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금수. 일러스트로 보는 조선의 무비 군사복식편. 길찾기.
작가 금수는 텀블벅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습니다.
최초 목표금액은 150만원. 2023년 4월 7일부터 시작해 두 달쯤 진행한 펀딩에서 후원자 1,853명에게서 53,693,000원을 모금하는 기염을 토했죠.
배송비 3천원이 별도로 책정되었지만 권당 2만5천원의 가격을 설정하고 진행했으니, 대략 2천부가 선주문되었다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요즘 출판시장에서는 초판 1천부를 찍어 보고 그 판매동향에 따라 증쇄를 하게 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무척이나 고무적이었을 겁니다.
물론 4도 인쇄의 일러스트북이기 때문에 아트지와 같은 도공인쇄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비도공 백상지로도 해결되는 텍스트 중심의 출판물보다는 꽤나 제작비용이 올라갈 터입니다. 그래서 최초 펀딩 금액이 작가에게 아주 흐뭇한 수익이 됐다고 말하긴 힘듭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 출판계의 일반적인 인세는 도서정가의 10%에 불과합니다. 2만3천원짜리 책의 초판 1천부를 계약하고 나면 선인세로 들어오는 건 230만원에 불과하다는 거죠. 그런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2천부를 선주문받고 시작했다면 완전히 다른 경지에서 시작한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출판이 미래가 될 수는 없을 듯합니다. 이미 상업출판사들의 각축장이 되어버렸다고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텀블벅에서 진행된 기존 프로젝트의 최다 금액순으로 정리해 보니, 상위권 상당수가 웹소설이나 웹툰 등의 지면화 프로젝트로 작가가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출판사가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의 본질에서는 조금 벗어난, 그저 '선주문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정식 출판'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1인출판사나 소규모출판사가 출판기획을 위해 작가와 접촉하는 방법으로 주로 꼽는 것이 브런치나 출판 크라우드펀딩이라고 합니다. 브런치와 달리, 어느 정도 성적을 확인할 수 있는 크라우드펀딩 출판의 경우에는 손을 대기에 좀 더 마음이 편할 테지요. 대박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보니, 더 그럴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복식사의 관점에서 보면, 조선시대 그것도 남성 유니폼에 한정된 주제 때문에 그렇습니다. '선택과 집중'은 역량을 효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겠지만, 독자층 그러니까 수요층을 고려해 볼 때엔 명확한 한계로 작동합니다. 제가 이 책을 집어 들었던 가장 큰 이유인 "조선의 군사복식에 집중"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이 책이 "한국의 군사복식"이었다면 선뜻 손이 가지 않았을 겁니다. 심지어 "한국의 복식사"였다면 엄두를 내기 힘들었겠네요. 그런데 조선의 군사복식에 한정되었기 때문에, 딱 저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제가 굳이 조선시대 군사복식에 유별난 관심이 없었다면 선택될 수가 없는 책이었다는 겁니다.
제가 굳이 이 책을 펼쳐보게 됐던 이유는 2021년 1월로 돌아가게 됩니다. 눈 내리는 경복궁의 풍경을 눈에 담고 싶어 발걸음을 했던 날, 눈에 띄는 수문장들의 복장이 눈에 들어왔었습니다. 보통은 두 번째 사진 속의 복장이거나, 세 번째 사진의 덕수궁 앞처럼 구군복을 차려입고 있는 모습만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도대체 저 복장의 정체는 무엇인지 말이죠. 비옷이라고 설명하고 있더군요. 경복궁 수문장과 갑사는 평상시에는 철릭에 방령의를 착용하는 융복 차림이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지삿갓과 갈모 그리고 처네형과 방령형 유삼을 착용한다고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사진을 보고 또 보면서 인터넷 서핑을 했지만, 당최 알아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시기에 있었던 국립고궁박물관의 《조선 왕실 군사력의 상징, 군사의례》展을 보러 가기까지도 했습니다. 절망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화가 치밀어 올라서, 조사를 멈추고 이해하길 포기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달포 전쯤에 이런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냉큼 주워 와서 펴봤습니다.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더군요. 이제 융복이며 철릭은 말할 것도 없이, 처네형 유삼과 방령형 유삼이 어떤 것인지 명확히 짚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갓의 색깔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국립고궁박물관의 전시가 이해가능한 수준에서 복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거기까지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저희 개별적인, 그래서 몹시 한정적인 수요였던 겁니다. 대중적이지 않은 수요를 고려해 본다면, 상업출판으로서의 성공은 장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