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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찬선 Jun 02. 2017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마음의 등불을 켜라 - 용기

  용     


고양이를 너무나 두려워했던 생쥐가 하나님을 찾아가 애원했습니다.

“하나님 저는 고양이가 무서워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이 듭니다. 그러니 저를 고양이가 무서워할 수 있는 개로 만들어 주십시오.”

 하나님께서는 생쥐가 하도 간곡하게 부탁을 해서 소원을 들어주었습니다. 옆을 지나기도 무서울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큰 개로 만들어 준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 후에 생쥐는 또다시 하나님을 찾아와서 자신을 호랑이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큰 개로 변신했지만 여전히 고양이가 무서워 그 앞에 나서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기가 막혔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호통을 쳐서 돌려보냈습니다.

“너를 호랑이로 만들어 준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너는 '생쥐의 가슴'을 갖고 있기 때문에 너의 모습이 호랑이로 변해도 너는 생쥐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외모 관리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며 삽니다. 병원도 성형외과가 호황을 누리고 피부 관리숍이나 네일 아트 같은 직종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외모가 경쟁력이고 외모에서 자신감이 나온다고 생각해서 일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용기와 자신감은 내면에서 나옵니다. 용기란 환경과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어려움을 견디며 그것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말합니다.


기시미 이치로가 쓴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는 열등감에 빠진 한 청년이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라는 철학자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철학자는 “자네가 불행한 것은 과거의 환경 탓이 아니네.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자네에게는 그저 ‘용기’가 부족한 것뿐이야”라고 말해 줍니다.     


용기는 우리 마음을 밝고 따뜻하게 하고 고난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공급해 줍니다.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일수록 그 어려움을 잘 견디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어려움을 잘 견딜 수 있는 힘은 기다리는 힘입니다. 용기 있는 사람은 상황이 어려울 때 그 어려움을 견디며 기다릴 줄 압니다.  

    

천호식품을 세운 김영식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분은 1984년에 천호식품이라는 회사를 세워 처음으로 달팽이 진액을 만들어 시장에서 좋은 반응 얻어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당시 김 회장은 부산에서 현금 보유 기준 100등 안에 들 정도로 잘 나갔습니다. 매사에 자신만만했고, 계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본업인 건강식품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서바이벌 게임, 찜질방 체인, 황토방 체인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했습니다.      

그러다 1997년 IMF사태가 터졌습니다. 거래처와의 계약이 끊기고, 하청 업체들에게 발행해 준 어음 만기가 무더기로 돌아왔습니다. 사면초가의 상황이었습니다. 사무실 보증금을 빼고,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 급한 어음은 막았지만 그래도 빚이 22억이나 남았습니다. 완전히 파탄이 난 상태에서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는 혼자서 어려움을 견디면서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 끝에 김 회장은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기 시작했습니다.

“괜찮아!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그는 공장에 쌓인 재고를 자신이 직접 들고나가 팔기로 작정하고 창고를 보니 ‘강화인진 쑥 진액’ 이 가장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 날부터 ‘쑥’에 미치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는 전당포에 반지를 맡기고 빌린 돈으로 광고 전단을 만들어 직접 강남역 지하도 입구로 가서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서 누구를 만나건 쑥 이야기를 꺼내고 광고지를 건넸습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비행기 안에서 조차 전단지를 돌렸습니다. 승무원이 제지하면 “이 전단 안 뿌리면 나 죽어요. 이 비행기 못 탑니다. 쑥이 얼마나 좋습니까? 다음에 돈 벌어서 내가 한 박스 선물할게요.” 라며 설득했습니다.

심지어는 ‘쑥’ 노래도 만들어 부르고 다녔습니다.

“쑥 쑥 쑥자로 끝나는 말은 이 쑥 저 쑥 들쑥날쑥 강화 인진쑥.”     

이렇게 뛰어다닌 지 한 달 만에 1,100만 원 매출을 올렸고, 그 이후 1900만 원, 3500만 원, 9800만 원, 1억 5000만 원 등 매출은 매달마다 급성장했고, 1년 반이 지나자 한 달 매출이 9억 6000만 원까지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김 회장은 1년 11개월 만에 빚을 청산했다고 합니다.      

