      

활성산소는 세포 내에서 신호 전달 체계를 망가뜨리거나 면역력을 저하시키므로 당뇨병, 동맥 경화, 암 등을 유발하고, 세포의 재생을 막기 때문에 노화를 촉진시킵니다. 특히, 나이 든 사람의 피부에서 나타나는 검버섯은 활성 산소가 작용하여 생긴 것입니다. 따라서 활성 산소는 인체에 매우 유해한 물질입니다.      

이런 활성산소는 우리 마음이 억눌림을 경험할 때 급속하게 만들어집니다. 억눌린 마음은 몸과 마음을 병들게 만듭니다. 특별히 피부병의 75%는 마음의 고통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억눌림은 우리 마음에 상처를 주어 마음을 피폐하게 만들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깨뜨립니다.      



억눌린 마음은 마땅히 사랑을 받아야 할 대상에게 사랑받지 못할 때 생기는 감정입니다. 아이들은 세상에 태어났을 때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특히 엄마의 헌신적인 사랑을 받아야 애착관계가 만들어져 삶에 안정감이 생기고 성인이 되었을 때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됩니다. 성장하면서는 친구들의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친구들과 놀면서 서로 사랑을 주고받은 아이는 무슨 일을 하든지 자신감이 있습니다. 또 결혼을 하게 되면 배우자의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사랑을 받아야 할 시기에 사랑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학대를 당한다든지 왕따를 당하게 되면 마음의 버팀목인 안정감이 무너짐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마음을 무너뜨리는 감정 중에는 두려움, 염려, 근심, 미움, 시기. 질투... 등이 있는데 이런 감정들은 하나같이 사랑받지 못해서 자리 잡은 것들입니다. 이런 감정들이 마음에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 내면은 점점 어두워지고 우울해집니다.      


나영(가명)이라고 하는 분이 있습니다. 이분은 대구의 한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서 자신의 소중한 꿈을 키우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녀의 꿈은 멋있는 제복을 입은 간호 장교가 되어 부상당한 군인들을 치료해 주는 것입니다.       

중학교 2학년이 었을 때였습니다. 어느 날 같은 반 친구 여학생 6명이 그녀를 학교 건물 뒤편으로 불러냈습니다. 아무 영문도 모른 체 따라 나갔다 친구들에게 얼굴을 한대 얻어맞았습니다.       

“앞으로 조심해! 까불면 죽어!”     

이 말을 남기고 친구들은 사라졌습니다. 너무 순식간에 당한 일이라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특별히 잘못한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하루가 지났습니다. 다음 날 학교에서 또다시 그 여학생들에게 불려 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주먹으로 얼굴을 두 번이나 가격했습니다. 그다음 날에는 세대를 맞았습니다. 매일 한 대씩 올려가며 때렸습니다. 5일째 되던 날에는 다섯 번이나 주먹으로 맞았습니다. 얼굴에 멍이 생기고 코피가 흘러 피범벅이 되었습니다. 하도 억울한 생각이 들어 바로 위에 언니한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다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언니는 “왜 바보 같이 맞고 다니느냐?”라고 핀잔만 주고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6명의 여학생들이 자신을 때린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교내 연극 대회가 있어서 나영이의 반에서도 연극을 준비하게 되었는데 6명의 친구 중에서 주인공 역을 하고 싶었던 아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나영이에게 주인공 역할을 맡긴 것입니다. 이것이 화근이었던 것입니다.      

이때 친구들에게 당한 폭행과 왕따는 나영이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학교 가는 것이 지옥처럼 느껴졌고, 학교 친구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괴롭히는 적들로 비쳤습니다. 너무 힘들어 하루는 연탄가스를 마시고 죽을 결심을 하고 연탄아궁이에서 나오는 가스를 계속 들이마셨습니다. 그러다 쓰러졌는데 어머니가 발견하고 김치 국물을 들이켜게 하고 음식물들을 다 토하게 만들어 다시 살아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생활은 고등학교 때까지 반복되었고 나영이는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다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성격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나영이는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했습니다. 대인기피증이 심해져 직장에도 다니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천만다행으로 좋은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한 것입니다. 결혼생활 초기에 그녀는 남편의 인정과 사랑으로 인해 점점 안정감을 찾는 듯했습니다. 예쁜 딸도 낳고 가정도 안정되었습니다. 그런데 딸이 초등학교 5학년쯤 되었을 때 갑자기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      

