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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찬선 Jun 20. 2017

느낌이 있는 삶

마음의 색상

 마음의 색상     


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 미술학원에 데리고 간적이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누나들에게 그림을 배우게 하기 위해서였다. 학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도화지 세장을 꺼내 각각 한 장씩 나누어 주고 크레파스를 밀어 주면서 아무 거나 생각나는 대로 그려 보라고 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아이들이 그림 그리기에 열중했다.      

멍하니 의자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초딩 시절 그림 그리던 생각이 떠올랐다. 형들과 함께 사용했던 크레파스 통에는 다 부러지고 닳고 닳은 크레파스 몇 개만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래도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항상 행복하고 좋았다.       

미술 시간에 주로 그렸던 것은 산과 산을 연결해서 산과 산 사이에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그렸고 그 옆으로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다니는 하얀 구름과 산 밑으로 구불구불 나있는 황토색 길과 그 길을 따라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그렸다. 길 주변에는 초가집들이 자리를 잡았고 초가집 사이사이에 커다랗게 솟아나 있는 감나무들과 감나무 밑에는 장독대를 그렸었다. 길 가에는 예쁘게 핀 꽃들과 그 꽃들 위로 우아하게 날아다니는 나비도 그려 넣었었다. 크레파스 색은 많았지만 하나하나를 정성을 다해 칠했다. 그리고 모자라는 색은 옆자리에 앉은 친구의 것을 빌려서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가끔씩 친구가 싫은 내색을 할 때면 빌려 달라는 말도 못하고 대충 마무리하면서 나도 언젠가는 24색 크레파스를 사고 말거야 다짐했었다. 초등학교를 마칠 때가지 24색 크레파스를 가져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미술 시간은 항상 행복하고 신나는 시간이었다.     

30분정도가 지나자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이 다 그렸다고 하면서 그림을 선생님에게 내 밀었다. 선생님이 아이의 그림을 찬찬히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너는 아빠를 참 좋아하는 구나~~”       

“어떻게 그림을 보고 아이의 마음을 압니까?” 물었더니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의 그림을 보면 그 아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림의 색깔이라든지 그림이 놓여 있는 위치 그리고 크기를 통해서 아이의 마음 상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에도 색깔이 있고 이 색깔이 수시로 변한다.


마음은 참 신비하다. 마음에도 색깔이 있고 이 색깔은 수시로 변하기도 한다. 불꽃같은 빨간 색이 되기도 했다가 숯덩이처럼 까만색이 되기도 하고 활짝 핀 개나리처럼 노란 색이 되기도 하고 높은 가을 하늘처럼 파란색이 되기도 한다.      

마음의 색상은 마음의 온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마음이 차가우면 색상도 단순해진다. 겨울 산에 올라가보면 나무들이 하나같이 똑같은 색으로 서 있다. 흙이 드러나 있고 풀들은 다 말라 있으며 나무들은 가장 단순한 색으로 서 있다. 그러나 온도가 올라가면 색상이 다양해진다. 파란 새싹이 돋아나고 빨갛고 노란 꽃들이 피고 형용색색 아름다움이 온 산을 수놓는다.      

마음에 멋진 색깔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마음의 온도를 높여야한다. 마음의 온도는 사랑 할 때 올라간다. 사랑으로 마음이 채워지면 저절로 올라간다. 온도가 올라가면 마음에 형용색색의 크레파스가 준비되어진다.     

매년마다 삼월이 되면 온 땅은 온도를 높이기 위해서 몸부림을 친다. 그래서 그런지 삼월은 언제나 몸살을 앓는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가 얼음도 얼었다가 비가 왔다가 눈이 내렸다가 심하게 요동을 친다. 온도를 높이는 일은 이렇게 힘이 드는 것이다.      

계절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음의 온도를 높이는 일도 쉽지 않다. 몸부림이 있어야한다. 사랑과 용서와 희생과 헌신의 몸부림이 있어야 한다. 이런 몸부림을 통해 서서히 따뜻함이 온몸으로 퍼지게 된다.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온 세상은 수많은 색들로 채색되고 아름다운 색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꽃과 나무들의 색의 잔치를 보게 될 것이다. 삼월을 살아내면서 마음의 온도를 높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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