김 회장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자신감만 있다면 어떤 고난이라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면서 100미터를 뛰는 일은 모두가 할 수 있지만 10미터를 더 뛰는 삶의 자세를 가진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남보다 10미터만 더 뛰면 성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남보다 10미터를 더 뛸 수 있는 힘은 용기에서 나옵니다.      

고난을 잘 견디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고난을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고난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면 용기가 생기고 그 용기와 함께 마음이 밝아지고 깊은 곳에서 자신감이 생겨납니다.      

인생에는 때가 있습니다. 심을 때가 있으면 거둘 때가 있고 풍년의 때가 있으면 흉년의 때도 있습니다. 좋을 때도 있고 힘겨울 때도 있습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어렵습니다. 경제도 어렵고, 입시도 어렵고, 취직도 어렵고, 결혼도 어렵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견딜 수 있는 용기입니다. 견디다 보면 기회가 찾아옵니다. 풍년의 때도 찾아오고 행복도 찾아옵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는 세계 최고의 부자 가문인 메디치 가문이 있는데 이 가문에서 프랑스 왕비가 된 인물이 있는데 그가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집필해서 헌정했던 로렌초 데 메디치의 딸 카테리나 데 메디치입니다. 당시 교황 레오 10세는 그의 작은할아버지였습니다. 카테리나 데 메디치는 막강한 권세를 등에 업고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카테리나는 태어나자마자 몇 주 만에 그의 부모를 모두 잃고 그의 작은할아버지인 교황 레오 10세의 보살핌을 받으며 외롭게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나이 두 살 때 자신을 돌보아주던 교황 레오 10세가 임종함으로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카테리나 데 메디치가 성장할 때 유럽은 정치적인 격변기에 접어들게 되었고 수많은 전쟁과 폭동들이 일어났습니다.      

다행히 레오 10세를 이어서 교황에 오른 분이 메디치 가문의 출신의 클레멘스 7세였습니다. 교황 클레멘스 7세는 정치적 상황을 이용해 자신의 조카 카테리나 데 메디치를 프랑스 국왕 프랑스와 1세의 며느리로 시집을 보냅니다. 교황이 비밀 협정을 통해 자신의 가문의 딸을 프랑스 왕자비로 받아주면 지금까지 교황청이 유지했던 친 스페인 정책에서 친 프랑스 정책으로 외교 노선을 수정하겠다고 약속을 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메디치 가문은 당시 세계 최고 부자 가문이었기에 엄청난 액수의 결혼 지참금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하고 열네 살 소녀를 왕세자 비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입니다. 쁜만 아니라 남편이 될 앙리 2세는 프랑스 왕위를 계승할 장남이 아니었기에 프랑스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것도 없는 일종의 거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교황 클레멘스 7세는 카테리나가 결혼식을 올린 지 1년 만에 임종했고, 로마 교황청은 미지급금으로 남아 있던 결혼 지참금 지불을 거절했습니다. 카테리나는 프랑스 왕실이 기대한 만큼의 지참금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그때 프랑소와 1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계집아이가 완전히 알몸으로 시집왔구나!”

프랑스에 시집온 카테리나는 교황청의 배경도 사라져 버렸고 정치적 격변기를 거치면서 메디치 가문의 재력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한 수 더 떠서 여자로서 갖추어야 될 미모까지 받쳐 주지 못했습니다. 키는 작고 뚱뚱했으며 눈은 금붕어처럼 툭 튀어나와서 사람들을 걱정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동갑내기였던 앙리 2세는 카테리나를 거들 떠 보지도 않았습니다. 당시에 앙리 2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던 여인이 있었는데 프랑스 최고의 미모를 자랑했던 ‘디안 드 푸아티에’였습니다. 앙리 2세는 디안을 실질적인 자신의 아내처럼 대우했습니다.      