그녀를 인정해주고 사랑해 주는 남편도 귀찮게 느껴졌습니다. 둘째가 이제 갓 태어났는데 쳐다보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다시 중학교 때 친구들에게 받았던 상처들이 떠올랐습니다.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그 친구들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술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잠을 자기 위해서 마셨던 술이 멈출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알코올 중독자가 된 것입니다. 그녀에게는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어린 시절에 받은 억눌림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나영 씨는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당한 학대로 인해 큰 상처를 입었고 그 상처가 친구들을 향한 분노와 증오심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증오심이 술을 마시게 만들었고 주변 사람들까지 고통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을 때 언니가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지체 장애우들 시설에 가서 봉사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처음 장애인 시설을 찾아갔을 때는 두려움만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러나 첫날 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지체 장애우들이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계속해서 떠올랐습니다. 동시에 그동안 자신의 인생을 너무 쉽게 포기하려고 했던 생각들이 교차했습니다.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한없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결심합니다.      

“나도 살아야 되겠다.”      

그러자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달 라보였습니다. 지체 장애우들을 통해서 자신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천리 길도 멀다 하지 않고 달려갑니다. 그녀에게는 1급 장애인 친구들이 많습니다. 나영 씨는 장애우들을 사랑하고 장애우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마음이 열렸습니다.      

사랑받지 못한 마음은 다시 사랑을 받으면 회복됩니다. 미움이나 증오심, 질투심이나 시기심들은 사랑받아야 될 대상에게 사랑받지 못했을 때 생기는 감정입니다. 이런 상처받은 감정은 사랑을 통해서 치유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랑에 너무 굶주려 있기에 거절 감정 또한 깊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 거절 감정으로 인해 누군가가 진심으로 인정해 주고 사랑해 줘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그들에게 이용당하고 버림받는 고통을 더 받게 됩니다.      


일본의 오카다 다케시가 쓴 「엄마라는 병」이라는 책에 보면 마나미 씨 이야기가 나옵니다.     

마나미 씨의 부모는 그녀가 어릴 때 이혼을 했습니다. 엄마가 양육을 맡았기 때문에 아버지를 아주 가끔씩 만났습니다. 엄마는 마나미보다 두 살 많은 언니를 좋아하고 마나미에게는 차갑게 대했습니다. 마나미는 언니가 자기보다 예쁘고 머리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가 항상 그런 생각이 들게 행동했기 때문입니다.      

“언니는...”하고 말을 꺼낼 때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뜬 듯 한 억양과 긍정적인 울림이 있었고 “너는...”이라고 말할 때 엄마 목소리에는 멸시하는 듯한, 지긋지긋하다는 듯 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엄마가 이렇게 두 딸에게 각각 다르게 대하게 된 까닭은 마나미를 임신했을 때 아버지와 엄마가 사이가 벌어지고 급기야는 아버지가 엄마와 아이들을 버리고 다른 여자에게 가버렸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둘째가 아들로 태어나 준다면 남편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기대와는 다르게 딸이 태어난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엄마에게는 산후 우울증까지 겹쳐서 이제 막 태어난 마나미를 돌봐 줄 수 없었습니다. 대신에 할머니가 마나미를 돌봐 주었는데 할머니는 원래 잔소리가 많은 사람이었기에 마나미가 보는데서 엄마에게 잔소리를 하고 자꾸 야단을 쳤습니다.      

 이 모든 것이 마나미 탓이 아니라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서 생겼지만 엄마에게는 마나미가 마치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태어난 아이처럼 보였습니다. 더군다나 언니가 천식을 앓게 되자, 마나미에 대한 무관심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엄마의 관심은 언니에게 집중되었고 마나미는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래도 어린 시절 마나미는 온순하고 기특한 아이였습니다. 집안일도 잘 도왔습니다. 부엌에서 엄마 일도 잘 도왔습니다. 그러나 엄마는 늘 언니만을 칭찬했습니다. 마나미는 그런 상황에 불만을 품지 않았습니다. 언니와 자매지간이면서도 자신을 하녀처럼 언니보다 낮은 위치에 둠으로써 그렇게라도 엄마의 사랑을 받으려고 애썼던 것입니다.      

그런데 사춘기가 되면서 마나미는 달라졌습니다. 그때까지 참고 있었던 욕구들이 폭발했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 사람들에게서 엄마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갈구하게 된 것입니다. 한참 연상인 남자들이 사랑에 굶주린 마 니미에 게 달콤한 말을 속삭이면서 마나미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그때까지 마나미는 집에서 하녀처럼 멸시받으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남자들이 자신을 여왕처럼 받들어 주었습니다. 초라하기 짝이 없는 자신을 높여주고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그때 느끼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황홀했습니다. 마나미는 나이가 많은 남자들과 깊은 관계에 빠져 들었습니다.      

 당연히 엄마는 그런 난잡한 남자관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딸을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엄마가 보기에는 착한 딸이 나쁜 남자들과 사귀면서 갑자기 돌변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엄마가 부정하면 할수록 마나미는 더욱 그런 부정한 관계에 집착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삶은 마나미가 진정으로 안주할 수 있는 삶이 아니었습니다. 남자들과 맺는 분별없는 관계는 불안정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남자는 마나미의 몸을 팔아 돈을 벌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입에 발린 말을 들으면 자신의 외로움을 알아주는 듯한 기분이 들어 몸을 팔아가면서까지 그 남자의 유흥비를 벌어주었습니다. 빚을 갚아야 한다고 애원했을 때에는 수십만 엔의 돈을 마련해 준 적도 있었습니다. 그 돈이 다른 여자와 살기 위한 아파트 보증금에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엄청난 배신감과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마나미는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남자의 변명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그런 남자라도 자신을 버리면 더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남자는 마나미에게 “헤어지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마나미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 다량의 수면제를 삼키고 손목을 그어 자해를 시도했습니다. 의식이 사라지기 전에 휴대전화로 그 남자에게 “영원히 안녕”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남자가 달려와 생명은 건졌지만 결국 남자도 돈도 되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 후에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잠시 만난 남자에게 배운 것은 마약이었습니다. 그 맛을 알게 되자 마나미는 약물이 주는 쾌감에 빠져 들었습니다. 믿을 수 없는 남자와의 관계보다 약물이 더 좋았습니다. 그가 마약을 하고 있으면 엄마의 품에 안겨 평안히 잠이 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결국 마나미는 열일곱의 나이에 각성제 사용으로 연행되어 소년원에 수용되었습니다. 깊은 절망과 엄마에 대한 증오심만 가득한 체 소년원에 갇혀 아무 소망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두 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때 엄마가 면회를 왔습니다. 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 외롭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진심으로 딸에게 사과했습니다. 그러자 마니 미의 마음이 열렸습니다. 엄마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약물 의존에서 벗어나리라고 결심을 했습니다.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마나미가 자신의 잃어버린 인생을 되돌리기 위해 결단한 것입니다.      

마나미는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것 때문에 이렇게 힘든 인생을 살았습니다. 자신의 삶을 무너뜨리는 삶을 산 것입니다. 마나미는 마음 놓고 다른 사람을 의지하지 못했습니다. 착한 아이가 되든지 반대로 나쁜 아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엄마에게도 그랬지만 소년원 직원들에게도 마나미는 의지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왜 응석을 부리지 못할까요? 쉽게 응석을 부리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나요, 나는 이렇게 참고 있는데, 그런 사람을 보면 몹시 화가 나죠”     

오카다 다카시는 「엄마라는 병」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어릴 적에 응석을 부리지 못한 사람은 커서도 남에게 쉽게 의지하지 못합니다. 의지해도 좋을 사람에게 기대지 못하고 오히려 위험한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가장 위험한 사람이 겉으로는 가장 친절하게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비교당하면서 차별당하면서 살아온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항상 자신의 감정을 누르며 살아온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이런 억눌림은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깨뜨리고 건강도 무너뜨려 몸도 마음도 아프게 합니다.      

억눌림은 마음을 어둡게 하고 항상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사람이 되게 합니다. 항상 작은 소리보다는 큰소리로 말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화가 났느냐는 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 억눌린 마음은 치유받아야 됩니다. 마음 치유는 메마른 말과 지식으로는 치유되지 않습니다. 공감과 감격과 눈물이 필요합니다. 앞에서 말했던 나영 씨는 지체 장애우들을 돌봄을 통해 그들과 함께 공감함으로 마음이 치유되어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섬세합니다. 상처받기 쉽습니다. 그래서 더욱 마음을 살피고 마음을 가꾸고 관리해합니다. 나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기보다는 이웃을 돌아보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삶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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