카테리나는 프랑스 왕궁에서 이 두 사람에게 많은 굴욕과 수모를 견뎌야 했습니다. 자신의 남편을 끼고 왕비인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디안을 바라보면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미소로 받아넘겼습니다.      

남편 앙리 2세가 국왕으로 취임하던 날에도 남편의 옆자리에는 법적인 왕비인 카테리나가 아닌 디안이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이런 치욕적인 상황에서도 카테리나는 우아한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이런 일이 있고 난 후부터는 더더욱 왕비를 무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왕실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카테리나를 ‘이탈리아 여자’라고 부르면서 모욕을 했습니다. 카테리나는 밤마다 디안의 침실에서 흘러나오는 남편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상황 속에서 카테리나는 신중함을 가지고 자신의 때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는 그가 시집올 때 가지고 왔던 마키아벨리가 그의 할아버지에게 헌정했던 「군주론」을 읽고 또 읽으면서 승리를 쟁취하는 법을 배워 나갔습니다. 힘이 없을 때는 몸을 낮추고 인내해야 함을 배웠으며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여유를 배웠습니다.      

카테리나는 프랑스의 왕실을 이을 왕가의 후손을 빨리 낳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임신하기 위해 온갖 비방을 동원했습니다. 여러 가지 기이한 약재를 먹었고 부적을 몸에 지니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임신이 되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급해진 카테리나는 당시 프랑스 최고의 점성술사였던 ‘노스트라다무스’를 찾아갔고 그가 처방해준 노새의 오줌까지 받아 마셨습니다. 프랑스 왕비인 카테리나가 노새의 오줌까지 마실 정도로 후손을 간절히 원했던 것입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카테리나는 아이들을 낳기 시작하는데 열한 명이나 되는 자녀를 줄줄이 낳았습니다.      

그러다가 카테리나의 남편인 프랑스 국왕 앙리 2세가 적국들과 평화 협정을 체결하고 축제를 벌였는데 그때 기사 놀이를 하다가 사고가 나서 앙리 2세가 죽고 말았습니다. 치명상을 입은 왕이 아무 반응이 없자 왕의 애첩이었던 디안은 사시나무처럼 떨기 시작했습니다. 왕이 죽으면 왕비가 섭정 왕후가 되어 권력을 대신 행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카테리나는 남편이 죽은 것을 확인하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엎드려 있는 디안과 신하들을 한 참 동안 뚫어지게 노려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프랑스의 섭정 왕후가 된 나 카테리나는 디안, 너를 용서하노라. 여기 죽어 가는 내 남편이 너를 사랑하였기에 나도 너에 대한 사랑을 변치 않고 이어가리라”     

카테리나는 그동안 당했던 모욕과 수모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복수하고 싶었지만 더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용기를 내어 그들을 용서해 준 것입니다. 섭정 왕후가 된 카테리나는 ‘대화’로 프랑스의 정치와 외교 정책을 펼쳐 나갔습니다. 그동안 갈등이 심했던 왕실과 국민, 귀족과 평민, 가톨릭 교회와 개신교회, 그리고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스페인의 필레페 2세와도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해 나가며 16세기 유럽의 역사를 주도해 나갔습니다.      

카테리나가 고난의 시기를 잘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내면에 견딜 수 있는 용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용기는 어두운 마음을 밝혀주고 살아갈 에너지를 공급해 줍니다. 우리는 인생에 찾아오는 고난으로 인해 더욱 지혜로워지고 강해 질 수 있습니다. 더 성장하고 더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1952년 에드먼드 힐러리는 에베레스트 산에 도전했으나 실패했습니다. 그때 그는 “에베스트 산아, 처음엔 네가 날 이겼지만 다음엔 내가 널 이기겠다. 왜냐하면 넌 성장을 멈췄지만 난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결국 에베레스트 산 등정에 성공했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성장했기에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장애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애물을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용기는 우리로 더 높은 곳으로 성장하게 이끌어줍니다.       

 

용기는 나를 세워주고 나를 풍성함으로 이끌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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